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다운 여행에 대해 생각하게 된 순간
한참 캠든마켓(Camden Market)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저 앞에서부터 시끌시끌한 음악과 함께 웃통을 벗어 재낀 남정네들이 요란스럽게 걸어 오고 있었다.
유튜브 촬영이라도 하는지 무리 중 한 명은 큰 라디오를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카메라 장비를 들고 촬영을, 나머지는 여러 송이의 꽃을 들고 있었다.
그 무리와 나는 정확히 역방향으로 걸어 가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내 기준에서 나는 걸어 '가고' 있었고, 그들은 걸어 '오고' 있었다.
점점 그 무리들과 가까워졌고, 나의 옆을 지나던 찰나, 무리 중 한 명이
"This is for you."
라며 튤립 한 송이를 건넸다.
갑작스런 순간에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지만, 내게 건네고 있는 꽃을 받아야만 될 거 같았다.
한 손을 들어 내게 내밀고 있는 꽃을 받기까지, 그 짧고도 짧은 순간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쳤다.
여행 전, 유럽에서 아무 이유 없이 웃으며 호의 인냥 꽃을 건네고는 그 꽃을 받는 순간 돌변하여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사기꾼들을 만났다는 후기들을 수없이 봤었다.
'혹시 이 남자도 돈을 달라고 하면 어쩌지? 이 꽃을 받아도 되나?'
온갖 생각이 드는 동안 내 손은 그 꽃을 받았고, 남자는 웃으며 무리들과 떠났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받자마자 "Thank you"라고 말하는 동시에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내가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튤립을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 전 튤립맨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뭐든 지나치면 해가 될 수 있듯이, 안전에 대한 지나친 염려와 경계는 여행을 여행답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경계를 늦추고 순간을 즐길 필요도 있지 않을까_
튤립을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 전 튤립맨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캠든마켓(Camden Market)
수페르가에 예술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