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엄마와 불아기 3화 중 3화
'이 동화를...
사랑하는 아이들과 영원히 헤어져야 하는
모든 부모님들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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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 번째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
뜨거운 불에서 태어난 불아기야.
비가 쏟아지는 여름 날
물엄마는 깜깜한 하늘을 보며 며칠 째 숨어 있는 별이 걱정되었어.
‘친구들과 잘 지내겠지? 하늘이 너무 어두워서 길을 잃지는 않을까’
사실 그날의 하늘은 정말 요란했어.
엄청 뚱뚱한 비가 내리고, 구름들은 싸움이 나서 소리를 지르고 서로 밀쳐.
하늘은 속이 안 좋은지 금방 토할 것처럼 꾸르렁 꾸르렁 이상한 소리를 내.
바람이 불고 나무가 날아다니고 구름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지.
결국 하늘은 배탈이 나서 토했지 뭐야.
그 순간 물엄마 품에 무언가 떨어졌어.
자세히 보니 뒤죽박죽 나뭇가지 사이에 불아기가 매달려 있는 거야.
(불아기가 낑낑대며) “아야야 아야야.”
물엄마는 불아기를 누르고 있는 나뭇가지들을 살짝 치워줬어.
그 때 물엄마의 손이 살짝 닿았는데 불아기가 갑자기 작아졌어.
엄마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지.
불아기는 나뭇가지 위를 기어서 올라와 앉았어.
바람이 아기를 스쳐 지나가자 불아기가 원래대로 커지더라고.
물엄마와 불아기는 서로를 신기하게 바라보았어.
(불아기) “엄마!”
(물엄마) “난 너의 엄마가 될 수 없어”
물엄마의 말은 진심이야. 엄마의 손이 닿으면 불아기가 사라지니까.
불아기는 말을 못 알아 듣나 봐 물엄마에게 또 말했지.
(불아기) “엄마!”
물엄마는 불아기의 눈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어.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고 사랑 하나만을 바라는 아가의 눈빛.
포기할 수 없어.
별아기처럼 불아기가 가장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지.
자신의 손이 닿지 않도록 나뭇가지들을 살살 밀면서 불아기와 길을 떠났어.
불아기가 나뭇가지에 둘러싸여 낑낑낑 힘들어 하는데,
엄마는 안아줄 수가 없어서 눈물이 나왔어.
잠시 후에 자장가를 불렀지.
♬
불에서 태어난 아가
너는 따뜻한 불, 사랑스러운 아기
엄마는 차가운 물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네가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줄 거야♬
불아기는 엄마의 자장가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어.
물엄마는 불아기가 깨지 않도록 나뭇가지들을 살살살 조용히 밀었지.
투둑투둑 비 내리는 소리.
나뭇가지 사이로 떨어지는 비가 불아기 몸에 닿으면 큰일 나!
물엄마는 온 힘을 다해 밀어서 불아기가 비에 젖지 않도록
제일 큰 잎사귀 아래로 숨었어.
물엄마와 불아기는 하늘을 바라보았지.
엄마는 말했어.
“엄마는 너에게 위험하단다. 가장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줄게.”
불아기는 꺄르르 웃으며 좋아했어.
시간이 지날수록 물엄마의 손이 닿은 나뭇가지들은 멀리 떠내려갔어.
불아기를 위해 나무를 계속 모았지만 물에 닿은 나무들은 힘을 잃었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더 빨리 가야해.
불아기는 물엄마가 밀어주는 나뭇가지 배를 타고
빨리 흘러가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
한참 뒤에 도착한 곳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야.
물엄마는 불아기가 꺼지지 않도록 나뭇가지들을 모아 조심히 땅 위에 올려주었어.
땅 위에 올라간 불아기는 몸집이 엄청 커졌어.
그런데 불아기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어. 사람들은 놀라서 모여 들었지.
물엄마는 불아기가 꺼지지 않도록 나뭇가지를 계속 나르면서 바라볼 수밖에.
아기가 사라지면 안 되니까. 대신 노래를 불러 주었지.
♬
불에서 태어난 아가
너는 따뜻한 불, 사랑스러운 아기
엄마는 차가운 물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네가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줄 거야♬
물엄마의 노래를 알아들은 어느 여자아이가
나뭇가지와 함께 불아기를 안전한 모래위로 옮겨 주었어.
(여자아이) “너무 슬퍼하지마. 네가 닿으면 뜨거워서 엄마도 다칠 거야.”
불아기는 울음을 멈추고 엄마를 쳐다봤어.
물엄마는 불아기에게 손을 흔들며 웃어주었어.
불아기의 눈에서 뜨거운 불꽃이 타닥타닥 떨어졌어.
엄마도 차가운 눈물을 방울방울 흘렸지.
둘은 헤어졌지만 물엄마는 불아기를 보러 숲에서 마을로 자주 흘러갔어.
마음 착한 마을 사람들은 물엄마가 잘 보이는 곳에 불아기의 집을 만들어 줬지.
물엄마와 불아기는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했어.
그런데 어느 날부터 물엄마가 보이지 않아.
불아기가 주위를 둘러보니 온 하늘과 땅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 같아.
비가 너무 오랫동안 내리지 않은 거야.
강이 말라서 사람들이 다 떠나고 물엄마도 올 수 없다는 걸 알았지.
엄마가 흘러오던 강의 길이 말라갔거든.
깊은 밤, 불아기는 별아기에게 말을 걸었어.
“엄마는 저 숲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어. 그렇지?”
별아기는 시무룩했어.
(별아기) “불아기야, 비가 내리지 않으면 저 숲도 곧 말라.”
(불아기) “그럼 엄마는?”
(별아기) “아마도… 사라질 거야.”
(불아기가 다급하게) “어떻게 해야 비가 내리지?”
(별아기) “하늘과 구름이 눈물을 흘려야 해. 그런데…”
(불아기) “왜 슬픈 표정을 하고 있어?”
(별아기) “만약 하늘이 눈물을 흘린다면 너는 영원히 사라질 거야.
사람들이 다 떠나서 더 이상 널 지켜줄 수 없거든.”
별이 뜨지 않은 밤, 구름이 아주 많이 모여 들었어. 서둘러 어디를 가는 거 같아.
불아기는 구름에게 말을 걸었지.
(불아기) “제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구름떼) “우리는 바빠! 소풍가는 길이야. 바람이 올 때를 얼마나 기다렸다고!”
(불아기) “제 이야기도 좋아하실 거예요.”
(구름떼) “무슨 이야기?”
(불아기) “우리 엄마 이야기요.”
구름들은 길을 멈추고 불아기를 쳐다봤어.
(구름떼) “나는 불이 싫어. 몸이 닿으면 엄청 따가워. 혹시 엄마가 무서운 번개니?”
(불아기) “우리 엄마는 물엄마예요.”
(구름떼) “뭐라고?”
(불아기) “저는 물엄마 품에서 태어났어요.”
구름들은 저마다 깔깔 낄낄 호호 웃었어.
(구름떼) “너 재미있구나. 그래, 어떻게 물에서 불이 태어났다는 거니?”
(불아기) “제가 작은 불씨였을 때 나무에 매달려 있었는데, 저를 엄마가 발견했어요.”
(구름떼) “이상한데? 물이 닿았다면 너는 사라졌을 텐데.”
(불아기) “제가 꺼지지 않도록 나뭇가지들을 계속 모아 입김을 호호 불어주셨어요. 간지럽고 시원했어요.”
(구름떼) “물이 보내는 바람은 시원하고 깨끗하지.”
(불아기) “엄마가 저를 숲에서 여기까지 데려다 주셔서, 저는 꺼지지 않는 불이 되어 지금까지 살아 있어요.”
(구름떼) “참 고마운 분이구나. 그런데 물엄마는 어디에 있니?”
(불아기) “저 숲에서 말라가고 있어요. 비가 안 와서 모든 물길이 다 말랐대요.”
(구름떼) “저런… 비가 오려면 우리가 눈물을 흘려야 해. 그런데 지금은 눈물이 안 나와. 소풍가는 길이라 기분이 너무 좋거든”
(불아기) “제가 엄마를 보여드릴 순 없지만 엄마가 불러주시던 노래를 들려드릴게요.”
(구름떼) “우리들은 노래를 좋아해. 불러 봐.”
♬
불에서 태어난 아가
너는 따뜻한 불, 사랑스러운 아기
엄마는 차가운 물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네가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줄 거야♬
노래를 들은 구름들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어.
불아기는 노래를 계속 불렀지.
♬
물에서 태어난 엄마
엄마는 아기가 사라질까봐
아기는 엄마가 뜨거울까봐
서로 안아볼 수 없었죠
아기는 뜨거운 불에서 태어났지만
차가운 엄마가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줄 거예요
엄마와 아기는 언제나 함께해요 ♬
물엄마와 불아기의 노래는 따뜻한데 자꾸만 슬퍼졌어.
구름이 고개를 숙이고, 하늘도 울음을 참느라 얼굴이 노래졌지.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어.
불아기는 비를 맞으면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았어.
구름들의 눈물은 점점 뚱뚱해 졌고
거센 비가 내리자 불아기의 몸은 더욱 작아졌어.
잠시 후, 물엄마는 숲에 내리는 비를 맞고 눈을 떴어.
숲에서 서둘러 빠져 나와 세찬 비를 뚫고 불아기에게 달려갔지.
마을에 다 와 가는데 저 멀리 노랫소리가 들려.
점점 작아지는 노랫소리.
♬
물에서 태어난 엄마
아기는 뜨거운 불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엄마가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줄 거예요
아기는 엄마를 많이 사랑해요♬
불아기는 거의 꺼져 갔어.
물엄마는 불아기를 안아 주었어. 눈물이 흘렀단다.
“아가야, 노래를 멈추렴. 사라지지 마. 사라지지 마. 떠나지 마”
“엄마가 나를 많이 사랑한다는 걸 알아요. 물에서 태어난 불아기도 엄마를 많이 사랑해요. 끝까지 살아야 해요, 엄마”
구름들은 너무 슬퍼서 더 크게 울었고
결국 불아기는 영원히 사라졌어.
그날 밤
별아기가 찾아와 불아기 자리에 머무는 물엄마를 깨웠어.
“엄마, 함께 숲으로 가요.”
물엄마는 별아기의 부축을 받아 숲으로 천천히 돌아갔어.
숲에 도착한 물엄마는 며칠 동안 울었단다.
숲 속 나무와 다람쥐, 무지개, 하늘과 구름은 엄마의 울음소리에 다 함께 슬퍼했어.
그 후에
구름과 바람이 여행을 떠나고 물이 다 말라 땅과 숲, 동물들이 시들어갈 때면
물엄마는 사라진 불아기의 목소리가 들렸어.
(불아기) “물에서 태어난 불아기가 엄마를 많이 사랑해요. 끝까지 살아야 해요, 엄마”
물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불렀지.
♬
불에서 태어난 아가
너는 따뜻한 불, 사랑스러운 아기
엄마는 차가운 물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네가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줄 거야
♬ (불아기 목소리)
물에서 태어난 엄마
아기는 뜨거운 불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엄마가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줄 거예요
아기는 엄마를 많이 사랑해요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구름과 하늘, 바람은 눈물을 방울방울 흘렸고
말라가는 수많은 생명들은 물엄마와 불아기의 바람대로
끝까지 살아갈 수 있었어.
물엄마의 귓가에는 불아기의 목소리가 들렸어.
"물에서 태어난 불아기가 엄마를 많이 사랑해요. 끝까지 살아야 해요, 엄마"
이렇게 물엄마와 불아기의 영원한 사랑은
지구의 모든 생명과 우리들을 지켜주고 있단다.
- <물엄마와 불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