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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Sep 16. 2015

나의 첫 호스텔

우린 그저 같은 여행자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나의 유럽여행 여정의 첫 도시는 영국 런던. 런던의 옥스퍼드 스트릿(Oxford Street) 근방에 있는 YHA London Central지점이 나의 첫 나홀로 여행의 첫 숙소였다. 여행의 첫 도시, 첫 숙소는 여행 시작의 순탄함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일이었다.


처음 런던에 도착해 옥스퍼드 스트릿 한복판에서 한 시간 여를 헤매다가 어렵사리 찾아간 호스텔. 나는 애초에 6인실을 예약했는데, 리셉션에서는 4인실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주었다.

첫 날에는 한 번도 얼굴을 마주치지 못한 두 명의 서양인과 인도인 한 명과 방을 썼고,  둘째 날에는 모두 체크아웃을 하고 나 혼자 독방 아닌 독방을 썼다. 이런 게 비수기의 메리트이리라.

셋째 날, 아침 일찍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다녀와서 피곤함이  온몸에 덕지덕지 붙었다. 룸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벌러덩 누워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서 깼다. 복도에서 다다다- 거리며 캐리어 끄는 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절로 눈이 떠졌다. 그리고 곧 그 캐리어 바퀴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곧 문이 열리고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서양인 두 명이 들어왔다. 복도를 울리며 나의 단잠을 깬 소리의 주범이 분명했다.


"Hi"

아주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소녀들은 아일랜드에서 여행을 온 친구사이였다.  그중 한 명이 워낙 적극적으로 인사를 하고 말을 걸어서 숙소에 머무는 동안 제법 친해졌다. 나이를 묻지는 않았지만, 왠지 나보다는 어려 보이는 소녀들은 정말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 날 저녁에는 중국에서 온 소녀가 나머지 하나 남은 침대의 주인이 되었다. 이 친구는 처음 만나자마자 나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오죽하면 내 여행 다이어리에 '말 엄청 많다^^;'라고 적었을까. 물론 나쁜 의미로 말이 많다고 한 건 아니다. 아마 같은 동양인이라 서로 더 친근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우리는 금세 친해졌고, 아직까지도 메일을  주고받으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있으니깐.

우리는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그 날 있었던  일부터 시작해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 이 친구 덕분에 한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기도 했다. 이 친구는 한국 연예인과 드라마 이름을 나열하며 자신의 친구들이 매일 'Oppa(오빠)'라고 외치며 눈에 하트를 그린다고 했다. (우리 대화의 매개체가 되어준 한류에 감사를 표한다.ㅎㅎ)

내가 묵었던 4인실 호스텔. 어떻게 보면 비좁아 보이기도 하지만, 네 명의 소녀들이 함께 쓰기에 결코 불편하지 않았다. 너무 착하고 따뜻했던 나의 룸메이트들!



나에게 있어서 런던은 친절하고, 매너 좋은, 다시 가고 싶은 도시이다. 런던에 대한 좋은 인상은, 에너지 넘치는 스텝들과 여행객들이 있었던 숙소 그리고 룸메이트들이 한 몫을 했다.

실제로 여행을 하다 보면, 묵었던 숙소와 여행 중 만난 사람들에 의해 한 도시의 이미지가 결정되기도 한다. 그만큼 숙소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한데, 나에게 런던에서 있는 동안의 모든 것들은 정말 더할 나위없이 최고였다.


내가 묵었던 호스텔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We are the world(위 아더 월드)'였다. 엘리베이터, 다이닝 룸, 리셉션 등 어디에서라도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눈만 마주치면 "Hello"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 런던에 도착했을 때는 모르는 사람들이 웃으며 인사를 건네면 나도 "Hello"하고 조금 어색한 미소로 인사를 했는데, 나중에는 적극적인 영국 문화에 적응이 되어서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곳에서는 그저 모두가 저마다의 여행을 떠나온 여행자였다.

여행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는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고 창 밖을 바라볼  때마다 마주했던 건물. 높은 빌딩이나 아파트가 아닌 지극히 영국스러운 건물이 내 눈 앞에 있다는 게 좀처럼 실감나지 않았다.


내가 사용했던 침대 일층. 저녁에 호스텔에 돌아오면 가방을 정리하고 그 날의 다이어리를 열심히 적었다.


다이닝 룸에 내려가는 길. 계단의 모든 벽면에는 문화의 메카 런던답게 각 종 공연 포스터들이 붙여져 있다. 포스터들을 이용해 또 하나의 인테리어를 만들어 놓았던 게 썩 마음에 들었다. 이 통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일부러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해 걸어 내려가기도 했다.


매일 아침마다 들렸던 다이닝 룸. 화장대, 드라이기, 다리미, 세탁기 모두 갖추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런던에서의 첫 날을 제외하고는 항상 아침마다 씻은 후 이 곳에 내려와 머리를 말리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곳에서 아침 준비를 하다 보면 다이닝룸을 이용하는 많은 여행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재미 또한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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