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is coming soon.

마흔을 대하는 자세

by 고밀도

백세 시대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마흔은 인생에 있어서 중간지점을 의미하는 것 같다. 마흔은 인생의 상반기를 마치고 하반기로 들어가는 새로운 시작점이다.


먼저 마흔의 길을 걸어가 본 인생의 선배들에게 물었을 때, 호되게 마흔을 겪었다고도 했고,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나의 마흔이 어떠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준비하는 자세로 마흔을 맞이하고 싶다. 숫자를 핑곗거리로 만들지 않으면 우리 인생은 그저 흘러가기만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마흔을 준비한다. 마흔을 맞이하는 첫 1월에는 그동안 아껴왔던 휴가를 쓸 예정이고, 마흔의 세리머니도 조금씩 계획을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흔을 준비하는 마음 가짐이다. 나의 마흔은 다음의 세 가지 자세와 함께 시작될 것이다.


먼저, 무엇보다 나의 희열을 따르겠다. 지난날은 해야만 하는 일들, 인내해야 하는 일들에 시간을 쏟아왔던 것 같다. 지난 인생의 상반기 40년 동안 수동적이었던 학창 시절, 치열했던 청춘, 어른의 초입기들을 거쳐왔다. 선택의 순간에는 나의 희열보다 나에게 더 좋은 것을 가져다줄 것들에 손을 내밀었다. 선택을 한 뒤, 그것이 나의 희열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마흔부터는 내 심장이 뛰는 일, 온전히 즐거움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나를 던질 것이다. 40년의 관성의 힘을 이겨낼 수 없을 때 나를 일깨우기 위해 자주 자용하는 물건들에 이 문장을 각인을 하고 있다.


“follow your bliss”


이 문장은 영국의 비교 신화학자인 조지프 캠벨이 한 말이다. 여기에서 bliss란 “온전하게 현재에 존재하는 느낌,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해야 하는 어떤 것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희열감”이다. 마흔 이후의 삶은 나의 bliss를 따르는 삶으로 채우겠다는 다짐을 한다. 희열을 따르는 삶이 더 효율적이고 좋을 결과를 낼 수 있다.


두 번째는, 나를 더 잘 알아가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자주 낯선 자신을 마주한다. 인생의 변수를 만날 때,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려고 할 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느낄 때도 종종 있다. 바쁜 삶의 쳇바퀴 속에 때로는 나보다는 환경에, 나의 주변 사람들에 집중하면서 “진정한 나”를 놓치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는 이상적인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 가장 나 다운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 시기이다. 지난날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나를 더 파헤쳐보고 알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중한 것을 지키겠다는 다짐이다. 돌이켜 봤을 때,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지만 지키려고 노력했던 것들이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고 고열이 나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미팅과 보고서, 일을 끝마쳐야 한다는 책임감에 가족들에게 사용하지 못했던 시간들, 나의 생각과 반대되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참고 인내하며 이어가던 순간들. 지금 나에게 남은 것은 결국 소중한 가족과 사람, 나뿐이다.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랑하는 사람들하고의 시간에 투자하고 집중하는 것이 더 남은 장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40세를 불혹이라고 하는데, 불혹은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는 뜻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세상의 이치를 안다. 머리는 몰라도 40년을 살아낸 내 몸과 마음이 감을 잡고 있다. 마흔은 나의 판단을 믿어주고 그것을 따라 살아도 좋을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마흔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두려움보다는 기대로 마흔을 맞이해보려고 한다.


마흔! 개. 봉. 박.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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