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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밀도 Aug 14. 2023

꼰대와 어른의 차이

수용과 인정을 잃지 않기

출근길 라디오에서 익숙한 목소리의 새로운 리듬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바로 조용필 님의 신곡 'Feeling of you'였다. 나는 그 음악을 듣고 정신이 번쩍 뜨였다. 1950년생이시면 70대이신데, 요즘 나오는 노래들과 견주어 트렌디함이 밀리지 않았다. 단순히 트렌디함만 묻어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인 면도 있고, 목소리의 고유성은 잃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버물어져 노래에서는 세련미가 발산되고 있었다. 몇 년 전 바운스가 나왔을 때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는데 그게 그의 마지막 시도일 테지라고 오해한 것이 꽤나 죄송스러웠다. 


이런 노래를 만들기 위해(전혀 나이와 세월이 느껴지지 않은) 그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분명 자신의 경험과 성공에서 나오는 고집보다는 인정하는 태도로 수용하는 어른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기에 몇 십 년 동안 본인에게 익숙했을 기교나 애드리브는 빼고, 조용필 님의 목소리가 온전히 드릴 수 있도록 녹음이 된 것이리라. 


더 나아가 결국 어른과 꼰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수용과 인정(그랬구나 하는 인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언젠가 영화에서 나이가 들면 전두엽도 노화되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내용을 본 일이 있다. 과학적 근거는 차치하고 사람들은 그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주위에서 만나는 꼰대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일상어가 되어버린 "꼰대"의 탄생도 현실을 반영한 것이리라.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꼰대는 권위주의적 사고를 가진 어른들을 지칭한다고 한다. 권위는 강요에 의해서 생길 수 있는 게 아닌데 특히 한국에서는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오래되면 권위가 저절로 세워진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권위는 자발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야 형성이 되는 것인데 말이다. 


자연스럽게 존경하게 되는 꼰대가 아닌 진짜 어른들을 살펴보면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조용필 님에게서 느꼈던 수용과 인정인 것이다. 새로운 것과 생산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인정하는 태도를 나이 들어서도 계속 간직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직장에서도 직급과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수용과 인정이 사라져 가는 걸 느낀다. '다 해봐서 알아. 이거 안돼.'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어른, 후배들의 피드백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만이 정답인 것처럼 행동하는 어른.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나 스스로도 수용과 인정을 잃고 꼰대가 되어가지 않는지 점검해 봐야겠다. '그럴 수도 있지.' '이렇게 변화를 시도해 봐도 좋겠네.'라는 마음을 잃지 않고 진짜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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