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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cYejee Feb 28. 2021

Square Forest

3. 10년, 空白





텅 빈 공간을 마주했을 때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비운다는 것,

침묵만으로도 공간은 이야기를 건네고 여운의 소리를 낸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 네모난 공간 안에서는 숨죽인 발소리와 옷깃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작은 소리를 모아준다.


이사하기 위해 박스들을 모아 방 안에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10년을 넘게  집에 살아서인지 정리해야  것과 버리고 가야 하는 짐들이  많았다. 게다가 지금보다 좁은 집으로 하는 이사라 짐을 많이 줄여야 했다.  방의 오래된 옷장은 생각보다  만했지만 너무 험하게 다룬 탓에 서랍장이 망가졌다. 그래서 서랍장을 분리하고 창가에 세워 탁상으로 사용하며 꽤나 맘에 들어했었는데 그것도 그냥 버리기로 했다.













새로 이사 온 나의 방은 넓은 창이 나 있고 긴 벽과 벽을 양쪽에 두고 창 반대편엔 문이 있었다. 벽과 벽은 사진이나 영화 포스터, 내가 그린 그림이나 맘에 드는 그림 등으로 메워져 있었다. 이렇게 기분에 따라 작은 변화를 주는 것은 꽤 좋은 기분전환이 된다. 넓은 벽을 좋은 영감을 주는 것들로 채우면서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보고 나서 좋았던 영화의 포스터를 붙이거나 좋은 기억으로 남은 사진, 그린 그림 중에 마음에 가장 드는 것을 벽에 붙이곤 한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생활하는 방이 자주 마음에 들지 않아 가끔씩 방 구조를 바꾼다. 이사 오기 전에 살던 곳에서부터 생긴 습관인데 이런 반복을 겪으면서 알게 된 것은 방을 정리를 하면 마음도 함께 정리가 된다는 것. 그리고 반대로 방이 정신없이 어질러져있으면 내 마음 상태도 헝클어진 기분이다.

말처럼 방의 상태를 보고 확인한다. 내가 지금 어딘가에 홀려서 내면을 살피지 못하는구나,

그러면서 항상 방 정리를 미루다 한꺼번에 치우는 경향이 있다. 가끔은 정말 침대 모퉁이에 겨우 누어 잠을 청할 때도 있을 만큼 나는 가끔 매우 게을러진다. 그러다 괜찮아지는 때가 되면 나름에 규칙을 세워 방을 뒤집는다. 이번엔 어지르지 말고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자. 엊그제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방을 싹- 정리했다.






짐을 다 빼고 나니 정말 아무것도 없는 발가벗은 네모난 공간이 덩그러니 나를 감싸고 있었다.

조용하고 텅 빈 방에 작게 이야기해도 울리는 소리가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이사하기 전에 방을 싹 치우고 무언가 있었던 자국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 생긴 낡은 자욱들이 벽에 남아있는 것이 보였고 실감이 났다. 아 여기를 떠나는구나.


변덕스러운 성격 때문에 띄었다 붙이고를 반복한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10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벽에 담겨 있었다.


그렇게 텅 빈 방을 꽤 오래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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