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방콕
방콕 여행이 딱 작년 이맘때의 일이었네. 사진 본 김에 다시 정리. Sompong, Thai cooking school. 관광객 대상으로 태국요리 일일 클래스를 하는 요리학교.
수업료는 놀랍게도 고작 3만 5천 원 정도. 총 4시간 동안 타이 향신료와 요리의 기초를 배우고 4가지 요리를 실습한 뒤, 그 요리로 저녁 끼니까지 해결되니 태국이니까 가능한 가성비. 남녀노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약 20명이 함께했다. 기초 영어 정도만 가능해도 듣는데 크게 무리가 없다. 언어보다는 고수 등 향신료에 익숙한지가 더 중요할 듯.
기초 요리책을 한 권씩 주고, 30분 정도 태국요리 기초 향신료와 향채 등을 집중 강의한다. 냄새를 맡아보고 테이스팅 하거나 직접 다듬어 보는 식이다.
그 뒤 한 시간 반 정도는 태국식 찹쌀 요리하기, 카레 페이스트 만들기 같은 요기에 필요한 재료 준비를 함께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한순간도 끊기지 않고 착착 진행된다. 교사는 하나지만 글로벌 관광객 대상이고 불을 사용하다 보니 안전 이슈가 있다 보니 지원인력이 많다.
한 명 한 명 잘 챙겨줘서 곰손 아저씨도 토마토 껍질로 장미 만드는 데 성공할 정도다. 뭐 볶고 있으면 뒤에서 지켜봐 주고 매뉴얼을 외치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준비가 다 되었으면 각자 화구를 하나씩 맡아서 요리를 하나씩 같이 만들어 간다. 샐러드, 메인 요리 2, 디저트 순이다. 강사가 먼저 만드는 걸 보여주면 각자 자기 따라 하는 식이다.
강사는 어려운 용어는 아예 안 쓰고 직접 하면서 보여주고 과정에서 맛을 보고 향을 맡게 한다.
“리틀 버블버블! 버블버블! 짜라라~(기름이 작은 거품을 내고 끓으면 육류를 투입하라는 뜻.)”
“갈릭 갈릭 찹찹! 샬럿 샬럿 찹찹!(마늘과 양파를 다져 넣으라는 뜻)”
“유 원 스파이시? 모어 칠리! 노 스파이시? 노 칠리! (칠리로 맵기를 조절하라는 뜻).”
재미있었다. 그런데 일회용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요리와 테이스팅에 천문학적인 설거지 거리가 나왔다. 테이스팅 스푼 소비만 백개가 훌쩍 넘고 각 재료를 담는 그릇들과 도마 등 설거지 규모는 세기도 숨차다. 그 많은 설거지와 뒤 정리를 끝없이 대신해주는 누군가들이 있어서 재미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맛있었다. 진심이다. 그린 카레며 망고 라이스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음식. 그리고 피시소스 쓴 육류요리도 감칠맛이 일품. 무엇보다 저 토마토 장미 내가 만든 거 맞다. 다시는 못 만들 것 같지만.
이 수업에 동원되는 공간과 인력, 재료를 생각하면 과연 수지가 맞는 장사인가 싶었다. 인건비 싸고 식재료 풍부한 나라니까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서 관광객 대상 한국 요리교실을 여는 상상을 잠시 했다가 도저히 수지가 안 맞겠다는 싶어서 바로 마음을 접었다.
태국에 있다 보면 하루에 서너 번씩은 이 엄청나게 낮은 인건비를 의식하게 된다. 아직도 엘리베이터 보이가 있고 가게 문만 여는 사람이 있고 한 시간에 몇 천 원짜리 마사지가 있다. 방콕은 방문할 때마다 화려해지고 빈부차는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