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심리치유 에세이
Don't bite , just hiss!
아주 먼 옛날 , 한마을에 사원으로 가는 길목에 뱀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뱀을 무서워했고 그래서 뱀에게 돌을 던지고 뱀의 집을 짓밟았습니다.
그러자 뱀은 마을 사람들을 물기 시작했고 그들은 사원에 가는 것을 그만두게 됩니다.
그 사원의 한 스님은 이일을 불쾌해하며 뱀에게 가서 사람들을 무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해주었죠.
뱀은 스님의 말에 동감해서 다시는 사람을 물지 않겠다고 약속하고선 그렇게 합니다.
뱀이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안 마을 사람들은 다시 뱀에게 돌을 던지고 뱀의 집을 짓밟았습니다.
상처 입고 피를 흘리며 스님에게 찾아간 뱀에게 스님은 말합니다.
"무슨 일이냐?"
"아무도 이제 저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저를 함부로 대합니다.!!"
스님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너에게 물지 말라고 했지 쉬~ 소리를 내지 말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이 글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요?
자신을 괴롭히는 타인을 다치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물지 말라고 했다고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분노를 표현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다는 내용,
즉 분노할 때 폭력으로 표현하지 말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라는 뜻입니다.
분노와 공격성을 구별하고 있습니까?
분노란 나쁘거나 불공평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일어날 때 사람들이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러나 뱀은 분노(hiss)와 공격적인 행동(bite)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님의 말에 따라 자신이 생각하는 분노(bite)의 표현을 멈춘 것입니다.
우리도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때입니다.
당신은 분노와 공격적인 행동을 잘 구별하여 느끼고 행하고 있습니까?
분노하는 것과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어떤 식으로 분노를 표현하느냐는 우리의 정신건강에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나의 분노를 보여주는 것은 상대방에게 나의 감정을 알게 만들어 나를 표현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또한 상황이 나아지게 해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분노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세월호 사태 이후 많은 이들이 우울한 감정을 동시적으로 경험했고 요즘은 분노를 함께 겪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개인사 이외에도 사회가 얹어주는 분노의 무게까지 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분노로 인해 어깨가 무거울 지경입니다.
하지만 분노를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분명 부당한 일을 당하고 당신의 뜻과 무관하게 오해받기도 하며 주먹이 쥐어지는 일들이 생겨남에도
어떤 이들은 계속 참고만 있습니다.
화를 내어봐야 나의 평판만 깎이고 거래처와의 관계만 악화될 텐데 을인 내가 참고 넘어가지 라고 계속 마음속에 쌓아만 두고 가는 사람들.
어느새 분노는 마음의 빈 공간에 차곡차곡 저장되다가 저장공간이 꽉차면 폭발하듯 터져 나오고 스스로뿐만 아니라 타인을 불행하게 하는 일을 저지릅니다.
너무 많이 표현해서도 안되지만
너무 안 해서도 안됩니다.
2016 대한민국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분노를 잘 표현하고 있나요?
정신분석의 정도언 님의 책 "프로이트의 의자"에 보면 제대로 분노 표현하는 방법이 나오는데 짧게 축약하여 정리해보았습니다.
1단계 : 마음과 몸을 살펴 내가 분노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2단계 : 화를 낼 필요와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본다.
3단계: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화를 낼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4단계 : 신중한 단어를 선택하되 상대편에서 볼 때 이쪽이 화가 난 상태임을 알 수 있게 한다.
* 화는 화를 일으킨 사람에게만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나를 화나게 한 말이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춘다.
분노를 느끼는 것,
특히나 부당한 일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분노할 일에는 분노하세요.
비리에 순응하지 말고 체념에 물들지 않고 열정적으로 분노하세요.
그러나 냉정히 표현하세요.
현명하지 못한 분노의 발산은 관계의 단절을 가져오고 소통의 흐름을 끊어버립니다.
내가 화났다고 우리 이제 그만두자라고 말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서운함을 울음으로만 표현하는 것과 같습니다.
Don't bite , just hiss?
위의 뱀 이야기는 어느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글입니다.
그 글을 수업시간에 배운 학생들이 이제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분노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수백만 개의 촛불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뱀이 hiss 하는 것은 단순한 분노의 표현이 아니라 부당하게 대우하는 자들에게 두려움이라는 위협으로 반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뱀이 hiss 함으로써 무서움을 보여주어야만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 않는 것인가?
그런식으로라도 분노를 표현해야만 자신을 지킬 수 있다면 그런 사회는 옳은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뱀이라고 돌을 맞고 핍박받는 마을.
그런 마을 속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나?
우리도 뱀처럼 위협적이 되어야만
주권과 그 존엄성을 지킬 수 있나?
송곳에서 나왔던 짧은 한 줄이 다시 한번 머릿속을 파고듭니다. 아프고 너무 아파서 인정할 수 없는 말!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오는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내는 것만으로 괴롭힘 없이 억울함 없이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니기에
분노가 생겨나고 그 분노가 목구멍까지 찹니다.
여러 사회 상황에 분노를 느끼다 못해 무력감과 슬픔까지 느낀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세상은 소수의 권력자들에 손에 좌지우지되어왔고 앞으로도 나는 그것을 바꿀 수 없으며
돈이라는 계급의 사다리의 맨 아래 있는 나는 이제 끊긴 그 사다리의 위로 올라가지 못할 테지.....
목숨이 스러져가는 것을 목도하고 정의가 땅에 밟힌 것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삶 속의 우리들은.....
분노를 넘어 체념과 좌절의 단계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하지만
아직 좌절하기엔 체념하기엔
당신의 심장은 뜨겁고 정신은 빛납니다.
차라리 뜨겁게 분노하세요.
세상을 태울 듯 뜨겁게 분노하고
이성과 예지를 기울여 냉정하게 분노하세요.
오늘을 살아가는 고달픈 자신을 위해
내일이 걱정스러운 다음 세대를 위해
< 뜨겁고 냉정한 분노와 신념의 발산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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