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에 대하는 너와 나의 자세의 차이점?
대통령 선거
오늘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이다. 나의 휴무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남편은 오늘 매니저가 코로나 확진되면서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다. 이번 한 주는 매니저의 부재로 일주일간 매니저의 역할을 해야 했다.
어제도 매장에 손님이 별로 없다며, 그래서 더 힘들다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그냥 문 닫고 들어오라며 없는 소리를 연속해서 하였다. 엊그제는 체한 속 때문에 토하기도 한 그가 너무 안쓰러웠다. 아픈 그를 바라보는게 더 힘들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둘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 그래서 더 문닫고 들어왔으면 좋겠다 마음도 컸고,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하루 종일 전화가 10통이 넘게 온 이유도 있다. 2022년 동안 남편이 나에게 전화한 횟수는 평균 1일 1~2 통이다. 쉬는 날은 거의 붙어있으니 카톡, 전화가 0 통이다. 하루에 10통 이상 본인이 직접 건 전화는 처음이다. 그중에서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못 받은 통화수까지 합한 숫자이다. 은근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 나중에는 슬슬 귀찮아졌다.
"여보! 오늘 전화 몇 통 한 줄 알아? ㅋ"
"ㅋㅋㅋ 너무 심심해서 전화하는 내 마음 이해해줘....."
"평소에 이렇게 했으면 이해하는데, 평소에는 연락도 한 번 없으면서, 그냥 문 닫고 들어와!!"
"그럼 돈은 누가 벌어?"
"내가 벌게!"
"ㅋㅋㅋㅋㅋ 말이라도 고마워!!"
그렇게 어제 하루를 보내고, 오늘은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본다.
'남편의 통화 횟수가 좀 줄기를.. 손님이 많이 오기를.. '
아침 햇살을 받으며 휴대폰을 만지작 거린다. 네이버 지도를 켜서 선거소를 검색해 본다. 아파트 단지 내 한 동에 선거소를 열었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검색하니, 그 장소에 동일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사전 투표할 기간에 그 장소에 투표소가 없길래, 긴가 민가 한 마음으로 검색했는데, 이번엔 있었다.
"여보! 우리 그때 했던 투표소에서 하는 거 맞는 것 같아! 거기로 가자!"
"정말? 근데 왜 사전 투표소는 안 했지? 대통령 선거소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하는 거 맞아?"
"저교!! 맞다고요!! 저한테 그만 물어보시고, 네이버 지도 검색해 보세요. (슬슬 짜증이 올라온다)"
"여보! 그런 거 여보가 잘 찾잖아!! ㅋ 한 번 찾아봐죠!"
"맞다고!! 맞다고!! 여기 뜨잖아!!!! "
"그래? 그런데 왜 사람들이 줄 안 서있는 거 같지?"
베란다 창을 열고 목을 쭉 빼며, 보이지도 않는 그 동을 한 참 바라보며, 걸어가는 사람이 없다며 의심하는 그의 뒷 통수를 노려보며, 네이버 지도에 선거 표시 찍혀있는 지도를 들고 가서 눈앞에 보여줬다.
말을 해도 안 믿고, 본인이 직접 보고 경험한 것만 믿는 너의 성향 덕분에 나는 오늘도 올라오는 짜증을 누르며 참고 있다.
"그렇게 못 믿겠으면, 지금 나갔다와!!!"
"ㅋㅋㅋㅋ 맞겠지~ 이따 나가보자!"
"그런데 여보~ 나 주변에는 000을 뽑겠다고 하는데, 공약을 보면 000이 나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
"쟈갸!! 000의 공약 중 뭐가 여보의 의견과 맞다는 거야? 한 번 얘기해봐~"
"노동 유연성에 대해 말하는데, 노동의 시간을 유연성 있게 하는 것 아닐까?"
"흠.. 여보! 그 공약은 말이야~ 그런 의미가 아니고~ 블라블라 블라~ "
" 헉!! 그런 뜻이야.ㅋㅋㅋㅋ "
정치에 관심도 많고, 각 후보에 대해 잘 아는 그와 달리 나는 잘 모르고, 그냥 주변에 듣는 얘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스타일이다. 공약도 뉴스에 나온 키워드만 보고 ~카더라 통신처럼 남편에게 전달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남편은 항상 얘기한다.
"여보! 정말 잘 듣고, 잘 판단하고, 잘 공부해야 옳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거야! 그냥 주변의 말에 사실 확인도 안 하고 결정하면 후회하게 될 수 있으니, 꼭 본인이 스스로 알아보고 잘 판단하길 바란다!!"
"알았어!! 그만해!! 잔소리!!"
"그리고 그 후보는 블라블라~ 그리고 그 후보는 블라블라~ "
"알았다고!! 그만해!!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난 ***를 뽑을 거야. "
"응 그렇게 해! 울 부모님은 000이고, 여보 부모님도 000이고, 오빤 ***이고, 난 둘 다 싫어! 차라리 @@@을 뽑을래. "
"그럼 더 안돼!! 둘 다 뽑기 싫다고 그렇게 하면... "
"차악을 선택할게!"
~띠롱~띠롱
부모님과 있는 카톡방에 000을 뽑아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주변의 지인들의 단톡에도 000을 뽑아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온다. 남편과 같은 ***을 뽑는 사람이 왜 나의 주변에는 없지?
오늘 대통령 누가 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그것도 궁금하다.
그리고 남편이 원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 때, 남편의 반응도 궁금하다. 그리고 나는 과연 누구를 뽑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선거용지에 도장을 찍어야 겠다. 정말 끝까지 고민하게 되는 대통령 선거는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