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싶어, 의심 없이 편안하게...
란 말을 꽤 여러 번 들었습니다.
사랑을 하는데 편안하게 하고 싶다... 라!!
불편하고 힘든 사랑은 어떤사랑인지
누군가는 그런 힘든 사랑만 해온것인지,
과연 마음편한 사랑은 어떤것이고 어떻게 해야하는걸까요?
위의 일러스트에서처럼 의무감 없이 산뜻하고 조금은
건조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보통 깊은 곳에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절에 대한, 이별에 대한 상처가 너무 커 다가가는것은 두렵지만
사랑에 대한 열망은 가시지 않아
먼저 다가와줄 사람을 기다립니다.
나를 아낌없이 사랑해줄 사람을 기다리는것 말고 할수
있는것은 무엇일까요?
어느 70대 커플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이야기해볼께요.
에디는 조그만 시골 동네에 홀로 사는 70대의 할머니입니다.
이미 죽은 남편과는 사이가 멀어진 채 결혼 생활을 했었었고 다른 지역에서 결혼생활 중인 아들 한 명이 있습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집안일을 하고 그리고 혼자 침대에 누워 보통은 책을 읽다 잠자리에 드는 할머니는 어느 날 큰 결심을 하고 옆집 남자를 찾아갑니다.
대담한 제안을 하러 말입니다.
"제안을 하나 하려고요"
"그래요?"
"네. 일종의 프러포즈랄까?........
그런데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겁이 나네요.
........
좋아요. 음, 이제 말할게요.
.........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뭐라고요? 무슨 뜻인지?"
"우리 둘 다 혼자잖아요.
혼자된지도 너무 오래됐어요. 벌써 몇 년째예요. 난 외로워요.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밤에 나를
찾아와 함께 자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이야기도 하고요.
.....
섹스는 아니에요. 그런 생각은 아니고요........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걸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그렇죠?
좋은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 밤중에,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어떻게 생각해요?"
그들은 침대에 어색하게 누워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각자의 결혼생활, 이미 세상을 떠난 배우자, 자녀들
잊힌 꿈들에 대해서요.
시인이 되고 싶었다거나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는 이런 이야기들을 누군가에게 하고
그것을 상대가 열심히 들어준다는 거
그것은 순간 서로의 꿈과 영혼을 아는 사람이 된다는 뜻입니다.
"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어요. 다이앤 말고는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을 거예요.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며 동시에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시에 완전히 빠져 살았죠."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왜 시를 쓰지 않았냐는 말이죠?
아직도 관심이 있어 보이는데."
"있어요. 옛날처럼은 아니지만."
"그건 그렇고 당신은요?"
"교사가 되고 싶었어요. 링컨의 대학에서 강의를 듣기
시작했는데 카니가 뱃속에 들어서는 바람에 중퇴했죠."
그런 밤들은 조그맣고 보수적인 마을에 소문을 만들었습니다.
용감한 에디와 용감해진 루이스는 주말 시내의 붐비는
카페에 나란히 앉아 이 소문에 정면돌파로 대응합니다.
추한 소문을 듣고 자신을 말리러 온 딸에게 루이스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살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합니다. 사랑은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을 보여주었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제대로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빠, 이건 옳지 않아요. 아빠는 사실 에디 무어를 좋아하거나 잘 알지도 못했잖아요."
"그런데 바로 그게 내가 지금 좋은 시간을 보내는 요인이란다. 이 나이에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 스스로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 알고 봤더니 온통 말라죽은 것만은 아님을 발견하는 것 말이다."
"... 진보적이라든지 행실이 나쁜 아주머니로는 생각 안 했었는데."
"행실이 나쁜 게 아니야. 무지한 소리다."
"그럼 대체 뭔데요?"
"자유로워지겠다는 일종의 결단이지. 그건 우리 나이에도 가능한 일이란다."
"십 대 소년처럼 구시네요."
"십 대 시절에도 이러지 못했다. 하라는 일만 하며 자랐으니까."
여기까지가 한 70대 커플의 멀리서 보면 평범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면 놀라울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루이스에겐 에디가 다가와 사랑을 주는 사람입니다.
에디의 제안이 불러일으킨 일상의 변화는 루이스에겐 기적이었습니다.
그러면 에디는 '내사랑을 소중히 여기고 고마워하는 내가 아무리 사랑해도 떠나지 않는 '상대일까요?
이제 루이스는 마음편히 사랑해도 되는걸까요?
"에디 당신은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
"루이스 옛날만큼은 아니에요. 일종의 내세를 믿게 됐거든요."
"에디 나는 이 물리적 세계가 좋아요. 당신과 함께 하는 이 물리적 삶이요. 대기와 정원, 뒤뜰과 뒷골목의 자갈들, 잔디, 신선한 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당신과 함께 누워있는 것도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70대의 그들도 행복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좋기만한 사랑은 없습니다.
아무리 좋아도 그 사랑을 흔들고 깨지게 할 수백만가지가 이세상엔 존재하니깐요.
다만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마음인지를 경험한 사람은
그것을 시작하면 힘들어도 멈추기 어려울뿐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이 일, 그만두세요. 밤에 우리 어머니 집에 슬그머니 기어들어오는 것 말이에요.
저 사람을 만나지 마세요."
그날 밤 에디는 시트로 얼굴을 덮고 창 반대편으로 돌아누워 울었다.
용감한 여자 에디는 자신의 관계를 단호히 반대하는
아들의 말에 절망합니다. 손자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협박에 루이스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이사를 갑니다.
기적같았던 사랑은 어느날 종료되었습니다.
그럼 이런 그녀의 변심은 배신인 걸까요?
루이스는 그녀를 원망할까요?
4년을 사귄 애인에게 배신당했어요. 지난 시간이 모두
헛된 것 같고 더 이상 사랑을 믿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와 같은 고민을 많이 만납니다.
이유가 무엇이었건 방법이 어떤 것이었건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남겨진 사람은 배신에 마음을 다칩니다.
당연히 마음 아픈 일이지만 4년이란 시간 동안 애인에게 주었던 마음과 시간과 노력은 적금처럼 차곡차곡 모여있지 않고 만기가 되어도 우린 받을 수 없습니다.
마음 가득한 위로를 줄 순 있어도 그 사람의 지나간 시간과 마음을 그 누구도 보상해줄 수도
보상이란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는 관계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사랑은 투자 대비 손실률이 굉장히 높은
위험한 투자종목입니다.
할아버지 루이스는 이렇게 말했을까요?
"이렇게 떠날 거면 왜 나에게 그런 제안을 했나요? 이건
배신이에요!"라고.
물론 루이스의 이런 마음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루이스는 에디가 떠난 집을 바라보고 그 집 앞 눈을 조용히 쓸어줄 뿐입니다.
그녀를 그리워한것이죠. 그저...
그런 상대란 없습니다. 나와 사랑하는 상대도 자신의 사랑이 언제까지일지, 계속 같을지 알 수 없으며 주변의 압력이나 상황 변화에 흔들림이 없을지 알 수 없습니다.
어느 날 문득 자고 일어나 난 더 이상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구나 라고 깨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일은 두려운 일이며
그 일을 하는 것은 용감한 일이죠.
에디 무어가 그러했듯이요.
그리고 이별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루이스도 그렇습니다.
사랑안엔 잠재적 이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알고 받아들이고 견디어내는것도 용감한 일입니다.
이별이란 말에 찢어지고 깨지고 이렇게 극단적인 표현이 사용되지만 실제 사랑은 깨어지는 것도 조각조각 찢어지는 것도 아님을 압니다. 마음이란 소멸과 재생을 거듭할 뿐이죠.
내향성, , 등등 인간관계를 분석한 글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거기서 예외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우연히 자신에게 찾아오는 기적이길 바라고 외모가 주는 영향에 많이 좌우되어
나의 액션이 덜 개입된다고 말입니다.
거기다 사랑은 운명이어서 세렌디피티라는 영화까지 나왔었죠.
사랑에는 유독 환상을 부여하고 인연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요....?
누가 좋으면 미리 가서 기다리지 않으면
누가 좋으면 먼저 문자를 보내지 않으면
언제나 거절에 쿨할 준비만 하고 있다면
관계란 게 생기기도 깊어질 수도 없습니다.
외롭다면 적극적으로 상대를 찾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사랑한다는 개념에 좀 더 능동성과 모험심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기는 연애’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겁니다. 연애라는 전쟁터에서 이긴다는 건 내가 주는 사랑보다
많은 사랑을 상대에게서 받아야 하고 헤어졌을 때 심리적, 물질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연애인데
그렇게 이기면 진정 나에게 남는 건 무엇일까요?
수년간 투자한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100이면 100을 고스란히 잃지는 않음을
마음 편히 사랑하고 싶다면 그런 상대를 만나길 바라는 게 아니라
그 마음, 설사 사랑하는 상대라 해도 그의 마음에서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런 용기를 가지게 가다듬고 지나간 사랑에서 배워야 합니다.
그의 사랑이 아닌 나의 사랑을 해야 합니다.
내가 주고 내가 감당하는 사랑을요.
사랑이 그저 운명이나 기적이기만을 바라는 게 아닌 자신의 상처를 뚫고 나아가는 노력을 필요로 하는 상당한 고난도의 삶의 과정이니
우린 신발끈도 단단히 묶고 이제껏 안 해본 행동도 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내 사랑을 소중히 여기고 고마워하는
내가 아무리 사랑해도 떠나지 않을 그런 상대를 만나면
인생은 수월해지지만
상대에게도 그건 마찬가지이고
상대도 방어적인 관계 속에서 그런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면 우린 만날 수 조차 없게 됩니다.
우리는 조그마한 아이였을 때부터 사랑받고자
많은 것들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그중 가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용기를 내는 것임을
어른이 된 지금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모험이 다 그렇듯이요!
나는 가끔 상상을 해보곤 했습니다.
노인이 되어 혼자인 나의 삶은 어떨까?
그때 난 무슨 일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있을까?
언제나 전화하면 받아주던 엄마도 더는 없을 것이고 결혼하지 않는다면 배우자도 자식도 없을 텐데 그때도 난 사랑을 그리워하고 가을엔 쓸쓸해하고 그럴까?
내가 그러기를 바랍니다.
사랑을 그리워하고 루이스처럼 좋은 남자에게 다가가고 내 지난 삶의 이야기를 그 남자와 나누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그런 나를 보는 시선과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순전히 홀로 이기며 사랑에 수반된 두려움들과 맞서 싸우기를 바랍니다.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이 힘들어도, 힘들지 않아도
쉽게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p.s.
어느 날 밤 그녀는 자신의 아파트에 앉아 그에게 전화를 했다.
"나랑 얘기해줄래요?"
긴 침묵이 흘렀다.
"더 이상 얘기하지 않기로 한 줄 알았는데요."
"해야겠어요. 이렇게는 못 살겠어서요."
"처음 시작했을 때 같군요. 처음으로 돌아가 시작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계속인 건지도 몰라요."
"아직도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원하는 만큼 , 이어지는 만큼은요.
오늘 밤에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요?"
어느 추운 밤
에디는 한동안 헤어져있던 루이스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들의 대화는 이어졌고 그들은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 " from : our souls at night - Kent Haru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