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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희 Jan 30. 2023

폭풍의 눈 속에서 살아남기

피터 드러커 자기경영노트 by 피터 드러커

이번 시즌 주제가 '리더십'과 '조직문화'였던 만큼, 개인적 성장 차원을 넘어 '조직'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았던 만큼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속한 조직의 목표, 문화,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러한 조직 속에서 지식노동자로서의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피터드러커는 두 가지 전제를 바탕으로 책의 논의를 진행시켜 나간다.

경영자의 업무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목표 달성 능력은 배울 수 있다.


자신의 권한 범위 안에서 계획, 조직화, 통합, 조정, 동기부여, 성과 측정, 의사결정의 과정을 거치는 이를 모두 '경영자'로 칭하고 있고, 입증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관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기에 상황마다 대입해 가며 읽어내는 재미가 있었다.


조직의 유일한 존재 이유, 즉 외부 환경에 대한 공헌이라는 관점에서 학교라는 조직을 바라볼 때, '교육'이라는 거대한 사명 아래 존재적 이유를 부여받은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 행정적인 업무 처리에 있어 '나'는 왜 그토록 무기력함에 빠질 수밖에 없었나 돌이켜 생각해 보았는데

'교육'의 목표가 아닌 학교라는 조직의 목표나 비전,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개인 차원을 벗어나 조직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고),

행정적인 일은 단순반복업무로 파편화되어 있어 공헌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으며,

보통의 경우 업무 분장은 강점을 중심으로 짜이지 않을뿐더러(그리고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음)

업무가 굉장히 세세하게 짜여 있어 ‘이거 제 일 아닌데요?’를 시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좋았고,

그 업무와 개인의 성과 혹은 승진 사이에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굳이 승진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권력의 아귀다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되면 같은 돈 받고 이걸 내가 왜?라는 생각이 만연하게 됨)


얼마 전 신수정 님의 페북글에서 '조직문화'란 '해당조직에서 살아남고 승진하기 위한 최적의 생존 방식'이라는 글을 보았는데

어떤 조직의 문화가 관료적이고 폐쇄적이라 한다면 그 의미는 그런 사람들이 그 조직에서는 살아남고 승진을 하며 이너서클에 있다는 것이다. 혁신하고 오픈된 사람들, 기존의 절차를 때로 무시하거나 혁파하여 고객 또는 국민중심으로 일한 이들은 이후 감사에 걸리거나 승진누락이 되는 등 중간에 다 죽거나 뒤쳐졌다는 이야기다.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문화가 답답했기에 일하기 싫다는 핑계를 여기저기서 잘도 찾아대며 열심히 조직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조직이 제공하는 기회를 걷어차 버리고 조직의 필요성과 무관한 존재가 되어 나의 전문 분야에만 에너지를 집중하다 다시 그 폭풍의 눈 속으로 들어가게 된 입장이라 걱정이 산더미 같았던 내게 이번 독서는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에 대한 힌트를 쥐어준 유용한 시간이었다.

지식노동자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결과를 얻고 성과를 내려면 조직 전체의 결과와 성과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즉 지식 노동자가 자신의 비전을 일에서 결과로, 그리고 전문 분야에서 성과가 드러나는 외부 세계로 전환하기 위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경영자라는 것은 조직 내에서, 그리고 조직을 '통해서' 목표 달성 능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공헌해야 할 범위, 달성해야 할 목표를 좀 더 넓혀볼 수 있었다는 게 이번 독서의 큰 수확이었달까. 나는 어떤 분야에서 자기 계발을 해야 하는지, 내가 책임지고 있는 공헌을 달성하려면 나는 어떤 지식과 기술을 터득해야 하는지, 나의 전문 지식을 누가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 나의 강점 가운데 무엇을 업무에 적용해야 하는지, 나 자신에게는 어떤 기준을 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상사의 강점을 목표달성을 위해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까지.


목표달성능력은 하나의 습관이라고 이야기하는 만큼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조준하고, 목표달성하는 사고체계를 습득하여 외부에서 성과를 드러내는 루트를 뚫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늘 추구해야 할 목표를 염두에 두고 번뇌의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멈추어서 질문해 보는 습관 세팅을 잘해야 할 것 같다.


덧붙여 어제도 갑자기 30분 뒤에 회의 하자며 막무가내로 메시지를 보내고, 모였더니 회의 안건도 없이 내년엔 어떻게 할까요?를 물으셨던 부장님께 학교를 떠나며 이 책을 선물드려야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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