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은 데이비드 소로우가 월든이라는 호숫가에서 통나무로 집을 짓고 살면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사회에 대해 성찰한 삶의 자서전이다. 자유로운 인간의 길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던 소로우의 모습이 이 책을 보며 떠오른 이유는 소박하고 원시적인 삶을 실험했던 소로우의 방법이 디지털에 둘러싸여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경종을 울릴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일시정지시킨 팬데믹의 여파로 교육현장에서도 '미래 교육'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인공지능, 창의융합교육에 대한 요구가 수면 밖으로 나오다 못해 해일처럼 현장을 휩쓸어 버렸고 각종 예산은 미래사회를 앞당기는 데, 그리고 얼마간 코로나 19로 벌어진 정보격차를 해소한다는 명목 하에 미래 환경을 구축하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실체 없는 메타버스를 준비하겠노라 창의교육, 융합교육, 메이커 교육, STEAM, 핵심역량, 에듀테크를 부르짖는 교육정책가들 덕분에 AR/VR/AI 관련 연구에 온갖 관심이 쏠리는 실태를 바라보고 있자니 신흥종교에 달려드는 광신도들 같이 느껴져 마음이 불편했다.
책에서 지적했듯 이런 21세기 교육을 위한 '용어'들은 '내용'이라는 실체 없이 모두 말만 바꾼 '방법론적' 이야기들이고, 그것이 진정 '학생을 위한 교육'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기에 허울 좋은 혁신 속에 정작 교사와 학생들이 소외되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교육의 디지털화와 교육혁신에 접근하는 방법을 바라볼 때, 누구보다 현장에서 학생들과 직접 대면하며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교사들을 트렌드에 뒤처진 사람으로, 넘어서야 할 장애물로 취급하는 현실은 아프다.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결과들에 관한 800개의 문헌을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교사 요인'과 관련이 있는데도 말이다(물론 학업성취도를 교육의 목적이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습부진을 예로 든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문제은행을 만들어 풀게 하는 AI프로그램이 아니라 그 아이를 붙들고 지도할 교사가 필요하다는 것).
쓰다 보니 무언가 분개하는 글이 되어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디지털이 필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분야의 디지털은 교육방법의 측면에서, 아날로그는 교육내용의 측면에서 적절히 균형을 이루면 아름답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아날로그를 교육내용 측면에서, 아니 그 기저에 교육철학적 관점에서 재고해 보는 것은 상당한 책임감을 요하는 일이기에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날로그적인 삶에 대한 숙고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 관계 맺음에 대해, 세상과의 소통에 대해,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다면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올 때마다 교육혁신을 하겠노라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일은 적어도 경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지털의 효율성과 아날로그의 연결감이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말했듯 삶을 골수까지 빼먹는, 그런 삶의 방식을 제공하는 교육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