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기생’이라는 강한 단어를 제목에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글을 써내려 가고자 한다. ]
성실은 미덕일까? 성실한 사람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나, 성실한 사람들에게도 아름다운지는 의문이다.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나 성실함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쉽게 공유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우연히 본 기사였다.
https://news.imaeil.com/page/view/2023042320245394211
소득 상위 10%가 근로소득세 74% 낸다.
대기업 근로자이자 장기근속자인 나는 아마도 헤드라인의 주인공일 것이다. 소득 상위 10%라고 하면 삶의 풍족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갓생’을 살아내지 않으면 대기업의 업무량을 감당하면서 정상적으로 가정에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의 등교를 준비하고 1시간을 길에 쏟으며 출근을 한다. 최소 9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며(9시간이면 정말 땡큐한 날이지!) 그 시간에 홀로 있을 아이 옆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학원에 많은 돈을 가져다주며 위태롭게 하루를 보낸다. 집에 도착하면 부모로서 역할을 집중적으로 해내는 동시에 쌓여 있는 집안일을 처리한다. 또 다른 전쟁이 시작이다. 이런 일상을 유지하려면 많은 에너지와 비용을 필요로 한다. 매월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세금을 보면서 이것이 공평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만 의의를 제기할 수 있는 창구는 어디에도 없기에 현실을 수용하여 ‘조금 더’ 성실하게 살아내려고 한다.
하지만, 기사에서의 다음 문장을 보면 세금의 구조뿐 아니라, 직장 내에서의 ‘성실’한 자들의 위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근로소득자의 35.3%에 달하는 704만 명은 면세자”
밤낮으로 성실하게 일하는 근로 소득자에게 많은 세금이 부과되듯이, 직장에서도 일을 성실히 해내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일이 부과된다. 급한 업무가 떨어지면, 그 일을 뭉개지 않고 해낼 수 있는 성실한 자들이 배정 1순위가 된다. 상사들의 이유는 늘 한결같다. “일을 잘하니까 일이 많은 거야.” “알잖아. 저기에 일을 맡기면 결과가 나오지 않는 거…” 그래서 많은 조직에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몇 명이 그 부서의 일을 절반이상하고 있다. (15년 동안 다양한 부서를 체험하며 내린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한 결론입니다.) 이것은 직장과 사회에서 '성실'의 현주소다. 그러니 성실로 얻는 이득을 떠나 어찌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며칠 전 급하게 떨어진 업무를 하느라 점심을 샌드위치를 때우고 있는데, 옆에 앉은 동료는 쇼핑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아침 출근길 근로 소득자의 세금 구조가 부당하게 이 기사를 보지 않았더라면 억울함이 덜 했을까? 그렇게 성실한 장기근속자의 하루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