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다 달리기로 했습니다!(ep. 마라톤)

1분 달리기도 힘들던 사람, 러닝이 취미가 되기까지 그리고 뒷이야기

by 유수

다들 어디에 있어? 난 지금 출발선에 서있어!

6개월 전에는 1분 뛰는 것도 숨이 찼는데 마라톤 10km 코스 출발선에 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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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40분 기상. 부지런히 시작된 하루야.


한 달 전쯤 달리기의 흥미와 체중감량을 꿈꾸며 호기롭게 신청한 10km 마라톤의 날이기 때문이지.

대회를 위해 어제까지 4km를 달리며 나름? 특훈을 한 상태야.


도착한 대회 현장, 이른 아침이지만 복작복작 다들 활기찬 모습이더라.

정말 새로운 모습이야, 달리지 않았다면 보기 쉽지 않았겠지?

너도 알지? 나 운동과 낯가렸던 거. 마라톤은 10년 전쯤 봉사로 가봤던 대회가 마지막이야.

그리고 선수로 참가한 건 생전 처음이지!


생각보다 대회 단체티를 많이 입고 온 모습에 신기하기도 했어 난 그냥 사은품으로만 받고 소장하는 줄 알고 있었지 뭐야.


복작복작한 사람들 사이로 10km 대기지점 후반에 자리했어.

그날 제일 긴 코스였던 하프코스부터 출발하고, 내가 달릴 차례를 기다리며 많은 생각이 났어.


최대 4km 조금 넘게 뛰어본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새로운 곳에서 달리기는 어떨까? 하는 설렘.

이 많은 사람들이 나랑 같이 달려 나간다고? 나 꼴찌 되는 거 아닐까? 하는 무의미한 두려움. 등등말이야.


30분에 가까워져 가는 기다림에 빨리 달려 나가고 싶었을쯤, 내 앞의 인원들이 요동치기 시작했어.


그래. 자 출발이다!


“삡——“ 출발 소리와 함께 빨간빛을 내는 스타트 라인을 넘었어.


난 나의 페이스대로 달리기를 시작했어, 많은 이들이 나를 지나쳐가더라고.

조급하지 않으려 나는 한 단어만 되뇌었지.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난 이제 알았거든 달리기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완주란 걸.


2.5k 정도였을까 5km 반환점에서 들리는 사물놀이 음악에 갑자기 힘이 솟더라? 이래서 응원이 중요한가 봐?

평생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보며 응원해 본 적 밖에 없는데, 응원을 본격적으로 받아보니 정말 힘이 나더라고.


휴대폰도, 이어폰도, 물통도 짐 하나 없이 달렸던 나는 평소보다 달리기에 집중했어.


바다가 간간이 보이는 생경한 풍경과 많은 이들의 달리기,

이 많은 인파가 모두 앞만 보고 달리니까 약간 드라마의 한 장면같기도 했어,

대군을 이끌고 전장으로 나가는 씬 같은 거 다들 알지?

나는 코스에 바다가 있어서 이 바다를 참 많이 즐길 줄 알았는데, 간혹 나는 짠내 말고는….


드디어 반환점이야. 새삼 내가 한 번도 안 쉬고 5km 뛴 것에 놀라기도, 한계가 어딘지 알고 싶기도 해.


그렇게 달리고 달려 3k 남았다는 표시를 보고, 멈출 줄 몰랐던 난 드디어 멈췄어.

솔직히 방금 전만 해도 안 쉬고 완주하자는 다짐을 했는데, 순식간에 마음에 바뀌었지.


동시에 마주한 오르막길에서 그래 500m는 걸어가자. 스스로와 타협했고, 이후 완주까지 쉼 없이 달렸어.


몇 킬로 남았을까 궁금하던 중 눈에 보이는 골인지점 근처! 힘든데도 멈출 수가 없더라.


드디어 골인이야!

어떤 기분인지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을 것 같아. 직접 느낄 이 생경함을 말로 단정하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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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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