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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9일

나에게 적는 쪽지

by So Harmony 소마필라
남편의 사랑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려고 한다. 요즘은 남편이 계속 나의 기분을 체크한다. 두드러기로 컨디션이 난조라서 그런가? 스트레스 많이 받는 나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그런가? 출근 전 항상 남편은 나에게 말한다.


"쟈갸! 그냥 힘들면 무조건 그만둬! 정말 계속 참고 다니지 마!"


그냥 그런 남편에게 너무 고맙다.

대책이 없는 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항상 무엇이든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그에게 오늘도 감동받아 출근을 하였다.


내가 현관문을 닫기까지 그는 나에게 손을 연신 흔들어 댄다.

그런 그의 모습은 언제나 늘 날 웃게 했다.

'그냥 그대로 건강하게 내 옆에 있어줘.. 감사해'

9시간 순삭 회사 근무

회사에 도착해서 노트북을 켰다. 앉자마자 메일을 열어보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유가 뭘까? 왜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나의 멘탈이 너무 약한가? 무엇이 부족한 걸까?


미리 스케줄 되어있던 미팅들을 하면서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일에 대해 불만족하지 않다. 나의 일이 재미있고, 그만큼 보람도 느낀다.


지금 나를 답답하게 하는 점은 일 보다 사람인 듯하다. 그리고 나의 자존감의 문제인 듯하다.

그걸 견디어 내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 그리고 영어가 제일 큰 문제인 듯하다. 빠르게 극복하면 좋은데, 그만큼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두 번째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나의 포지셔닝의 문제이다. 너무 착한 사람.. 배려하는 사람..으로 나를 포지셔닝하였다. 그게 가장 큰 문제인 듯하다.


부서별 하는 미팅에서, 오늘 느낀 점은 계속 들어주고 존중해서 받아주는 우리는 조금 가볍게 느껴지는 걸까? 아니면 내가 조금 비꼬면서 보는 걸까? 내가 느낀 점은 배려하면서 들어주는 우리가 만만하게 느껴져서 조금 더 쉽게 얘기하고 조금 더 강하게 얘기한다고 생각 들었다.


왜? 으르렁 거리고 강하게 얘기해야 상대를 조심하고 더 맞춰주는 걸까? 그 습성이 너무 참 신기하다. 나도 그러고 있겠지? 그래서 사람들이 점점 더 강하게 으르렁 거리는 걸까?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미덕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요즘은 그런 마음이 오히려 나에게 짐이 된다.


그래서 이 강한 판에서 빠지고 싶은 마음이 요즘 더 든다.

그냥 내가 잘하는 강점을 가지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만 관계를 맺고, 나의 강점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전달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판을 내가 짜서, 정말 그런 사람들만 만나는 나의 남은 인생을 만들고 싶다. 강력한 의지를.. 불끈!


그냥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맞추는 인간관계.. 이제 조금 질린다. 그리고 그 관계를 통해 내가 얻는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이 든다. 왜 나의 소중한 시간을 거기에 낭비를 해야 할까?


퇴근길 남편과의 산책

치열한 9시간 전쟁 속에서 오늘도 살아 나왔다.

퇴근하자마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웃음이 나왔고, 이전까지 전쟁터 같은 회사생활은 싹 잊혔다. 그래.. 빨리 남편을 만나러 가야겠다 생각하며 힘차게 걸었다. 함께 만나서 집으로 걸어오면서 무엇을 먹을지 논의하며 한 숨 쉬는 나에게 빨리 편하게 마음먹고 그만두라는 말들로 위안을 삼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많이 마음이 미안하지만, 오늘 나도 잘 견디어 냈다.


그리고 그대도 잘 견디어 내었다고 토닥여 주고 싶다.

지금 대안이 없어서 그리고 어쩔 수 없어서 이 상황을 이겨내고 있다 생각 든다. 그리고 그 대안을 찾기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을 거라 생각 든다.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지듯이.. 꼭 간절하게 원하고 그 원함을 이루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 보자!


나와 같은 그대를 항상 응원하고... 지금의 나를 응원한다. 내년 이 글을 읽는 너는 지금 나에게 얘기하겠지.


"그래 고마워! 그때 네가 깨닫고 열심히 보낸 시간들로 지금 나는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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