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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Jul 31. 2023

6일간의 제주도 여름휴가

서귀포와 우도, 함덕해수욕장

가족 8명이 7월 24일부터 6일간 제주도 여름휴가를 보냈습니다.


1일차(서귀포): 점심 선이네밥상-백약이오름-서귀포월드컵리조트(숙박)-숙성도(중문 고깃집)-연동365일 의원


2일차(우도): 바움소아과-성산 하나로마트-성산수협-우도 산호사 해수욕장-훈데르트힐즈(숙박)


3일차(우도): 소섬바라기(아침식사)-우도 훈데르트 미술관-하고수동 해수욕장


4일차(함덕): 우도 스쿠터-함덕 제라진 밥상-삼다수숲길-소노벨(숙박)-숙성도(함덕)


5일차(함덕): 소노벨 조식-제라진 밥상-함덕해수욕장-서우봉산책


6일차: 소노벨 조식-11시 15분 비행기


1일차

아이들을 데리고 백약이오름에 갔습니다. 제주도에 오면 오름에 반드시 들러서 인사를 나눠야 한다는 걸 학습한 아이들은 반은 포기 상태로 즐겁게 올라갑니다. 그런데 마른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오름 정상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비에 젖은 아이들은 생각보다 담담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저는 산에서 비를 맞는 경험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정상 분화구를 다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에 자꾸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저녁에 숙성도라는 고기맛집에 들러 밥을 먹는데, 결국 막내는 고열이 나고, 조카는 속이 안좋다며 전부 토해냅니다.

밤 10시에 50분을 운전해서 제주시 심야병원 진료를 받았고, 막내곰 편도선이 많이 부었다는 진단과 함께 밤새 고열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2일차

새벽부터 막내가 설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아침일찍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소아과를 방문하였습니다.

엄마인 저는 소아과에 발만 닿아도 마음의 짐이 반은 덜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행 전에 막내가 목이 아프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가볍게 넘긴 것도 후회되고, 어제 오름에서 비를 맞은 것도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아이에게는 "이렇게 멋진 병원과 의사선생님이 계시니까 너무 감사한거야~"라고 말합니다. 놀기 위해 에너지를 풀 장착한 첫째곰, 둘째곰, 조카곰은 동생이 많이 아파도 도저히 에너지를 숨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성산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고, 수협에서 멍게와 한치를 포장한 다음 우도로 향합니다.

우도에 도착하자마자 둘째곰은 수영복을 갈아입고, 산호사 해수욕장에 뛰어듭니다. 첫째곰은 막내가 아픈 것도 걱정되고, 엄마가 막내를 챙겨야하는 것도 안쓰럽고, 너무 즐겁게 노는 둘째가 얄밉기도 하고.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에 툴툴댑니다.

우리가 숙박하는 훈데르트 힐즈는 취사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훈데르트바서는 화가이면서 자연주의 건축가인데, 그를 기리는 재단에서 지어올린 리조트가 바로 훈데르트힐즈입니다. 훈데르트바서는 자연을 이루는 곡선에 주목했고, 모든 건축형태를 곡선으로 표현합니다. 훈데르트힐즈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처럼 지어졌고, 외벽과 기둥, 바닥 타일 하나도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동생과 저는 밤에 산책을 하면서 우도에서 보이는 성산일출봉, 수많은 불빛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고깃배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3일차

김포에서 새벽비행기를 탄 남편이 우도에 도착하고, 우리는 훈데르트 미술관에 가서 특별전시회를 둘러보았습니다. 훈데르트바서의 곡선건축물은 처음에 현실성이 없다고 보여져서 외면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축조되었고 자연과 어울리는 아름다움에 그는 명성을 떨치게 됩니다. 훈데르트는 건축이 병들면 그 안에 사는 사람도 병 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건물이 지어지면 그 건물보다 큰 나무가 주위에 있어야, 건강한 건축이라고 여겼습니다.

저와 남편만 감상하려고 들어온 미술관이지만 작품을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서 관람을 마친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흥미가 없던 아이들도 사람들에게 왕따를 당한 훈데르트의 일생에 관심을 갖고, 그의 작품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들 앞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조릅니다.

참~ 아침에 먹은 우도식당 소섬바라기의 갈치국을 빼놓았네요. 매콤하고 알싸하고 달콤하고 깊은 갈치국. 이 세상에서 가장 깊고 아름다운 맛을 섞어놓은 듯한 갈치국에 저는 잠시 넋이 나갔습니다ㅎㅎㅎ

하고수동 해수욕장은 아이들의 천국입니다. 매년 휴가로 간 협재의 모든 장점을 아주 작은 해안에 모아놓은 에메랄드 보석바다. 아이들은 바다에 둥둥 떠다니다가 드디어 땅을 파기 시작합니다. 1시간, 2시간 넘게 땅을 계속 팝니다.

왜 바다에만 오면 모래구멍을 파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저절로 몸이 시키는 놀이를 머리로 설명해야 된다는게 곤혹스러울 것 같아서 그냥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저녁에 남편과 둘이 우도의 노을을 지켜보았습니다.

우도에서 바라보는 제주도의 풍경이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습니다.

4일차

아침 일찍 스쿠터를 타고 우도를 돌아봅니다. 훈데르트바서의 그림을 하나 구입하고, 체크아웃을 한 다음에 배에 올라탑니다.

함덕 제라진 식당에 들러서 점심을 해결하고, 삼다수 숲길을 다함께 걸었습니다. 아직 막내 열이 다 떨어지진 않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언니 오빠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매번 큰 나무 숲길을 걸을 때에는 다같이 말이 없어지고, 조용해지는 게 신기합니다ㅎㅎㅎ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소노벨 체크인을 했고, 아이들은 수영복을 갈아입자마자 바다에 뛰어듭니다.

잠깐 바다에서 놀더니 또 모래구멍을 파기 시작합니다ㅎㅎ저 구멍에 사람들 다리가 빠지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사람들은 다 잘 피해다니고, 엄마인 저만 발이 빠져서 넘어질뻔 했답니다 ㅜ ㅜ

5일차

아침부터 함덕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합니다. 밀물 썰물의 차로 파도가 일어서 아이들은 해달처럼 둥둥 떠있어도 그 자체가 즐거운 모습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립니다. 넓은 바다 한 가운데에서 맞는 비. 시원하고 상쾌하고 모든 피아노 건반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다양한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저녁시간. 함덕에는 갖가지 버스킹 공연이 펼쳐집니다. 공연들을 뒤로 하고 아이들과 서우봉 산책을 하는데, 어딘가에서 맑은 악기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오카리나 연주였습니다.

어떤 분이 바다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고 계셨습니다.

늘 산책했던 서우봉이 오카리나 연주를 배경으로 너무도 특별한 한 장면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연주를 듣다가 아빠를 졸라서 오락실로 향합니다. 저는 남아서 한참동안 음악연주를 들었습니다.

연주가님~ 제게 잊을 수 없는 시간을 선물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늦은 밤까지 놀다가 우리는 숙소에서 다같이 곯아떨어졌습니다. 다음날 우리를 싣고 갈11시 15분 에어서울 비행기도 격납고에서 잘 자고 있었겠죠ㅎㅎㅎ


이번 휴가에서 제게 인상적인 장면은 우도의 훈데르트 미술관, 함덕해수욕장에 내리는 소나기, 서우봉 오카리나 연주입니다. 서우봉과 함덕바다는 항상 제 기억속에 사진 컷으로 남아있는데, 바다 한가운데에 쏟아진 소나기와 오카리나 연주소리로 인해 이제는 살아 움직이는 영상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바다 전체에 흩날리는 빗소리, 오카리나 맑은 소리가 자신만의 타임코드를 지니고 제 기억속에서 수백번 플레이되면서 바다와 서우봉의 그림을 채색할 것 같습니다.

정지된 화면에 소리의 흐름으로 시공간의 움직임을 불어 넣어준 큰 소나기와 악기연주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생각해보면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막내곰의 감기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였을 막내곰 항체들, 백사장 모래구멍을 파내는 둘째곰의 무한에너지, 해달가족이 물에 둥둥 떠다니도록 허락해준 바다와 하늘과 바람, 엄마인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해준 백약이오름 정상의 먹구름과 큰 비, 아이들이 행복한 휴가를 보내도록 모든 지혜를 짜내고 준비한 동생, 온화하고 너그러운 남편.

별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우리 가족은 이번에도 지구별 한조각에 걸터앉아서 별 여행을 무사히, 행복하게 잘 마쳤습니다.

아이들이 제주도의 노을에서 우주와 지구를 발견해내고, 지구별에 속한 '나'라는 소우주를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엄마곰, 아빠곰은 그 꿈을 간직하고 아기곰들과 여행을 떠납니다.


맘디터의 6일간 제주도 여행기를 마칩니다^^

여러분도 지구별의 한 조각에 걸터앉아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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