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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Oct 21. 2022

목줄로 자유를 얻은 우리집 리트리버

드디어 하네스를 졸업하다

사람의 어리석음은 끝도 없습니다.

우리집 리트리버랑 산책을 나갈 때 몇 번 끌려가다 보니, 오레오가 아직 훈련이 덜 되었나보다 생각하고 그냥 넘겼습니다. 

그런데 항상 의구심이 있었어요. 저렇게 조용하고 모든 말을 알아듣고 차분한 오레오가 왜 산책을 나가면 주인이 주는 신호를 알지 못할까?

어느 날 동네 뒷산을 오르는데, 대형견 동호회인듯한 사람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모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옆에 오레오는 없었지만 저는 밖에 나와서도 차분한 그 대형견들이 신기해서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진돗개, 셰퍼트, 사모예드 등 다양한 대형견들이 각자 조용히 천천히 산책을 하고 있는데 그 때 발견하였습니다. 모든 대형견들이 두껍고 강한 목줄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지금까지 오레오에게 하네스만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우리집 리트리버는 하네스에 거는 리드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대형견 모임을 목격하고 집에 와서 바로 목줄을 구입하였습니다. 다음날에 도착한 목줄을 오레오 목에 걸고 첫 산책을 나갔습니다.


목줄을 처음 경험한 오레오는 앞으로 뛰어 나갈 때마다 목이 졸리는 느낌에 구토를 반복하였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강하게 먹고 며칠 전에 목격한 그 대형견들의 산책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거실 화장실 문을 앞발로 혼자 열고 닫는 오레오. 샤워기 수도를 틀어서 흐르는 물을 관찰하는 오레오. 우리집 똑순이가 반드시 해낼거라고 믿었습니다. 수십번을 구토한 오레오는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드디어 목줄의 팽팽함을 스스로 조절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걸어야 목이 압박되지 않는지 불과 한 시간만에 터득한 겁니다. 너무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오레오는 그날 이후부터 매일 매일 저와 함께 동네 뒷산을 오릅니다. 귀여운 하네스 대신 무시무시한 목줄을 걸었지만, 대신 산책의 무제한 자유가 오레오에게 선물로 주어졌습니다. 오레오는 자신의 목이 압박되지 않도록 스스로 줄의 당김을 조절하면서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산책을 하는 멋진 대형견이 되었습니다. 

안내견의 피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서로 조금만 걸음이 안맞아도 뒤를 돌아서 제 얼굴을 살피고, 뒤따라오는 아이들이나 남편이 잘 오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걸어갑니다.


"

"개는 훌륭하다"가 맞습니다. 다만 주인의 지혜가 관건이지요ㅎㅎㅎ

완벽한 개훌륭의 길로 안내해주신 동네 뒷산 반려견 모임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주인이 지혜를 얻을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준 우리집 리트리버 오레오에게도 고맙습니다.


이제 몇 시간 후에 오늘의 일출이 시작되면 오레오는 저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을 거예요.

그 수제비 같은 귀를 너풀너풀 흔들면서~~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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