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유니버스는 안녕하십니까?

My universe

by 고밀도

우리는 끝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는 거대 우주 속에 살아가는 존재다. 물리적 존재로의 우주 말고도 삶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우주(universe)를 만나고 각 우주에 따른 다양한 세계관을 접한다. 내 삶에도 다양한 우주가 존재한다. 때로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새로운 우주가 열리기도 하고, 어떤 우주들은 충돌하고, 어떤 우주에서는 내가 만든 곳이 아니라 그 안에서 버티어 내기도 해야 한다.


내가 만났던 가장 거대한 우주는 7년 전 날씨 좋았던 가을날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찾아왔다. 우주는 불현듯 발생한 빅뱅처럼 내 삶을 비집고 들어왔다. 지금까지 안정감을 느끼며 유영하던 우주와는 전혀 달랐다. 우주의 크기를 알 수 없었고, 때론 그 안에서 길을 잃었다. 아직도 나는 이 우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아이’라는 우주다.


또 다른 우주는 나와 자주 충돌한다. 십수 년 전에는 너무 들어가고 싶었던 '밥벌이'의 우주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곳에서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다. 때로는 내가 만들어 놓은 우주와 충돌한다. 내 삶의 라이프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감정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우주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견뎌내야 한다.


삶이란 내가 원하는 우주만 만나고 살 수만은 없는 법이다. 조금 더 현명하게 내 삶의 우주들이 공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최근 BTS의 ‘My Universe’라는 노래를 통해서 우리들의 우주가 안녕할 수 있는 작은 방법을 발견했다. 요즘 일을 할 때면 이 노래를 ‘노동요’로 선택하는 이유다.


특히, 이 대목이다. (가사의 모든 문장과 단어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좋지만)


You, you are my universe and I just want to put you first.
(너는 내 우주고, 나는 너를 우선으로 둘 거야)
-BTS&콜드플레이 "My universe"가사 中


“to put you first”. 아무리 거대한 우주가 존재하더라도 내가 만든 우주에서는 그 무엇보다 너를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내가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 그것은 때로는 가족, 마음,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소중한 것을 최우선으로 두는 우주 하나가 내가 속한 모든 우주를 견디게 만들 수 있다.


내 삶 속에서 ‘나’를 가장 우선으로 두는 우주가 있는지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꿈, 나의 존재 자체를 최우선으로 두는 우주가 없다면 당장 그런 우주를 만들어야 한다. 그 안에서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행복해야 한다.


그것이 나에게는 ‘글쓰기’라는 우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만들고, 미팅을 하면 에너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는 날도 있다. 그러면 차라리 집에서 무언가를 하기보다 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몸을 일으켜 글이라는 우주로 들어가면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된다. 이 백지 위에서는 사람들의 시선, 타인의 목표, 다양한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오로지 내 생각과 욕망을 토해낼 수 있다. 이 안에서는 그 무엇보다 내가 최우선이다. 엄마라는 역할도, 아내라는 역할도, 과장이라는 역할도 모두 벗어 던진다. 나를 최우선으로 하는 이 우주 덕에 가혹한 일상을 버티어 내는 것이다.


내가 주인공인 우주 하나쯤을 창조해보면 어떨까 한다. 그 안에서는 반드시 자유로워야 하고 내가 우선이어야 한다. 그런 우주가 삶을 위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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