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편협한 생각을 반성합니다.
모교가 홍대인 탓에 나의 대학시절 등하굣길은 유난히 붐빈 기억이 난다.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모여든 홍대 거리는 젊음의 표상이라 그런지, 수많은 단체의 활동가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아동단체, 기부단체, 외국인 단체 등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그 정신없는 홍대입구역에 나와 각자 테이블을 펴고 열심히 사람들에게 가치를 퍼트렸다.
나는 여러 단체들 중에서도 개고기 반대 서명을 받던 홍대역 9번 출구 앞의 테이블이 생각난다.
내가 개고기를 먹지는 않지만 나는 그 개고기 식용 반대 서명에 동의하지 않았다.
'저 사람들이 다 채식주의자는 아닐 텐데, 왜 개, 고양이만 먹지 말라고 그러는 거지? 동물보호도 아니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보호하자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었다. 환경과 건강이라는 가치에도 동의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동물 보호를 위해서다. 처음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기로 생각했을 때, 나도 역시나 고기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던 사람이었기에 다양한 베지테리언의 개념이 참 낯설었다.
베지테리언에도 종류가 있다고 언뜻 들었던 기억은살짝 있었다. 하지만 막상 찾아보니 왜이렇게 복잡해보이는지, '나는 어떤 베지테리언으로 살 것이고, 설명되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생겼다.
고민은 생각보다 금방 해결되었다. 거의 80%를 외식으로, 심지어 다른 사람과 항상 함께 해야 하는 상황에 온전한 채식주의를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지금은 한 끼는 완전 채식, 나머지는 해산물 허용 식사를 하는 패턴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었다.
비거니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면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보게 되었고 그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페스토 베지테리언들이 먹는 물고기도 동물인데, 채식이라고 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라는 게 그들의 이야기였다.
맞다 페스코 베지테리언도 엄연히 동물을 먹고 있고, 포유류와 어류 사이에 생명의 경중을 따질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페스코 베지테리언을 "편식"으로 치부해버리는 그 글에 왠지 모를 씁쓸함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 기분이 왜 그러했는지는 그 당시에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전 인스타에서 개고기 식용 반대 시위 영상을 봤다,
나도 모르게 '이 사람들은 다른 고기는 다 먹으면서.."라는 생각이 다시 올라왔다.
그리고는 바로 아차 싶었다.
먼저 나는 심각한 인식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 중 몇몇은 실제 비건일 수도 있다. 개고기를 반대한다고 개고기만 안 먹는다는 것은 나의 편견이다.
내가 동물들 중 포유류의 생명에 더 공감이 되어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공감이 가능한 대상에 대해서 보호하는 것이다. 즉 선택적으로 음식 섭취를 한다는 것에서 나와 다르지 않다.
실제로 식용을 위해 도살되는 개, 고양이들은 끔찍한 환경에 처해있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다.
비거니즘을 잘 풀어 설명한 나의 비거니즘이라는 만화에 이런 말이 나온다.
불완전한 실천도 의미가 있다.
비거니즘은 삶을 가두는 틀이 아니라
나의 세계를 보다 평화적으로 넓히는 '삶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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