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디터 Jul 30. 2023

저는 식물들에게 육아를 배웁니다

삼남매를 키우면서 많은 일들을 겪습니다.

온갖 질병, 사건과 사고, 학업의 문제, 성격과 발달.

엄마인 저는 자신감에 넘치다가도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생각하면 불안과 괴로움이 밀려듭니다.

이런 저를 위로해주고 가르쳐주는 스승같은 존재가 바로 우리집 식물들입니다.

아이 셋이 늘 소란하고, 집은 엉망이고, 설거지가 쌓여있는 날도 많지만 저는 5년째 식물화분을 키우고 있습니다.

스파트필름은 참 신기합니다. 생생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잎을 축 늘어뜨립니다. 그럼 만사를 제쳐놓고 물부터 흠뻑 주어야 합니다. 일주일에 한번 물주기를 놓치면 저런 신호를 보내는데, 아마 우리집의 모든 식물은 스파트필름의 민감성 덕분에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식물의 뿌리를 둘러싼 흙은 너무 촘촘해도 안되고, 느슨해도 안됩니다. 물이 잘 흘러서 화분밖으로 빠져나갈 정도가 우리집 식물들에게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식물들을 키우면 노란잎, 검게 변한 잎이 보일 때도 많은데 그게 흉하다고 떼어버리면, 정작 식물이 주는 큰 신호를 알아채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잎이 시드는 부위가 점점 커지는지, 아니면 부분에 멈춰있는지 지켜보면서 물과 햇빛으로 돌보면 됩니다. 흉하게 시든 부분은 어떤 면에서 식물들의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에, 큰 전체를 지켜보며 멀리 내다보면 됩니다.


예쁘다고 물과 볕을 과하게 주어도 시들고, 식물이 주는 신호를 알아채지 못해도 병들어가는 식물들.


저는 스파트필름의 신호로 전체 화분에 물을 주면서 항상 생각합니다.

'과하지도 말고, 부족하지도 말자. 무심한듯 지켜보다가 내게 신호를 보낼 때에는 반드시 두 팔을 내밀자'


흙은 말라도 안되지만, 물이 늘 풍족해도 뿌리를 썩게 만들어 버립니다. 제가 아이들을 키울때 늘 주의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식물은 제가 주는 물만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열어놓는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 햇빛이 없을 때 켜 놓는 낡은 전구의 빛, 가끔 틀어놓는 선풍기나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도 식물들을 키워내는 힘이라는 걸 느낍니다.

내가 어떤 존재를 오직 자력으로 키워낸다는 독선에만 빠지지 않으면 식물을 키워내는 다양한 모든 작용들에 눈을 뜨고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돌보는 나의 활동이 근본적으로는 나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육아에 관련된 사회적인 이슈가 많지만, 사실 대부분의 많은 엄마들은 아이들을 돌보며 자신의 내적인 성장을 이루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결국 내가 부딪치는 벽은 '나'라는 벽이라는 걸 느꼈고,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사색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집 아이들도 엄마와 엄마를 둘러싼 작용들에 눈을 뜹니다. 엄마의 감정과 생각, 엄마의 독서, 엄마의 글쓰기, 엄마의 여행..

아이들의 입장에서 가장 가까운 엄마라는 존재가 자신과 다른 세계를 갖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 세계를 받아들이고 존중해가야 한다고 배우는 것은 아이들의 내적인 자유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타인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건 상대방을 위한 배려이기 전에, 아이들이 이 세상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겪을 많은 어려움을 스스로 풀어낼 수 있는 내적인 자유의 열쇠입니다.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과 시선에 아이의 진정한 자유가 걸려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타인을 내가 이겨야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현상이 슬픕니다.


몸길이 10센치의 행운목이 그 두꺼운 나무껍질에서 예쁜 새싹을 틔웠습니다. 너무 곱고 예쁘지만 그럴수록 한걸음 떨어져서 담담하게 바라봅니다.

'담담한 척 하지만 너의 모든 신호에 엄마는 천개의 안테나를 켜놓고 있단다'라고 마음속으로 말을 건네어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막내와 둘이 떠난 초록초록 동해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