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나에게 준 선물
입사 10주년 휴가의 힘
2년 전, 나는 입사 10주년을 맞이하여 공식적으로 장기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10주년이라는 숫자가 어떤 큰 마일스톤을 통과하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남은 휴가를 모두 끌어 모아 4주를 확보하고 ‘쉼표’를 찍기로 한 것이다. 유럽으로 장기간 여행을 가볼까도 했지만 그 욕심은 넣어두기로 했다.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간 누리지 못한 여유를 즐기고 듣고 싶었지만 평일에 진행되어 부담이 되었던 몇 가지 수업들을 듣기로 했다. 한 달여 정도 덩어리의 시간은 마치 풀어보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10주년 휴가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쫓기지 않고 시간을 보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때의 ‘휴식’이 근속 10년을 지나 13년차까지 버티게 한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힘을 잃어가던 나의 ‘꿈’에 다시 불을 지펴줬고, 꿈을 향해 갈 수 있는 첫 단추 ‘글쓰기’를 하게 된 것이다.
먼저, 꿈을 향해 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회사에서는 꿈을 꾼다는 것이 사치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내 안에 무언가 꿈틀대는 것 같았지만 그 감정을 나눌 대상이 없었다. 나랑 비슷한 ‘dreamer’들이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서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거의 없다. 10년동안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사람들과 비슷한 일상을 지내왔던 나에게 ‘꿈’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만난 것으로도 상당히 고무되었다. 세상 밖에는 내 생각보다 다양한 삶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6년차 워킹맘으로써 일과 삶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었는데 그 시기를 견디어 내고 15년차, 20년차에 접어든 워킹맘들을 보니 그들이 쌓아온 시간 앞에 그저 겸손해질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정년 퇴임을 하시고 새로운 인생을 찾기 위해 오신 분들을 보기도 했다. 열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목격하고 나서 내 열정의 유효기간도 조금 더 길게 잡아볼 수 있었다. 현실에 지쳐 꿈을 잃어버릴 뻔 하던 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두 번째의 소득은 ‘글쓰기’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특별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며 지내던 어린 시절, 처음으로 받은 칭찬과 상장이 글쓰기였다. 단지, 글을 완성했다는 것만으로 상장을 받은 것인데,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언젠가는 글을 제대로 써 봐야지 하고 생각만하다가 약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래서 버킷 리스트의 하나로 글쓰기 수업을 넣어두고 수업의 첫 단추를 끼웠다. 조금씩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해서 이제는 답답할 때면 글을 써야 감정이 풀리는 삶이 되었다. 나의 필력과는 상관없이 글쓰기는 일상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4주의 휴가를 쓰기 전에 며칠을 끙끙 앓으며 고민했다. 혹시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싶었다. 고민 끝에 쓴 휴가였다. 그 10주년 휴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디에 서 있을지 아찔하다. 일상에서 잠시 한 걸음 벗어나 보냈던 그 한 달의 시간이 2년 이상 나를 꿈을 향해 움직이게 해준 것이다. 그래서 휴식은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중요하지는 않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채워진 동력이 동이 날 때쯤 만나게 될 ‘휴식’이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가 줄지 미리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