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처음은 응원의 힘을 먹고 자란다.

by 고밀도

저녁 하기 힘든 날, 동네에 있는 작은 퓨전식당을 찾았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여러 명의 직원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유독 홀로 분주해 보였다. 누가 봐도 신입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였다. 몸의 움직임은 많았지만 아직은 요령이 뒷받침되지 않아 효율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아르바이트 생은 아직 메뉴가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연어와 소고기 메뉴를 주문했는데, 잠시 후 다시 와서 연어와 소고기가 맞는지 확인을 했다.


기다리는 동안 물 티슈를 요청했는데도 두 번 더 말을 하고 나서 받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고기 대신 새우가 도착했다. 새로운 메뉴인 소고기를 먹고 싶었지만, 나는 그 아르바이트생을 보면서 나의 아르바이트 시절이 생각나서 그냥 먹겠다고 했다. 비프는 다음에 먹으면 될 일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패스트푸드점, 백화점, 건강식품 가게, 레스토랑 등등. 어디를 가든 처음부터 능숙하게 할 수는 없었다. 업장의 매뉴얼을 익혀야 하고 사람들도 익숙해져야 하고 편한 동선을 찾아야 한다. 반드시 시간이 걸리는 일들이었다.


한 번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와서 펑펑 눈물을 흘린 일이 있다. 벌써 15년 전의 일이지만 그 속상함의 깊이는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워홀러로 호주에서 지내고 나는 호주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캐셔로 일했다. 캐셔로 일하는 대신 호주 당국이 정한 시급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았다. 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었던 나는 영어로 말하면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다. 처음으로 접하는 중국어 메뉴에 도통 익숙해지지 않아 꽤 신경을 쓰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날 내가 담당한 포스를 정산해보니 20불이 비었다. 해당 포스는 캐셔의 책임이었다. 아무래도 돈을 거슬러 줄 때 20불이 두 장 딸려 들어간 모양이다. 20불이면 3시간을 일하고 번 돈보다 많았다. 일을 하고도 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레스토랑에는 괜찮다고 메꾸겠다고 말하고, 실수가 부끄러워 서둘러 나왔는데 문을 나서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만약 양심 있는 손님이었다면 다시 돌려줬을 텐데, 손님들이 야속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더욱 꼼꼼히 거스름돈을 나눠줬다.


많은 아르바이트의 경험으로 나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아르바이트생을 보면 마음이 동한다. 그때 나는 낯선 메뉴에 적응하고 있는 처음의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고, 처음은 미숙하다. 누군가 그 실수를 조금 따뜻하게 감싸줬다면 그날 나는 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처음의 어려움을 아는 나는 미숙함을 날카로운 눈으로 보기보다 너그럽게 받아주고자 결심했다. 비프 메뉴를 더 먹고 싶었지만, 새우로 변경해도 나는 크게 속상하지 않았다. 매니저는 감사하다고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었다. 제공된 서비스보다 훗날, 그 아르바이트생이 어른이 되었을 때 처음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미숙한 사람들을 다시 너그럽게 대해준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에게 처음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모두의 처음을 응원하고 다독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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