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품과 함께 출근한다.
엄마를 느끼는 방법
나는 엄마와 체형이 비슷했다. 비슷한 키, 팔다리를 얇지만 군살이 잘 붙는 체형. 그래서 입는 옷에 따라 우리는 날씬하게 보이기도 했고, 살이 붙어 보이기도 했다. 좀처럼 쇼핑에 취미가 없는 나에게 엄마는 종종 엄마가 구입했던 옷을 주는 것을 즐겼다. 아무거나 또 받아오는 털털한 성격의 딸은 아닌지라, 취향이 아니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건 내 스타일 아니야.’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개 중에 취향에 맞는 옷을 하나 받고는 그 옷을 줄기차게 입고 다니면 엄마는 그렇게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는 떠나기 전부터 옷을 많이 정리했다. 아끼는 옷을 친한 친구에게 주기도 하고, 겨울에 입으려고 큰 마음먹고 산 고가의 코트도 나에게 건넸다. 엄마는 그 해 겨울을 넘기지 못할 것을 예감했나 보다. 그 코트를 받지 않겠다고 고집하던 나는, 엄마가 떠난 그 해 엄마의 옷장을 정리하며 그 코트를 내 옷장으로 가지고 왔다.
엄마의 옷장을 정리하다 보니, 엄마가 나에게 주려고 했던 옷들이 많이 보였다. 마흔이 되고 보니, 나에게 어울리는 옷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왠지 그 옷들을 입으면 엄마가 느껴지는 것 같은 안정감도 들었다. 그 옷에는 엄마가 그 옷을 고르기까지의 시간과 엄마의 손길이 담겨 있었다. 나는 많은 옷들을 가져다 입고 있다. 엄마는 평소에 액세서리를 전혀 하지 않는 나에게 이따금씩 반지나 목걸이를 주고는 했는데 고스란히 서랍에 넣기 일쑤였다. 얼마 전 서랍을 정리하다 엄마가 억지로 두고 갔던 반지들도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어려워지는 날들에 엄마의 옷과 반지를 착용하며 집을 나서면 나도 모르게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집수리 문제로 홀로 사는 아빠의 집에 머문 적이 있었다. 아빠의 잠옷이 익숙했다. 엄마가 평소에 박스티로 즐겨 입던 옷을 아빠가 잠옷을 입고 있었다. 다소 작아 보였지만, 아빠는 그 옷을 매만지며 ‘네 엄마 옷이야. 근데 편해.’라고 했다. 나도 지지 않고 ‘아빠, 이거 엄마 옷이잖아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 잘 어울린다며 웃었다. 조금 흐른 눈물은 알아서 닦았다. 서로 어떤 마음으로 엄마 옷을 입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지금 옷장에는 엄마가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하고 남긴 겨울 코트가 걸려 있다. 조금씩 추워지는 가을, 엄마가 떠난 그 가을이 가고 있다. 못 견디게 추운 겨울이 오면, 나는 엄마의 코트를 꺼내어 입을 것이다. 그러면 이번 겨울도 무사히 넘길 수 있는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