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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희 Nov 03. 2021

학급운영이라는 기획, 공교육 재구축이라는 꿈

<지적 자본론> by 마스다 무네아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는 기획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표지를 들여다보니 결국 기획은 '사유하며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일이든, 일상이든 깊이 생각하고 사는 모든 이들이 어쩌면 이미 하고 있는 작업일지도.


책에서는 '고객 가치'라는 말이 기획의 원천으로 자주 등장한다. 고객을 시민으로 바꾸면 정책이 되겠고, 학생으로 바꾸면 학급 운영이 되겠지. 아, 교육정책이 될 수도?



1년의 학급을 운영하는 입장으로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책의 내용을 빌자면 학급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학생)들의 가치 창출을 위한 시공간의 기획이겠지만. 학급 운영을 계획할 때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나는 어떤 'role'을 맡을 것인지, 학급의 중요한 행사는 어떻게 꾸릴 것인지, 학급의 특색활동은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곤 한다. 지식을 가르친다고 하기에는 민망하고, 그렇다고 생활 태도만을 가르친다고 하기에는 놀고먹는 것 같아 썩 별로인 기분이기에 끊임없이 내가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를 침잠하여 고민하다 보면 결국 본질에 근접한 답이 나오곤 했다.

교사는 왜 존재할 까에 대한 고민, 이미 학원이라는 장소를 주구장창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에게 나는 나랏돈을 받아먹으며 무엇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그리고 이상한 사명감 같은 것들이 한데 섞여 현 교육정책이 밀고 있는 '창의성'과 '융합', '사고력 신장'에 초점을 맞춘 교육활동들(+인생교육 포함)을 펼쳐나갔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이러한 일련의 교육활동들이 거창하게 말하면 '기획'인 것이었구나 깨달음이 왔다.



교실이라는 이 공간이 작고 답답해 합법적으로 학교 밖으로 뛰쳐나갈 궁리만 하고 있던 찰나에, '고객 가치'에 맞춘 새로운 기획이 떠올라 마음이 뛰었다. 먼 훗날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함께 머물렀던 이 공간을 기억의 서랍 속에서 꺼내어 떠올릴 때, 가슴이 웅장해지기까지는 못하더라도 자유롭게 자신을 펼치고 드러낼 수 있었던 공간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남은 11월부터 2월까지의 시간들을 우리 고객님들의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교육 활동들로 채워나갈 궁리를 신나게 하고 있는 나를 관조하고 있자니 천상 교사를 해야 하나 싶어 아찔해진다. 뛰쳐나가긴 어딜 뛰쳐나가니.

자신이 만든 결과물 중에서 의도한 것 이상의 결과물이 탄생하고, 그것이 또 새로운 결과물을 낳는다

부산물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행운 같은 것이다.

0에는 아무리 무엇을 곱해도 0이다.


마지막 장의 글귀들이 마음 한 켠에 걸렸다. 곱씹어 보다 보니 의도한 것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그 '1'을 실질적으로 채워나가고 싶어졌다. 지적자본들의 연결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편안한 공간을 구축하고 싶은 욕망, 그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의 창조성을 부화시키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달까. 교실이라는 현장에서 옳은 방향이라는 검증을 거친 '제안'으로 공교육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재구축해 보고 싶다는 거창한 꿈이 생긴 것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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