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누리길 고양 구간(4,5코스. 총 19km)
평화누리길은 12개 코스, 총 189km의 걸기 길로, DMZ 접경지역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 총 4개의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의 걸기 길이다. 제주올레길(425km)보다는 짧지만, 서울둘레길(157km), 북한산둘레길(71.5km)보다는 긴 구간이다. 평화롭고 조용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중교통 접근이 약점이다. 산길이 많지는 않으나 최장코스가 28km인 난코스도 포함되어 있다.
이 글은 4,5코스인 고양구간(총 19km)의 완보기다. 비교적 편안한 코스다.
평화누리길은 둘레길이 아니다. 길의 시작과 끝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 또 특이한 점은 이어지지 않고 길도 중간에 한 번 끊어진다는 것. 김포구간이 끝나면 고양구간에서는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장담컨데, 고양 구간은 김포누리길 중 가장 난이도가 낮은 구간이다. 모든 면에서 그렇다. 고도도 낮고, 길은 대부분 정비되어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편의시설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고 주차도 나쁘지 않다. 다른 평화누리길들에 비해 아기자기한 볼거리들도 있는 편이다. 김포구간에서 워낙 고생을 했던 터라, 고양구간은 슬렁슬렁 다닌 기분이다. 문제는, 짧다는 것이다. 19km면 다른 코스 하나 정도인데 2개로 나눠져있다. 체력이 좋다면 2개 코스를 하루에 걷는 데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4코스의 시작은 행주산성이다. 행주산성 인근에는 이른 시간부터 문을 연 국수집들이 있다. 행주산성 방문자들이나 자전거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고 주차도 용이하다. 나도 조금 일찍 나와서 국수 한 그릇 사 먹고 시작했다. 초계비빔국수였는데, 엄청난 양이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효율적으로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현명한 메뉴 같았다. 든든하다. 여름엔 무조건 초계국수를 선택해야겠다. 사진 보니 또 가고 싶어 지네. 따뜻한 국수 종류도 여럿 있었다. 행주산성 주차장 한 견에 평화누리길 4코스 시작문과 스탬프가 있다.
시간 넉넉하게 잡고 나와서 행주산성도 꼭 한 번 들르는 게 좋겠다. 아쉽게도, 행주산성은 이 날 휴관이어서 들어가 보지 못했다. 매우 월요일 휴관이니 기억하자. 주차장은 카드결제만 가능하고 차량 1대당 2천 원인데, 이날은 휴관이라 그런지 주차비는 받지 않는 것 같았다. 행주산성에서 내려오면 무난하고 편안한 길의 연속이다.
행호정? 이라는 전망 데크 같은 것도 나오고 조용한 한강을 따라 산책길이 이어진다. 이날은 좀 흐렸지만 맑은 날은 강과 하늘이 멀리 시원하게 보일 것 같았다. 한참을 자전거길을 따라가야 한다. 이 날은 여우비가 오다 말 다했던 날이라 하늘이 흐리다 맑다를 반복했다. 참, 고양 구간부터 자전거길과 많이 겹쳐서 평화누리 자전거길을 다디는 자전거족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특히 주말에는. 걷는 사람은 거의 없고 자전거족이 많다 보니 자전거길에 세 들어 걷는 기분이 들긴 한다.
날이 맑아지면 땡볕에 걷느라 좀 힘들지만 그래도 김포구간보다는 훨씬 낫다. 가로수 그늘도 종종 등장하고. 이렇게 걷다 보면 드디어, 일산 호수공원이 등장한다. 넓고 고요한 호수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신난다.
호수공원길을 따라 걷다 보면 드디어 4구간이 끝난다. 그런데, 스탬프는 길이 끝나는 곳에 있지 않다. 길을 따라 700미터 정도 더 가야 한다. 보통 스탬프함이 있는 곳에서 길이 끝나고 시작되는데, 외 4 코스만 여기서 끊겼는지는 알 수 없다. 하여간 여기서 끝난다. 바로 자연스럽게 5코스가 시작된다.
4코스에서 이어진 호수산책길을 따라 잘 정비된 산책길을 따라 킨텍스 방향으로 걷는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5코스 스탬프함을 만나게 되고, 더 가면 노래하는 분수대가 나온다.
한 번도 노래하는 걸 본 적은 없지만 노래한다는 것만 알고 있는 분수대. 자유로 지날 때 표지판으로 봐서 익숙하다. 뭔 분수대에 도로 표지판까지 필요한가 생각했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크고 넓었다. 코로나 시즌 지나고 나면, 여름밤에 한 번 분수의 노래 들으러 와야겠다 다짐했다. 차량으로 와서 5코스를 시작하려면 이 분수대 인근의 호수공원 주차장에 주차하고 시작하는 게 동선상 좋겠다. 주차비는 유료.
이 날은 9월 중순이었는데, 정말 말도 못 하게 더웠다. 자외선 지수도 아주 높았고. 그래도 길이 예쁜 곳이 많아서 걷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코스도 짧아서 좀 걷다 보면 금세 끝나는 기분이었다.
꽤 근사한 암벽등반장이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운영시간이 아닌 건지 아무도 이용하고 있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잔디와 하늘색이 잘 어울리는 푸른빛의 암벽이었다.
태양은 뜨겁고 대추는 익어가고, 쨍한 시멘트 길을 좀 더 걸으면 가좌 근린공원이다. 좀 쉬어가려면 이 공원의 벤치에서 쉬어가면 좋을 것 같다. 8km 구간이라 생각보다 다른 코스보다 많이 짧은 구간이다. 2시간 정도 걸으면 끝이 보인다. 하지만 4, 5코스를 같이 걸었다면 좀 지치기 시작했을 상황이다.
마지막 사진이 바로 코스종점인 통패지하차도다. 왜 코스가 여기서 끝나는지 정말 알 수 없다. 무엇보다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너무 좋지 않다. 그렇다고 주차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 경우에는 4, 5, 6코스를 2회로 쪼개서 걸어서 대중교통 접근성을 최대한 고려한 동선을 짰다.
서울둘레길은 비교적 각 코스의 시작과 끝이 전철역이거나 접근성이 좋은 곳이라 코스를 당일에 끝내는 게 좋은데, 평화누리길은 대중교통 접근 방식을 여러 가지로 미리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고양은 나은데 다음에 이어지는 파주코스는 접근성 문제가 더 크다. 주말엔 대중교통이 낫고 주중이라면 주차할 곳을 찾아 미리 잘 계획을 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고양 구간은 꼭 평화누리길 완주를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가벼운 산책으로라도 계절별로 한 번씩 와보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일부 시멘트 길을 제외하면 모두 계절을 즐기기 좋은 관리가 잘 된 길이다. 그리고 제목에도 썼지만, 고양시는 어딜가도 평지에 산책하기 좋은 도시의 느낌이다. 주택가만 걸어도 평화롭다. 그래도 평화누리길을 따라서 걷는 것도 좋을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