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사실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사실 모든 사람들이 잘 대해 주거든.
택배 아저씨는 내가 말한 곳까지 무거운 짐을 날라주지. 비 오는 날에는 모르는 사람이 우산을 준 적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쉽게 행복해지면 난 부서져버려.
그래서 차라리 돈을 내고 사는 게 편해.
돈은 분명 이런 걸 위해 존재할 거야"
이와이 슌지 감독의 립반윙클의 신부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러브 레터만 기억하고 극장에 간 나를 정말이지
당황하게 만든 대사였습니다.
쉽게 행복하면 부서지는 사람
차라리 돈을 내고 사는 게 편한 사람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할 수가 없다.....!!!!
왜 쉽게 행복하면 부서질까요?
쉽게 행복해지면 부서진 다라는 건 다른 말로 하면 타인과의 유대에서 오는 행복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 두렵다는 것입니다.
sns id 립반윙클은 포르노 배우입니다. 가족에게도 부끄러운 사람, 외면당한 사람입니다.
거기다 시한부를 선고받고 죽어가며 마지막 소원인 친구를 돈을 주고 주문합니다.
나는 사랑이, 관계가 힘든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없어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계가 무겁고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
그런 사람 A는 말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솔직함이 그렇게나 필요한지 몰랐다고.
그냥 나의 장점과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지만 상처 많은 A속의 A는 사랑과 만났을 때
두려웠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상처 많은 과거를 굳이 들키고 싶지 않았고 자신이 알리고 싶은 자신의 모습만을 그가 사랑해주길 바랐었기에 항상 모든 것에 솔직할 수
없었다고요.
립반윙클은 그녀가 가진 모든 돈을 쏟아부어
화려한 저택을 임대하고 심부름센터에 고액을
지불해 친구를 찾아달라고 주문합니다.
심부름센터 소장은 sns를 통해 나나미라는 여자를 일상에서 교묘히 빼내 와 그 저택으로 보내고
나나미와 립 반 윙클은 친구가 됩니다.
나나미는 립 반 윙클이 포르노 배우라는 것도
당연히 자신을 의뢰한 사람이라는 것도 모른 채
그녀와 웃고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나눕니다.
립반윙클은 돈으로 관계와 애정을 산
부서지기 직전의 슬픈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A는 어릴 때 학대받고 자랐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고통 속에 살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자신을 학대한 사람을 죽이고 싶다와 내가 죽어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사이를 무한 반복하다 어른이 되어 지옥에서 벗어납니다.
자신이 정한 , 되고 싶었던 사람의 모습으로 살기
시작하죠.
그녀가 설정한 자신은
평범한 집안의 사랑받는 막내딸이며
여행을 좋아하고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는
웃음소리가 경쾌한 그런 여자!!
그렇게 자기 최면을 걸며 살았던 그녀는 그러나
항상 관계가 어려웠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해도 상처받을까 봐 두려움이
너무 컸고 사랑해도 사랑한다 말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학대당한 어린이들의 상당수는 어른이 되었다고
그 학대당하는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진정한 학대의 주범은 그 고통의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아동학대의 비극은 tv나 영화에서 해리성 인격장애
(다중인격), 해리성 기억상실, 자해 등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극적이기에 소재로 많이 쓰이죠.
그것들은 모두 자신의 고통의 문신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피해자들의 아픈 해결책입니다.
현실 속의 피해자들은 모두 다중인격이나 기억상실을 겪는 건 아니지만 심한 후유증속에서 살아갑니다.
A처럼 정도는 달라도 자신을 닫고 관계를 어려워할 수밖에 없는 어른이 되어 그렇지 않은 척하며 살아갑니다.
립 반 윙클은 병색이 완연해집니다.
나나미는 립 반 윙클이 이 저택을 임대했고
자신처럼 저택 관리인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포르노 배우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상관없습니다.
어느 날 이들이 간 곳은 웨딩드레스샵
둘 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고
마치 결혼식을 한 듯, 특별한 의식을 함께한 듯
그런 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둘 다 신부입니다, 아름다운 웨딩드레스의 신부들.
누가 누구에게 신부인가?
누가 누구에게 진정한 친구이며 사랑인가?
둘 중 누가 누구라도 규정지을 필요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A는 이제 자신이 원하던 자신이 되어 과거를 떨쳤다고 믿으며 살다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사회의 시선으로 보기엔 A보다 부족한 치명적인
결점을 가진 남자. 하지만 그 남자는 그녀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따듯하고 솔직한 사랑을 퍼부어주었고 A는 그게 좋으면서도 이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너무 따듯해서 그게 그렇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너무 포근해서 이제껏 자신을 지탱하던 그 자기 최면이 녹아내리는 걸 느끼면서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자신이 쌓아 올린 안전한 가상의 성이 무너질까 봐서요.
A는 그 남자를 사랑하며 자신을 봤습니다.
어린날의 고통을 사실은 한시도 잊지 못하고
잊은 체 해오며 세상을 두려워해 왔던 아직도 어리고 아픈 A.
A는 태어나 처음으로 정신과 의사와 상담사에게도 다하지 못했던 자신을 그에게 이야기하며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나나미.
아직도 웨딩드레스를 입은 체 립반윙클의 옆에
누워있습니다. 심부름센터 소장이 와서 립반윙클이
간밤에 죽은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가 끝내 알지 못했던 한 가지.
립반윙클은 돈으로 단순 우정을 산 게 아니라
죽음의 동반자를 사려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나미는 눈을 떴고
립반윙클은 혼자 떠나는 걸 선택합니다.
돈으로 행복을 사는 게 편했던 여자는
마지막엔 사랑을 우정을 돈으로 사지 않고
온몸으로 느끼고 떠났습니다.
A는 그 힘든 고백을 그 남자와 헤어지며 했습니다.
그들은 사랑했지만 어떠한 다른 이유로 헤어졌고
마지막에 그 남자는 A를 꼭 안아주며 한참을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습니다.
말도 필요치 않는 절대적인 위로...
그 이야기를 하며 카페의 탁자 위로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A가 우는구나.......
그런데 고개를 든 A는 웃고 있었습니다.
물론 눈물은 흐르고 있었지만.
나는 여태껏 그렇게 아름답고 슬프고 그리고
평화스러운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A가 행복해졌냐고요?
그녀는 여전히 혼자이고 아직도 힘들어합니다.
예전의 힘든 기억이 떠올라 밤에 악몽을 꾸기도 하고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인척 하지 않으며 아프고 힘들어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자신인 것을 견디고 이제껏 수고했다고
인정해주기 시작하면서.
나는 자주 그녀를 생각하고 그녀의 행복을
기원하곤 합니다.
그러면 이명처럼 떠오르는 한 문장.
빅토리아 히슬롭의 소설에서 등장했던 글귀입니다.
이 만트라(주문) 만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깊고 큰 사랑은
그 사랑을 주는 누군가는
의사보다 상담사보다 더 큰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배우고 감정을 배우고 타인을 배우고
껍질을 깨고 나오는 법을 배운다고.
아파도 쓰러져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고.
거리를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 속에 얼마나 많은
립반윙클과 A가 있는 걸까요?
그들이 사랑하며 배우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