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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8일

나에게 적는 쪽지

by So Harmony 소마필라
설레는 가족 식사


6월 6일 칸쿤 여행이 이제 정말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대구에 계시는 부모님께서 서울로 올라오셨다. 아빠 안경을 새로 맞춰야 해서 겸사겸사 서울로 오게 되었고, 그래서 오늘 부모님과 동생네와 함께 내가 일하는 곳의 뷔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호텔 뷔페 레스토랑 1인 가격이 거의 10만 원 후반대로 쉽게 가지 않는 곳인데, 직원이 방문하면 50% 할인이 되어서 부모님과 함께 방문을 하기로 하였다. 솔직히 뷔페는 갔다 오면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즐기는 편은 아닌데,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난다는 설렘과 그래도 나름 호텔 뷔페에 간다는 즐거움이 하루 종일 기분을 들뜨게 하였다.


18시 퇴근 시간에 맞춰 가지고 있던 케이크 바우처를 들고 케이크를 교환하고, 부모님을 기다렸다. 한두 달 전 대구에 부모님께 말없이 들렀던 서프라이즈를 하고 뵙는 거라 오랜만은 아니지만, 멀리서 보이는 부모님의 얼굴을 뵈니 또 마음이 뭉클하다. 그냥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게 나의 옆에 계셨으면 좋겠다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빨리 성공해서 두 분의 짐을 덜어드리고, 편하게 여행만 다니며 항상 웃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다. 이 바람은 현실의 장벽에 항상 부딪히지만, 그 장벽의 높이가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생각 든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의 바람을 이룰 수 있다 생각한다.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올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성공했을 때, 부모님의 건강이 나빠지면 소용없지 않을까?


하루하루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해 드리고 싶고, 그리고 그 즐거움과 행복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8시 저녁 예약이라 시간이 남아서 커피빈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의 칸쿤 이야기와 회사 이야기 그리고 안경 맞춘 이야기를 하며 나중에 어디 여행 가자 계획 세워보자 이야기를 하며... 동생네가 갑자기 볼 게 있다며 일어섰다. 남편은 차가 막혀서 오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엄마, 아빠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있는데, 아빠의 따듯한 손이 나의 손에 포개졌다.

흰 봉투에 축하(한자)라고 쓰인 한 단어 그리고 들어있는 30만 원..


"축하한다! 작은 선물이다!"

"아빠!!... 필요 없어!! 정말 괜찮아!! 내가 챙겨야 했는데!!!"

"아니다!! 챙겨라! 금액 크지 않다! 더 해줘야 하는데.. "

"뭔 소리야!! 내가 해야 하는데!! 선물 사 올게.."

"선물 다 필요 없다! 선물 사지 마라!!"


울컥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나에게 아빠의 감동하나 가 더해졌다.

여유롭지 않은데 챙겨주는 이 선물이 너무 크게 와닿았다.

그래.. 정말.. 빨리.. 해내자.


남편과 동생이 도착했고, 우리는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향하였다.

맛있는 음식과 수다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엄마 아빠는 동생네로 향하였다. 내일 나와 남편은 출근해야 해서, 이번 서울행은 동생네에서 지내기로 하였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 나를 보내며 엄마의 눈에 글썽이는 눈물이 보였다.

마음이 이상했다.


부모님의 사랑은 끝이 없구나. 그리고 어떻게 갚아야 할지..... 항상 바쁘다는 핑계를 달고 사는 나는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지? 그리고 이제 무엇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하고? 그리고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면 살아야 할까? 지금 부모님께 필요한 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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