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그 곳에서 처음 따스함을 느꼈던 순간
예전부터 영국에 가게 된다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가 바로 'Hillsong Church'였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언젠가 어느 나라건 Hillsong Church가 있는 나라에 가게 된다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평소 Hillsong이 부르는 CCM을 좋아했고, 워낙 유명하기도 한 탓에 언젠가 꼭 가보겠노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 또한 굉장히 막연한, 뜬구름 같은 생각이었고, 내가 이렇게 정말 Lonon 중심가에 있는 Hillsong Church에 가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침 런던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이 일요일이었다.
나홀로 유럽여행 여정의 고작 둘째 날, 나의 일요일 오전 스케줄은 Hillsong Church에 가는 것이었다.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된 건지 새벽에 말똥말똥 떠진 눈은 감길 줄 몰랐다.
전날 저녁, 런던에 도착해 Oxford Street 한 가운데에서 숙소 찾아 삼만리를 해서 그런가? 아니면 여행 전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택배 배송 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던 게 탈이 난 건가? 그것도 아니면, 잠깐 잠든 사이 누군가 날 두들겨 팼나?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다 들 정도로 정말 온몸이 너무 쑤시고 아팠다.
결국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아침을 맞았다. 정확히 8시 10분에 맞춰 놓은 모닝콜보다 내 몸이 더 빨랐다.
뜻하지 않게 조금 더 이른 하루를 시작한 나는 아직 자고 있는 룸메이트들의 눈치를 보며 나갈 채비를 마쳤다.
GPS를 키고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보며 힐송으로 향했다. 다행히 헤매지 않고 한 번에 찾아 갔다.
정문 앞에는 스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쭉 서서 사람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거 같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들어가는 거 같기도 하고, 어떡하지? 그냥 들어가볼까?
그래, 일단 물어보자.
제일 가까이에 있던 한 남자 스텝에게 다가가 물었다.
"Excuse me, This is Hillsong Church?"
나의 콩글리쉬를 용케 알아들은 그 남자는 해맑게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아직 문 여는 시간이 아니라고 한다.
어디에서 왔는지, Korea라면 North? or South? 부터 시작해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하며 관심을 가져 주었다.
그렇게 꽤 대화를 나눴는데도 아직 오픈까지는 20여분이라는 애매한 시간이 남았다.
한 겨울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머리가 산발이 되고 콧물은 자꾸 흘렀다.
그 스텝은 코를 훌쩍이는 나를 보고는 너무 추우니깐 근처 카페에 있다 오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바람이 너무 매서워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았다.
그는 지리 따위 모르는 나를 근처 스타벅스까지 데려다 주었고, 예배 후에 다 같이 런치타임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이따 보자고 말하며 돌아갔다.
해외 스타벅스는 처음인지라 궁금함이 앞섰다.
이전에 동양인 비하 사건이 난무한 스타벅스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터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잔돈이 너무 많아 처리해야겠다 싶어 동전들을 꺼냈다.
아직 영국의 Pence(펜스) 개념이 어려운 나는 동전을 하나 하나 세며 버벅거렸다.
그런 나를 보고 직원은 "That's Okay" 라며 내 손에 올려진 동전들을 계산하더니 알아서 동전을 가져갔다.
여행 이틀째, 사실 전 날 런던에 도착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나 혼자 숙소를 찾아 헤맬 때, 외딴 섬에 혼자 버려진 것 마냥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 괜히 혼자 왔나 싶기도 하고, 어딜 가나 서양인들 사이에서 튀는 동양인인 나는 잔뜩 움추러 들어 있었다.
그런데 방금 전 만난 Hillsong의 스텝과 친절한 스타벅스 직원 덕분에 얼음이 녹아내리듯, 마음이 따스해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 따스한 기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Starbucks in London.
생애 처음으로 가 본 해외 스타벅스. 한국과 다를 건 없었다.
이 때 옆 테이블에 다섯 살도 안돼 보이는 아이와 갓난아기를 데리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아이가 실수로 테이블에 음료를 쏟았고, 아기를 안고 있던 아주머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친절한 런더너들 덕분에 마음에 따스함이 차고 넘쳤던 나는, 일어나 휴지를 가져다 아주머니께 드렸다.
다시 자리에 앉고 보니 내가 너무 오지랖을 부렸나 싶기도 했지만.
그럼 어때, 나는 지금 런던에 있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되는 거야. 그 뿐이야.
Hillsong Church 내부.
사실 이 건물은 뮤지컬 'Billy Elliot'를 공연하는 대형 극장이다.
재미있는 건, 극장 주인이 독실한 크리스천이라서 일요일에는 이 건물을 교회로만 사용하도록 했다고 한다.
많은 스텝들이 먼저 다가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챙겨준다.
나 또한 모든게 처음이었던 낯선 그 곳에서 챙김을 받는 사람으로 그 작은 친절과 관심들이 너무 고마웠다.
정말 따스했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