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생일은 항상 크리스마스랑 함께 해?
2021년 12월 26일
12월
일 년 중 특히 12월 한 달은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크리스마스, 연말, 새해로 여러 약속과 행사가 겹쳐지며 가족, 지인들과 행복한 기억도 쌓고 기록도 쌓인다. 일 년 중 가장 바쁜 12월이지 않을까? 나는 가장 바쁜 달에 태어났다. 예수님 태어난 다음날이 나의 생일이고, 크리스마스 다음날 12월 26일이 나의 생일이 되었다. 그래서 일 년 중 가장 얼굴에 미소가 드리우며 설레는 달은 12월이 되었다. 나의 생일도 있지만, 무엇인가 헌 것을 놔두고 새 것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달이었으며, 예전에는 거리거리를 거닐 때, 설레게 하는 캐럴송이 울러 퍼지며 더 따듯한 분위기를 느꼈던 달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의 지갑이 제일 두둑한 달이기도 했다.
미역국 그리고....
12월 25일
출근을 하였다.
다음날 내가 준비할 웨딩이 있는 날이기도 했고, 크리스마스는 아직 신혼인 직원에게 양보하기 위해서 나 홀로 외롭게 근무를 하였다. 점점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남편에게 전화를 하였다.
남편도 크리스마스 당일 매장에 들러야 한다고 해서, 마치는 시간이 비슷하면 픽업을 하겠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1시간 전 언제 오는지 체크하고, 퇴근시간에 맞춰질 듯해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남편? 언제 도착 예정이야? "
"쟈갸! 차가 막힌다. 점점 시간이 늘어나고 있어, 어떻게 할래? 먼저 갈래? 아니면 데리러 갈까?"
"얼마나 걸릴 듯 해? "
"1시간 정도.. ㅠㅠ "
"그럼 나 먼저 갈게~ 집에서 봐!! 저녁은?"
"같이 먹자~ 집에 가서 의논해!!"
어차피 시간이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사전에 얘기한 터라 별 짜증 없이 집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집에 장보기를 한 물품이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남편이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미리 주문했던 식자재가 혹시나 상하지 않을까라는 괜한 염려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으로 가까워질 때, 갑자기 순댓국이 먹고 싶어졌다. 그리고 다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 언제 도착해?"
"이제~ 30분 정도 남았어!"
"그럼 ~ 우리 순댓국 시켜먹을까?"
"가서 결정해! 좀만 기다려!"
'이상하다.. 메뉴 머 먹고 싶다고 하면 알아서 시켜하는데, 오늘은 좀 짜증 났나?'
약간의 짜증과 귀찮아하는 그의 목소리에 괜스레.. 울컥했지만, 너무 재촉한 내가 좀 과했나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집으로 향하였다. 3시간 동안 방치되어있던 장바구니가 걱정이 더 크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내릴 때, 현관 앞에 장보기가 없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남편이 오후 늦게 나갔나? 장보기 도착이 좀 이른 시간이어서 남편이 놓고 갔나? 설마... 잃어버린 건 아니겠지. 누가 가져갔나? 아니면 잘못 배송되었나?'
여러 가지 생각에 휴대폰을 열고 장보기 주소를 확인하면서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스며드는 음식 냄새와 따듯한 온기가 점점 더 이상해 졌다.
그런데 이미 내 머릿속은 장보기 분실로 가득해서, 지금 집안의 상황은 아직 내가 느끼질 못하고, 장보기가 없는 상황이 더 머릿속에 가득했고, 그 음식 냄새와 온기는 남편이 뭘 해 먹고 그대로 나갔을 거란 생각에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장본 아이템이 들어가 있었다. 그 순간 안도의 한 숨과 남편이 넣고 갔을 거라는 확신에 정신이 돌아왔다.
외투와 손도 씻지 않은 상태로 멘붕의 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린 나는 안방에 가서 외투를 벗으려고 문을 여는 순간, 컴컴한 방에서 케이크와 꽃다발을 들고 서있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
"남편!! 나는 정말 이번 서프라이즈는 정말 속았다!! 나 정말 하나도 몰랐다"
"어? 예전엔 알았어?"
"아니.. 그건 아니고.. 이번은 정말 너무 놀랬다. "
'ㅋㅋㅋㅋ 솔직히 4번 생일 파티 중에서 3번은 다 티 났고, 이번에 정말 생각도 못하고 속았다. 그런데 한 번도 티 안 내고 속은 척했는데, 정말 이번 생일은 진짜 몰랐다.. 남편이 티 난 거 알면 섭섭해할까 봐 말 한 번 안 하고 속아 넘어갔는데, 이번은 정말.. 대박 놀랬다.'
"내가 미역국도 끓였어!"
"아.. 그래서 내가 머 시켜먹자고 하고 시킨다 하니깐 화냈구나!!"
"그래!!! 내가 처음으로 끓였는데~ 먹어봐!!"
"쟈갸.... 뭉클... 하다.. 근데.... 진짜 맛있다.. 대박!!"
태어나서 첨으로 끓인 미역국이라는 남편의 미역국은 정말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미역국이 되었고, 오늘 하루는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놀랍고 행복한 기억의 생일이었다.
결혼 후 생일 선물 준비로 몇 번 실패한 남편이 이번 생일은 내가 가지고 싶은 아이템 직접 선택하고 구매까지 내가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생일 느낌 일도 안나는 생일 선물이었지만, 그래도 뿌듯하고 즐거웠는데, 오늘의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2022년 한 해를 더 알차게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심어 주었다.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하고 남편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며 성장한다.
생일 주간이라 쓰고 먹방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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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은 떡볶이 골목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소고기 맛집이라고 기억할 수 있게 해준 곳.
금액대비 소고기 퀄리티가 너무 훌륭했고,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