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신문고는 울리나

아동학대가 맞나요?

by 정은희

“1학년 한 반에 담임 선생님이 교체됩니다.
교과 선생님 중 한 분이 중간 담임으로 투입됨에 따라 3학년에 배정되어 있던 교과 1시간 지원이 종료됩니다.”

안 그래도 없는 교과 시간으로 허덕이던 차에 이것은 또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람.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너무 열정적으로 가르치지 마세요. 교사의 과도한 열정이 때론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건 또 웬 사기를 꺾는 말이람.

담임교사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 측에 바로 학급 교체를 요구했다고 했다.

학교 측에서 학급 교체에는 명확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그 요구사항은 들어주기 어렵다고 거절했다.

국민 신문고에다 바로 신고를 했다고 했다.
교육청에서 사안을 알아보고 학급 교체 건이 아니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어머니는 학급을 바꿔주지 않으면 교사를 아동 학대로 신고하겠다고 했다.

학교 측에 피해를 줄까 부담을 느낀 담임교사는 병가를 내고, 2학기 휴직을 신청했다.
자신만 사라지면 조용히 지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테다.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

아토피가 심한 학생이라고 했다.
손에 진물이 날 때면 담임교사가 보건실에 같이 가서 직접 아이의 붕대를 교체해 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럴 때 그 어머니는 담임교사에게 감사하다는 문자도 남겼다고 했다.

아토피로 이틀을 쉬고 등교한 날 마침 받아쓰기가 있었다고 했다.
담임교사는 아이가 이틀을 쉬고 나왔고, 곧잘 글자를 쓰길래 별다른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했다.
아이가 받아쓰기에서 몇 개를 틀려서 틀린 부분을 다시 써오라고 했다.

그게 아동 학대라고 했다.
아픈 아이에게 손이 쓸리게 글씨를 쓰게 했다며 아동 학대라고 했다.

담임교사가 그 어머니와 끝까지 싸운다면 아동 학대로 걸렸을까 싶지만 그러려면 지난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나이가 지긋한 그 교사는 그 시간까지 견디고 싶지 않았으리라.

“교권 침해 아닌가요?”
한 교사가 의문을 제기한다. 현행 규정상 담임교사에게 직접적으로 연락을 취한 적이 없고 괴롭힌 정황도 없기에 교권 침해로 걸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교육활동을 마비시켰는데 이게 교권 침해 아니면 뭐란 말인가. 학교라는 곳이 마음에 안 들면 입맛대로 바꾸는 곳이었던가?


재수가 없는 거라 한다. 운이 안 좋아서, 반 뽑기를 잘못한 바람에 이런 일을 당하는 거라 한다. 한 순간의 뽑기로 1년이라는 시간이 결정되는데, 아니 1년 너머의 시간까지 저당 잡힐 수가 있는데 재수가 없어서 그런 거라고 넘겨 버리면 교사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재수 없을까 마음 졸여 교육활동을 제대로 할 수나 있겠는가. 재수가 없는 게 아니라 제도가 없는 것 아닌가.


아이가 아픈 걸 인지하지 못해서 글자를 다시 쓰게 한 걸로 아동 학대를 걸면 우리 반 아이들은 죄다 나를 신고했어야 한다. 나는 올해 재수가 좋아서 넘어가고 있는 건가. 어디 무서워서 교사하겠나 이거 원.


주변에서 실제로 이러한 일이 벌어지니 몸이 움츠러든다.

내년에는 절대 2학년은 쓰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아이들이 글자를 제대로 알든 말든 신경 쓰지 않기로 다짐한다.

다들 말은 없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할 수 있는 게 없을 땐 자조가 쉽다. 그렇게 책임은 덜어진다.


대체 누구를 위한 학급 교체인가?
누구를 위해 신문고는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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