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홍콩
과거 사진 몇 장을 보게 돼서 기록을 남긴다. 2년 전, 혼자 이유 없이 찾아간 홍콩. 다니는 내내 묘하게 쓸쓸한 기분이던 기억인데, 사진을 보니 이해가 간다. 날씨가 내내 푸르게 흐렸다. 비가 올 듯 말 듯 했지만 오지 않았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면 바닥이 조금 젖은 느낌이었던 걸 보면 나모르게 내리기는 했을 것이다.
쇼핑하러 간 것도 아니고, 딱히 목적도 없어서 유명한 식당이나 몇 군데 찾아다니며 뒷골목을 걸었다. 야시장에서 옥장식이 된 거북이도 샀다. 낡고 초라해 보이는 골목들도 많았지만 기이할 정도로 쓰레기도 낙서도 없었고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촘촘하게 낡고, 촘촘하게 관리되는 도시의 느낌이었다.
거주지 골목마다 널린 빨래들을 보며 생각했다. 날아갈 텐데. 바람이 불면, 날아갈 텐데. 바싹 마른 빨래들은 가볍지 않나? 홍콩 거리에서 굴러다니는 빨래를 만나도 놀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쉬지 않고 요리하는 식당에서 올라오는 음식 냄새가 혹 배지나 않을까 여러 생각을 했다. 저렇게 해서라도 실내건조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환영받는 느낌도, 밀어내는 느낌도 없는, 누구의 것도 아닌 것 같은 수직의 도시. 흐리고 푸른 공기 사이로 붉은빛이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공간. 가기 전에는 이 곳을 좋아하게 될 줄 몰랐는데,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좋아하게 되었다.
볕이 좋은 날에 다시 가게 되면 생각이 바뀔까? 그건 잘 모르겠으니 다시 한번 가보아야지 생각했다. 어떤 느낌일지 다시 확인하러. 무릎이 닿을 정도로 작은 식탁에서 합석하며 먹던 그 시고 매운 국수를 다시 먹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