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
약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일상의 루틴은 중요하다. 삶의 규칙적인 리듬에서 오는 안정감이 있다. 비슷한 시간에 눈을 뜨고, 식사하는 것은 리듬감에 큰 도움을 준다. 나 스스로도 일상의 루틴을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지난밤의 나스닥을 확인하고, 차 안에서는 동일한 주파수의 라디오를 듣는다. DJ가 알려주는 시간으로 시간을 가늠한다. 나의 자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머그잔을 씻어 달달한 맥심을 한잔 마시고 활력을 챙긴다. 그리고 고전 필사 한 문단을 손글씨로 쓰고, 하루의 to do list를 만든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좋아하는 메뉴를 골라 점심을 먹는다. 그렇게 아침에 적어놓은 to do list를 따라 list를 하나씩 클리어한다. 밤 10시 이후가 되어서야 나만의 시간이 생기고, 그날을 치유하는 시간을 보낸다.
예상 가능한 일정은 자칫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업무는 역동적이지만,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사람들과 사건을 마주한다는 점에서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지겨움이라고 표현해야 맞을까?) 때때로 쳇바퀴를 굴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것을 약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인생의 한 꼬집의 양념(a pinch of salt)이다. 그 양념 중 하나가 “세렌디피티(serendipity)"이다. 사전적으로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특히 과학연구의 분야에서 실험 도중에 실패해서 얻은 결과에서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약간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운이 좋을 때는 노력없이도 세렌디피티의 순간이 자주 찾아오기도 한다. 우연히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되거나, 행운을 만나게 되거나, 좋은 영화나 책을 만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연에만 기대하기에는 확률이 낮기때문에 일상의 세렌디피티를 숨겨 놓는 방법이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굿즈나, 소품들을 발견하고 구입하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일종의 소확행인 셈이다. 여기에 약간의 세렌디피티를 불어넣는다. 당장 받을 수 있는 제품을 사지 않고 주문 제작을 하거나 예약 배송이 되는 것들을 찾는다. 주로 와디즈 펀딩이나 인스타그램의 셀럽들이 직접 만들어서 파는 제품들이 선주문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스트레스가 많은 날,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물건들을 주문해놓고, 일상을 살아간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날에 제품이 도착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 기쁨이 배가 된다. 마침 그날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면 그 작은 택배 하나로 그날의 위로를 몽땅 받을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일력에 숨겨진 문구나 필사를 하는 것도 우연히 좋은 문구를 만나게 해 줌으로써 나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도와주는 방법인 것이다.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생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한다. 내가 주도할 수 없고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은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럴 때 조금씩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작은 선택을 늘려간다면 소소한 행복과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오늘이라도 곳곳에 ‘스스로 만든 세렌디피티’를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 어쩌면 이 작은 선택이 미래의 힘든 어느 날에 큰 힘이 되어줄지 모를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