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디터 Oct 21. 2022

내가 매일 맨발걷기를 하는 이유

맨발로 땅을 디딜 때 느껴지는 것들

제가 건강상의 이유로 매일 동네 뒷산을 오른 게 벌써 6개월째입니다.

산을 오르면 온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집니다. 아마 그 뜨거운 열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거겠죠. 

몇 년 전에 하버드 출신의 유명한 북튜버 한 분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분과 나누었던 대화 중 어싱earthing이 떠오르더라고요. 여름이 거의 지나가는 8월 말부터 산 정상에 위치한 흙 마당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걷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발이 너무 아픈거예요. 모든 신경이 발바닥으로 쏠렸고, 아주 자잘한 돌가루에도 저는 비명을 지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매일 반복할수록 발바닥의 통증보다 발바닥으로 통해 제 몸을 관통하는 상쾌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흙이 이렇게 차갑다는 걸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이제는 어느 곳을 여행 다녀도 흙만 보이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걷기를 합니다. 

너무 신기해서 시멘트 바닥도 맨발로 걸어봤는데 같은 땅이지만 발바닥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흙의 그 차가움은 마치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발바닥을 통해 내 다리로 올라와 내 몸 전체를 시원하게 만들곤 합니다. 어떤 과학적인 원리가 작용하는지 제가 설명할 순 없지만, 아주 기분좋은 시원함이 전기처럼 내 몸을 관통한다는 표현이 제일 정확한 것 같습니다.

드디어 저는 비가 세차게 오는 날에도 맨발걷기를 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맨발로 세찬 빗물이 흐르는 산의 흙을 디뎌 보았습니다. 

물과 흙의 시원함과 서로 다른 촉감이 제 발바닥을 한없이 자극하더라고요. 그 날의 기억이 얼마나 강렬한지 저는 지금도 그 느낌을 떠올려보곤 합니다.

 

밤에 남편과 산책하다가 맨발걷기를 했는데, 유리에 베었는지 1센티 정도의 상처가 생겨서 속상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내 작은 상처에도 아프고 속상한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의 자연에 상처입히는 거에 대해 왜 미안하거나 속상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신발 하나만 벗었을 뿐인데, 제 맨발과 지구의 흙이 닿는 순간부터 저는 땅에 떨어진 쓰레기와 이물질에 엄청 민감해졌고, 내 맨발에 닿는 땅에 온 마음을 쏟고 있었습니다. 

거의 완벽하게 설계된 유명브랜드의 트래킹 신발과 양말이 저를 보호해 주지만 그 강력한 보호도구로 인해 저는 자연과 분리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10월 초 공주여행을 하면서 어느 숲길에서 두 딸과 맨발걷기를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맨발로 숲의 흙을 느끼며 신기하다고 깡총깡총 뛰어 오릅니다.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저와 남편은 막내곰을 데리고 숲에 가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셋이 함께 맨발걷기를 하였습니다. 


며칠 전에는 두 딸을 데리고 우리집 리트리버 오레오와 함께 동네 산을 올랐는데, 잠깐동안 신발을 벗고 맨발로 낙엽을 밟는 그 느낌은 너무 바사삭하면서도 촉촉한 쿠키 같은 겉바속촉의 절정이었습니다ㅎㅎ

맨발로 낙엽을 밟고 나서 두 딸과 사진을 찍는데 오레오가 발을 내밀어서 다함께 웃음이 터졌습니다. 오레오는 늘 준비된 맨발이니까요ㅋㅋ


이렇게 저는 요즘 맨발걷기에 푹 빠져 있습니다. 맨발로 걸으면서 지구는 원래 시원한 별이고, 뜨거워지면 생명이 끝장나는 별이라는 걸 느끼기도 합니다.   


제가 올라가는 동네 뒷산은 편하게 올라가는 코스는 아니여서 누군가를 데리고 가기에는 좀 어렵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중의 누군가는 근처 산이나 공원 또는 산책로에서 흙길을 찾아 맨발로 걸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럼 지구별의 시원함이 전기처럼 여러분의 몸 속으로 타고 들어올 거예요. 그러면서 느끼실 거예요. 나도 건강하게 살아있고, 지구도 건강하게 살아있구나 이렇게요ㅎㅎ


맘디터의 하루를 마칩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를 키우면 일어나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