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절반도 남지 않았다

인생, 절반도 남지 않았다.

by 고밀도

마흔 살이 되었다고 유독 호들갑을 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마흔이 몇 개월 남지 않았다. 나름 호들갑을 떨었던 명분이 있다. 앞자리가 ‘4’로 변하기도 전에, 엄마를 잃을 줄은 상상도 못 했고 내면의 타격은 생각보다 강했다. 우울을 털어내고 다시 삶을 변화시킬 핑계가 필요했다. 나의 ‘마흔’이 좋은 핑계가 되어주었다. 나는 마흔을 기점으로 변하겠 노라고 떠들었다. 어떻게 변할지 구체적 계획은 없었지만, 어쨌든 전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40년 동안 살아온 관성이 있었기에 변화는 쉽지 않았다. 오히려, 현상유지를 하는 것도 힘든 한 해였다. 고군분투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찬바람이 불었고, 나의 마흔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 큰 실망감이 다가왔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니까.


하지만, 나의 마음을 뒤흔든 건 지인이 보낸 한 통계 조사였다.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이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80세가 되면 100중 30명만 생존한다’고 집계되었다.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평균 나이는 76~78세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마흔의 기준에서 나의 인생은 절반도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것도 그 사이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가정하게 말이다.


마흔, 정말 절반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올 한 해의 마흔도 그렇지만, 인생이 절반도 남지 않았다니 조바심이 났다. ‘마흔의 여행’, ‘마흔의 도전’보다 절반도 남지 않은 인생을 후회하지 않고 행복하게 보낼 궁리를 해야 했다. 그제야 ‘마흔’이라는 프레임이 거치고 내가 보였다. 지난 40년 동안의 나를 되돌아보았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버리고 싶은 모습들도 많이 보였다. ‘눈치’를 보면서 나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계획을 세워놓고 틀어지면 부정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것,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의사소통에 혼선을 주기도 하는 것이 보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은 한 바닥을 꽉 채울 수도 있다.) 반면, 칭찬해주고 싶은 면도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책임을 다하는 것, 최대한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하려는 마음가짐,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하는 태도들도 있다. 이런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했는지를 떠올려 보고 있다. 어떨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지, 행복에 겨웠던 순간들은 언제인지를 지금도 계속 찾는 중이다.


곧, 마흔이 가고 나는 40대에 익숙해진 ‘마흔한 살’이 된다. 마흔은 가지만, 남은 인생을 후회 없이 살기 위한 노력을 계속될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많지 않다. 너무 진부한 말이지만,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내 삶을 사랑하는 일은 그 어느 순간에서도 가장 중요한 미션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열심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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