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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희 Oct 31. 2020

다음 세대 교육을 위한 초크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by 이본 쉬나드

3월 첫 주, 가만히 교실에 앉아 아이들을 관찰하다 보면 대략적인 성향이 파악된다. 조용히 할 일 잘하는 친구, 나서기 좋아하는 연예인형 친구, 판 깔아줘야 노는 친구, 개X마이웨이 인생인 친구, 주변 학생에 영향을 많이 받는 친구, 과학자형 친구 등.

별다른 민원 없이, 올바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한 해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각 성향에 맞춘 맞춤식 생활지도가 필요한데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팁이 바로 '내가 기억되길 바라는 사람의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표현해 보게 하는 것'이다. 학생 개개인이 갖고 있는 욕망과 욕망을 충족시킬 수단을 찾으면 지도법이 잘 먹혀들어가기에 큰 말썽피우지 않고, 더욱이 6학년의 경우에는 심지어 의미있게까지 학교생활을 마무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의 좋은 점은 또 하나, 수용선 바깥으로 튕겨나가려 할 때마다 "OO아, 이미지 관리해!"라고 말하면 혼내지 않고도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금상첨화.


이 책을 읽기 전 나에게 '파타고니아'란 블랙프라이데이에 자신들의 상품을 사지 말라고 역으로 광고하는, 참신한 마케팅이 성공한 기업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었다. 파타고니아의 경영철학이 송두리째 녹아있는 이 책을 보며,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들을 정의하기 위해, 그리고 그 정의를 뒷받침하는 삶의 철학을 공유하고 '선'을 실천하려는 모습을 보며 파타고니아를 환경이미지를 덧댄 기업으로 쉽게 치부하려 했던 성급함이 부끄러워지는 동시에 그 안에 든 '진정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라는 사명선언문을 바탕으로 '환경'이라는 대의를 목적으로 두는 경영으로, 그 신념으로 세상에 올바른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교육관을 확장시키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다.



학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실은 얼마간 수월한 생활지도를 위해 내뱉던 "이미지 챙겨"라는 말을, 그 워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철학이 깃든 이미지로 구축하게 함으로써 진정성 있는 이미지로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하는 어른으로 길러내고 싶은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소비자로서 존재하기보다 단순함을 지향하며 존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인식하며 자신이 행한 행동에 대한 좀 더 묵직한 책임감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위해 사회적 이익에 대한 가치를 교육하고, 각자가 올바른 가치에 헌신하는 '소규모 풀뿌리 시민조직'의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경험을 제공해보고 싶다. (아 물론 기후변화의 문제를 공포본능에 의해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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