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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Dec 19. 2022

아바타2- '물의 길'은 어떤 길일까

볼거리 가득한 화면 저변에 흐르는 철학에 대하여

이 영화가 매우 지루하다는 리뷰들을 보며 단단히 각오를 해서인지 저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곧 초6이 되는 큰 아이는 영화 중간에 화장실도 다녀오고 조용한 한숨도 쉽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아바타의 CG기술이 얼마나 진일보 했는지 알수는 없지만, 그 화면보다 더 강한 힘은 <아바타2> 저변에 흐르는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는 생과 사를 물에 비유합니다. 잔잔한 바다는 죽음을 뜻하며, 어떤 작용에 의해 파도가 일어나는 현상을 살아있음 생이라고 니다. 즉 생명이 잠재되어 있는 모습을 사, 생명이 작용하고 있는 모습을 생으로 비유하면서 생과 사는 '한 생명'의 조금 다른 현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사불이 - 삶과 죽음은 단절된 둘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영화에 "물은 모든 것을 연결해 주지"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불교는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가르칩니다. 생명은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결과가 되기도 하면서 복잡한 작용을 주고 받는 겁니다.


아바타2에 나오는 서사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그 서사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은 바로 '가족애'입니다.

"가족은 우리의 강점이자 약점이다"라는 대사가 기억 나시나요?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라면 이 대사가 주는 울림이 얼마나 클까요. 영화에서 아이들이 뛰어놓고 다칠뻔 하고, 위협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집에 두고온 둘째 곰, 셋째 곰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7세 막내를 생각하면 이미 오랫동안 말라버린 젖이 갑자기 찡 도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저의 모든 모성은 어린 자식 앞에서 큰 힘을 발휘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설리와 네이티리가 낳아서 기른 자녀 뿐 아니라 주인공이 존경하고 사랑한 박사의 딸, 주인공의 원수인 대령의 아들까지 입양해서 한 가족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불교의 생명론으로 보면 사랑하는 감정이나 미움, 증오 등의 감정도 결국에는 생명과 생명을 이어내는 연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 보면 이들이 가족이 된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별이라는 대자연 안에서 생명은 잉태되었고, 부모와 자식이 둘이 아닌 것처럼 자연과 나비족-하늘의 인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대사를 빗대어 생각해 보면, 어쩌면 대자연의 관점에서는 자신이 잉태한 생명들이 자신을 파괴하는 약점이자, 자신들을 지키고 사랑하는 강점일지도 모릅니다.


아바타2에서 인간들이 대왕고래를 사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다큐멘터리 <코브>가 떠오릅니다. 고등동물인 고래를 사냥하는 방법은 씁쓸합니다. 고차원적으로 발달한 고래의 모성애를 이용하는 동시에 가장 야만적인 무기와 방법을 동원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사냥을 자행했던 인간들은 그 폭력의 댓가를 돌려받습니다.

물론 아바타2는 위대한 어머니라는 절대적인 힘이 작용하는 가상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주는 만큼 돌려 받는다>,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속담이 어렵지 않게 우리 입에서 나오는 걸 보면, 이 영화도 어렵지 않은 보편타당한 정서를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물의 길입니다.

생명과 생명은 연결되어 있으며, 삶과 죽음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삶과 삶은 서로 긴밀하게 작용하며, 죽음과 죽음도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도 연결되어 있고,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은 내가 소중한 만큼 타인도 소중하며,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전쟁 국가에서 살아가는 한 어머니의 자녀도 소중하다는 진리에 눈을 뜨게 합니다.

나와 환경은 둘이 아니며 서로 강한 영향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동서양의 모든 철학 그 정수를 따라가다 보면 다 같은 진리에 도달한다는 말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그 답을 찾아가는 각자의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도, 부처도, 예수님도, 아기에게 젖을 물려본 평범한 엄마도 "생명과 생명은 물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아바타2 감상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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