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달리기도 힘들던 사람, 러닝이 취미가 되기까지 그리고 뒷이야기
가을비가 쏟아지는 요즘이다. 여름에 와야 할 비가,
방학숙제하듯 조금은 늦게 몰아치는 것 마냥.
-
기억에 남는 비 오는 날의 달리기는 한 3번 정도이다.
첫 번째.
달리는 도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내리는데 기분은 점점 오른다.
쏟아지는 비에 공원이 한순간에 한적해졌다.
한 순간에 이 큰 공원이 내 차지가 된 거다. 그리고 이런 궂은 날씨에도 운동하는 “나”라니!!
게다가 나는 갑작스레 만난 비를 좋아한다, 일상의 해방감이 느껴진달까?
(은연중 본 영화들에 으레 나오는 장면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달리기에 딱 좋은 날씨였어.
하지만 지면이 미끄러워져서 종아리에 평소보다 더 힘이 든다.
힘이 들어간 종아리는 필연히 근육통을 줬지만, 멈추기보단 딱딱해진 종아리를 망치질하듯 꽝꽝 때리고 달리기를 이어가기를 택했다.
잠시 멈춰서 근육을 풀어도 될 일을, 왠지 오늘은 멈추고 싶지 않다. 기분이 좋잖아.
-
두 번째.
달리기의 3분의 1을 남겨둔 시점. 비가 쏟아진다.
온몸이 비로 흠뻑 젖어 물에 빠진 생쥐 모습인데, 지금처럼 무더운 날씨에서 비가 오니까 마치 단비처럼 느껴진다.
달리는데 더 이상 덥지 않잖아!
이보다 좋을 수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찝찝하고 너무 더웠다.
아무튼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데도 여전히 비는 멈출 기미는 없다.
게다가 집으로 가는 길에 인도를 막고 공사하고 있는 상태.
차도 쪽 낸 임시길로 내려가서 길을 지나야 했는데,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쌩쌩 달리는 차들 옆으로 지나기엔 조금 무서운 심정이다.
잠시 멈춰 서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내 몸을 때리던 빗방울이 멈춘다.
고개를 돌리니 어느 할머니 한 분이 나에게 우산을 씌어주시고 있다.
한 우산 아래에서 차가 멈추길 기다리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감사합니다. 차가 너무 쌩쌩 달려서 기다렸다가 가려고요”
”하하 나도 그래요 “
차들이 멈춘 걸 확인하고 임시길을 지났다. 이어진 길을 따라 더 우산을 씌어주시겠다고 했지만,
나는 감사인사를 전하며 괜찮다고 했지, 이미 가득했거든. 오늘 순간순간 꺼내 볼 친절이.
-
세 번째.
그칠듯한 비를 맞으며, 공원으로 가고 있어,
살이 타는 것을 방지하려 낀 쿨 팔토시가 오늘은 춥게 느껴졌다.
조금 춥긴 한데 덕분에 며칠 만에 페이스를 되찾았다.
요즘 체력이 떨어져서 10분 뛰는 것도 힘들었는데, 장장 30분을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기를 마무리했다.
사실 떨어진 페이스로 요즘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다.
내가 어떻게 길러온 체력인데, 이렇게도 쉽게 무너지다니.. 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근데 오늘 새삼 다시 느꼈다. 내 체력이 떨어졌을지언정 날씨의(기온) 영향도 있음을!
내가 가진 모든 것이 한순간에 없어질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도, 그건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 봐, 한 순간에 얻어지지 않았잖아? 맞지?
#러닝 #러너 #초보러닝 #달리기 #일상 #일상에세이 #에세이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