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다.
나의 시간 가치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을 하면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평생 월급 받으면서 노동을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빠르게 나의 자리를 구축하고 잘 때도 돈이 들어오는 멋진 미래를 가질 수 있을까?
요즘 나의 머릿속에 떠다니는 문장들이다.
현재 나의 수익(실수령 급여)을 365일, 24시간으로 나누게 되면, 난 매 시간 4000원대 삶을 살고 있었다.
나의 한 시간의 가치는 4000원이다. 그만큼의 시간의 가치로 살아가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나의 시간의 가치는 얼마가 될까? 그리고 갑자기 앞이 깜깜해졌다.
1시간 4000원. 주 5일 근무 (평균 4.5일 근무 * 8시간)
24시간 중 잠을 자는 시간 8시간, 회사 가는 날에는 회사 근무시간 12시간 (출퇴근 준비 + 이동 +점심시간)
그리고 나머지 4시간. 그 시간은 거의 저녁 챙겨 먹고, 다음날 휴무라면 와인과 맥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면서 보냈다. 그리고 대부분 멍하게 보내고 있다.
24시간 오롯이 내가 가지는 시간들 바로 휴무일 (평균 2.5일 * 24시간)
나의 휴일은 평균 120일 정도 될 듯하다. 그 시간은 대략 2900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할까?
24시간 중 잠을 자는 시간 10시간, 가끔 1시간 필라테스, 그리고 남은 시간은 20분 책 읽고, 20분 영어 공부하다가, 나머지 12시간은 집안일, 식사 준비, 그리고 먹으면서 넷플릭스와 유튜브 보기가 끝이다.
시간을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였다.
평생직장
어렸을 때,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시험공부를 하기 전, 나는 책상 정리부터 하였다. 주변의 어질러진 문구류를 다 꺼내서 정리하고, 책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하였다. 그러면 잠잘 시간이 다가와서 공부해야 할 책을 덮고 내일을 위해 미루고 침대에 들어갔다.
대학생 때,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지 못하고 대세라고 하는 전공을 주변의 말에 휩쓸려 아무 생각 없이 학과 선택을 하였다. 그리고 뼈저리게 후회하고, 멋진 대학생 활보다 술 생활을 배우게 되었다.
알코올을 이때부터 점점 알아가게 되었고, 어느 순간 정신 차려 보니, 대학교 3학년이 되었다.
대학교 3학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 일을 위해 처음으로 열심히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그 일을 선택하는 과정을 여러 경험을 통해 거쳐가게 되며, 20대 후반이 되었다.
20대 후반에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일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 일이 나의 평생직장이라 생각하며 목표를 잡고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서 올라왔다. 그리고 결국 최종 원하는 직장을 얻게 되었고, 현재 그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그 일을 하니 나의 생각과 다른 점이 너무 많았다. 폐쇄적이고 닫혀있는 업계 문화도 있겠지만, 우선 나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았다. 노력하고 열정적으로 견디어 내야 하는 것들이 내 눈앞에 많이 놓여 있고, 과연 그것을 위해 내가 예전처럼 다시 열정적으로 노력할 수 있을까?
처음 발 들였던 20대 후반의 그 열정으로 30대의 끈질긴 끈기와 인내로 다시 할 수 있을까?
40대 나.
지금은 어떻게 하면 빠르게 퇴사하고, 나의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자본을 꾸준하게 들어오게 할 수 있을까?
조직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에너지, 그리고 거기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다 버리고, 대신에 그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야 할까? 그리고 과연 거기에 쏟았을 때,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그 일은 지금처럼 스트레스나 자괴감이 들지 않게 해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일까?
그걸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의문 속에서 오늘 하루를 보냈다.
40대 초반 나는 사춘기처럼 여러 가지가 혼란스럽다.
어떠한 결정, 그리고 노력들을 해야 더 잘 사는 내가 될지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될지 혼란스럽다.
지금 나보다 더 완벽하고 멋진 나의 미래를 그리고 싶은 걸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이니?
그리고 그걸 위해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그려야 할까?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를 버리고, 다른 새로운 것을 하는 게 과연 맞을까?
어두운 터널에서 끝없는 질문을 하게 되고, 갑자기 저기 밝은 곳으로 홀로 걸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나 지금까지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