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다 달리기로 했습니다!(ep. 여름)

1분 달리기도 힘들던 사람, 러닝이 취미가 되기까지 그리고 뒷이야기

by 유수

내 탓이 아닌 일에, 스스로 내 탓이라 생각해 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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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내게 체감상 무지 길었어.

최근 몇 년간은 에어컨 바람 안에 있으면서 밖에서 뛸생각? 아니 걸을 생각도 없었으니까.

근데 러닝을 하다 보니 30도에도 뛰러 나가는 사람이 됐더라고 내가.


어느 6월 말쯤의 하루였어.


9시 반쯤을 넘어 10시를 향해가는 시간.

느지막이 일어나 침대에 붙어있었지. 계속 누워서 숏츠나 넘길 바에는 달리기나 하자 하고 나선 길이야


어느새 시작된 더위는 나에게 천천히 뛸 것을 종용하더라?

“야 기립성 저혈압 인간아 너 무리하면 어, 아주 힘들 거야, 응급실비용 감당 가능해?”하고 말이야.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각이었기에 시민공원에 삼삼오오의 가족 나들이를 나왔고,

공원 안에 정자와 평상은 어르신들로 자리 찾기가 힘들었어.

아직 한여름은 아닌가 봐?


그런데 햇빛은 한여름 마냥 따가워서 나무 그늘막으로 둘러싸진 트랙을 여러 번 도는 것으로 달리기 코스를 바꿨어.

다행히 그늘막 안에서는 시원하더라고.

끈적끈적한 여름이 아닌 것에 감사하며 달리는 요즘이야.


트랙은 피크닉 장소와 붙어있어서 달리다가 숨이 턱끝까지 찼을 때 텐트 안에서, 그늘 안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세상 부럽달까?


하지만, 괜찮아.


나 또한 다 달리고 나서 평상에 눕는 것까지 내 여름 러닝의 마지막 코스로 정해놨거든!

그래서 그런가 무더위에도 “평상아 기다려라~“하고 뭣 빠지게 달리는 사람이 됐지 뭐야.


여름은 여름이야.

땀이 비 오듯이 흘러, 중간에 흐르는 땀을 닦고 또 닦고 운동을 마쳤어.


지난번에 한번 누워있던 평상 쪽으로 슬렁슬렁 걸어갔지만, 이미 그 행복을 누리고 있는 할아버지가 계셨어.


나는 그 옆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면서

“아, 나도 눕고 싶어!, 누워서 저 초록빛을 한가득 눈에 담고 싶어” 생각했어.


이 생각이 통했는지 가실 준비를 하는 할아버지, 맘속으로 오!! 역시!! 행운!!! 을 외쳤어.

결코 어떠한 눈치도 어떠한 기색도 드러내지 않았어. 기색을 드러내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바닥난 체력으로 땀을 온범벅을 하고 너무 힘들었으니까


그때 내가 내뱉을 수 있던 말을 없었을걸? 숨쉬기도 벅찼어.


그렇게 차지한 평상.

다시 마주한 초록잎들은 “너 오늘도 운동 잘했네?” “시원하지? “ 이런 긍정적인 말을 떠올리게 했어


나는 신발과 모자를 벗고 드러누워서

부는 바람과 그늘에 시원함을, 이 고요함에 평온을, 운동을 완주했단 뿌듯함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화답했지.


이 모든 것이 다 내 것이었으니까. 원치 않았던 모기의 식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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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러닝을 호기롭게 나섰지만, 나는 몇 번 멈춰 섰어.

정말 더는 못 달리겠는 거야.

코스가 몇 분 남았다는 말이 평소라면 “그래 쫌만 버티면 된다”였는데, “몇 분? 아 그만 멈추자 “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열심히 운동하지 않아서 떨어진 내 체력 탓.

성취감을 달성하지 못하는 내 의지력 탓을 하며, 패배감을 직면한 뒤로는 여름 러닝은 정말 간간히 나갔던 것 같아.


근데 며칠 전에 가을이 왔다? 선선해진 오후였어.

아무 생각 없이 달리러 나갔는데, 여름에 멈춰 섰던 코스를 쉽게 완주한 거야.


그간 아무런 운동도 안 했는데 말이야.


그니까, 난 내 체력 탓, 의지력 탓을 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날씨였던 거야!!!


정말 웃기지 않아?

내가 맛본 패배감은 노력을 위한 발돋움 따위도 안 되는 무근본의 것이었던 거야!


더위란 더위는 직격으로 맞아놓고 나 스스로에게서 문제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니까.


가끔 우리는 스스로의 탓을 너무 자주 하는 것 같아.

그게 가장 쉽기 때문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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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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