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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Oct 10. 2022

아이를 키우면 일어나는 일

오늘은 우리 막내가 사건의 주인공

비 오는 휴일 저녁.

헤드셋을 끼고 우산을 쓴 채로 집 앞 산책로를 돌고 있었습니다.

가로등에 비치는 빗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진도 찍고 한참을 바라보았어요.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옵니다.

"큰일났어! 빨리 들어와!"

"무슨 일이야?"

막내가 빗으로 장난을 치다가 머리카락이 빗에 엉켜서 울고 있다는 겁니다. 띠용 ㅜ.ㅜ

지금은 12세가 된 큰 아이가 어렸을 때 이미 한 번 겪었던 사건입니다. 무슨 법칙처럼 막내도 똑같은 장난을 하다가 일이 터진 거죠.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통화를 하는데 이미 울음이 복받친 아이는 서러움에 흐느껴 울고, 통화 저편에서 언니와 오빠는 동생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해 박장대소를 합니다.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보니 아이가 이런 몰골로 울고 있습니다. 저도 너무 웃음이 나왔지만, 겨우겨우 참고 너의 고통을 엄마가 공감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벗겨냅니다. 그런데 도통 벗겨지질 않는 거예요. 

첫째 때 어떻게 했더라 생각해보니 머리카락을 물에 적셔서 빗을 풀렀던 기억이 납니다. 똑같이 해 보았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첫째와 둘째를 아무리 야단쳐도 아이들의 웃음은 멈추질 않아서 결국 각자 방으로 들여보냈습니다.  

결국 아이를 샤워실로 데리고 가서 샴푸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거품이 나기 시작하자 손가락 힘에 머리카락이 조금씩 떨어져 나옵니다. 거의 머리카락을 뜯어 내는 듯한 느낌으로 한참을 벗겨내니 그제서야 빗이 분리됩니다. 막내곰은 울음을 멈추고 자기에게서 떨어져나온 빗을 보더니 고개를 돌려 버립니다. 


삼남매를 키우면서 별 일을 다 겪습니다. 

아이를 스타필드에서 잃어버리고, 큰 아이는 청소놀이를 하다가 소금물이 들어간 분무기로 42인치 TV를 한 순간에 저승으로 보내고, 엄마는 절대 보지 않는 막장 드라마에 삼남매가 중독되어 그 시간만 되면 셋이 주루룩 앉아서 화면 앞에 대기하고, 찜질방에 갔다가 식중독에 다같이 감염되는 바람에 대학병원 입원실에 셋이 나란히 입원을 하는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삼남매를 키우는 하루하루는 정말 감사한 나날입니다.

크게 아무 일이 없어서, 아무도 크게 다치지 않아서,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정말 불가사의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고 나중에 편한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는 욕망도 제 안에 있지만, 그 욕망을 넘어선 감사함도 제 마음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멘탈 갑이 되어 어떤 상황에서도 기쁨을 찾아낼 수 있는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우리 막내는 이렇게 엄마에게 소중한 기억을 남겨 주었습니다.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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