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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 투 미~

"3월1일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너의 바람

by So Harmony 소마필라
남편의 생일 3월 1일

남편의 생일은 기억하기 쉽다. 3월 1일 삼일절. 그런데 그 생일을 순각 잊고, 그날 대청소를 하자고 제안했다. 공휴일에 쉬는 게 쉽지 않았는데, 그날 딱 쉬게 되어서 기회다 싶었다. 그리고 봄이 다가오기 전 겨울의 묵은 때를 제거해야 한다는 큰 미션이 있었다.


"여보! 대청소할 날 잡자! 3월 1일 어때?"

.......(토끼눈처럼 커진 남편의 눈)

"쟈갸! 내 생일에 하자고?"

.......(알 수 없는 정적)

"ㅋ 농담이지!! 놀랬지?"

"몰랐지? 내 생일인 거? 지금 안거 같은데!!"

"아냐!! 알고 있었어~ ㅋ 농담한 거야!!"


한 달 전 2월 초에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남편의 생일이 다가왔다.


남편의 생일상 이라기보다 그냥 한 끼 집밥

.....(툭툭)....(뚝딱뚝딱)....(타 다다닥)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미역국을 끓이려고 녹여놓은 육수 베이스를 남편이 전 날 내가 끓여 놓은 소고기 국인 줄 알고 반을 먹어버렸다. 어머님이 챙겨주신 육수였는데, 간도 이미 되어 있어서 탕이라고 생각하고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내 계획에 차질이 생겨 버렸다. 미역을 불리고, 줄어든 육수를 향해 간장과 참기를 을 붓고, 생일잔치상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기분이 좋을 한 끼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결국 미역국과 굴전으로 남편의 생일상은 완성되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남편 생일 축하합니다. 차린 음식은 별로 없지만, 맛있게 먹어요!! 그리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같이 살자!! 생일 선물 필요 없어? 케이크는? 정말 하지 마? "


"응 다!! 필요 없어!! 정말 다 하지 마!!"


난 내 생일 선물 리스트를 다 적어서 공유하며, 결재까지 내가 당당하게 했는데, 남편은 다 필요 없다고 한다. 그리고 발 마사지를 항상 받고 싶어 하던 남편에게 발마사지기를 사주려고 같이 매장도 방문해서 체험도 해보고 이것저것 비교해 보고 구매하자고 졸라보았지만, 남편은 지금 발이 괜찮다며, 걷기 운동을 하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였다. 그리고 나의 손으로 해주는 마사지가 최고라며 계속 나에게 해달라고 발을 내밀었다. 난 그 노동이 싫어서 발마사지 기계를 사고 싶다.


"그럼 오늘 정말 먹고 싶은 거 또는 하고 싶은 거 얘기해봐!"

(나의 눈치를 보며 슬며시..) "나 오늘 하루 종일 내버려 두기!"

"헐!! 그게 다야?"


그래, 그동안 내가 쉬는 날 얼마나 괴롭혔으면, 그대의 소원이 하루 정도 그냥 부르지 말고 내버려 두기였을까? 그래 오늘 하루만 그렇게 해줄 수 있어. 라며 나에게 다짐을 한다.


매일매일 3월 1일이 반복되어라.


아침을 먹고 나면 어김없이 점심이 찾아온다. 그리고 휴일의 나는 또 다른 바쁜 시간의 연속이다. 밀린 빨래, 밀린 청소,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지저분함이 '치워줘!' 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에 전쟁을 치른 싱크대에 손봐야 할 것들이 넘쳐나고, 오늘은 남편의 도움 없이 내가 다 처리해야지 한 다짐을 통해 하나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아침에 먹은 미역국과 반찬으로 점심을 먹고, 영양제를 챙기려고 냉장고를 열었고, 무의식적으로 남편을 찾았다. 평소에 6개의 영양제 통을 서로 나눠 열면서 영양제를 챙겨 입에 털어놓고, 물을 한 잔 먹고 그리고 각 통을 다시 냉장고에 넣는다. 내가 꺼내면, 남편이 넣고, 남편이 꺼내면, 내가 넣고 분업이 나름 잘 되어 있었다.


그러자.

"해피 버스데이~투 미~"

"아!! 알았어!! 내가 할게!!"


그렇게 영양제 6통을 다 열어서 한 개씩 나눠서 입에 털어 넣고, 남편은 다시 본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띠링!

빨래가 다 되었다며 세탁기가 알림을 외쳤다. 빨래를 다 꺼내서 널기 위해 이동을 하는데, 또 남편을 무의식적으로 불렀다.


그러자. 검은 그림자와 함께 나타난 노랫소리.

"해피 버스데이~투 미~"

"아!! 알았어!! 내가 할게!!"


빨래를 여러 번 나눠 옮기고 건조대에 걸면서 순간 너무 웃겼다.

'내가 너무 시켰나? 살면서 잔소리가 많아지는구나... 오늘은 조금 줄여야겠다.'


주말에 출근하는 나, 주말에 쉬는 너,

주중에 쉬는 나, 주중에 일하는 너,


서로의 생활 패턴이 달라지면서,

주말 출근 전, 남편에게 항상 해야 할 리스트를 던지고 갔었다.

그리고 퇴근하면 마약 탐지견 마냥, 이곳저곳을 수색하러 다녔다.

항상 그 리스트를 철저하게 잘 해왔던 남편이 대견하면서, 당연히 해야 한다 생각했다. 집안일은 공동의 업무니, 다 같이 해야 한다 생각한다.


오늘의 집안일은 남편을 빼주게 되었고, 내가 그 일을 고스란히 해내게 되었다. 그런 과정이 즐겁고 행복했을까? 미소가 떠나지 않는 그의 얼굴과 말소리가 들려왔다.


"쟈갸! 매일이 3월 1일이었으면 좋겠다! ㅋ 내일도 일어났는데, 3월 1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하하하"

"쟈갸! 낼 두고 보자........"

"해피 버스데이 투~ 미~~~~~~~~~~~~~~~"


그 노래가 내 귓가에 맴돌고, 오늘은 그 노래를 100번은 들은 듯하다.

내일이 3월 1일이면 좋겠다는 그... 그...... 래. 오늘을 즐겨라. 내일은 나의 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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