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먼츠필름 Nov 01. 2018

당신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 : 만남과 헤어짐을 위한 춤

영화 <이 별에 필요한>(2013)


이 별에 필요한(Daytime Moon, 2013)

감독 : 김용완

출연 : 양조아(영복), 남연우(봉구)

러닝타임 : 13분

- 제3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분(한국)

- 제32회 샌프란시스코 아시안아메리칸 영화제(미국)

- 제16회 정동진독립영화제 : 땡그랑 동전상 수상

- 제15회 대구단편영화제 경쟁부분(한국)

- 제8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경쟁부분 : 감독상, 관객상, 심사위원 특별언급 

- 제10회 제주영화제 경쟁부분 : 관객상

- KBS독립영화관 방영

- OBS 꿈꾸는 U 방영 

-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경쟁부분

- 제39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분


<시놉시스>

영복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던 전 남자 친구 봉구가 새 여자 친구와 바다에 온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홧김에 그에게 이단옆차기를 날리며 등장한다.

배우 양조아가 들려주는 영화 <이 별에 필요한>(2013)


단편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알려야 하잖아요. 밑도 끝도 없이 멀리서 시작할 때 날아 차기를 하면서 영화가 시작돼요.


감독님과 애초에 친분이 있는 관계였어요. 남연우 배우와도 여러 작품을 같이해서 친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내용 자체가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개그 소재가 좀 있고, 이별의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부분이 있어요. 실제 겪으신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감독님께서 남자 캐릭터가 자신이 반영된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물어봤을 때 경험인 것 같은 인상은 있었어요. 어쨌든 이별 과정에서 뜨거운 격렬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아요. 말을 많이 아끼시더라고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느낌이 강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사실 애드리브는 거의 없었어요. 저는 시나리오에 충실해서 그 안에서 풍부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실제로 제가 정말 많이 때리고 남연우 배우도 많이 맞았어요. 아무리 연기여도 너무 많이 맞으니까 나중에는 정말 화가 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했어요. 

엄청 많이 때려서 손에 멍이 들었어요. 제가 멍이 들었으면 남연우 배우는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게 돼요.

의상은 그냥 편하게 입고하자고 하셔서, 원래 입던 옷을 입긴 했는데 영복(양조아)은 집 앞 바닷가에 나와서 우연히 봉구(남연우)와 그의 여자 친구를 보게 된 설정이에요. 그래서 저는 추리닝이고, 봉구(남연우)는 그의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있던 모양인지 차려입었네요. 자신의 치부 같은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하는 모습이 아직 둘이 만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죠.

바닷가 앞쪽으로 둘이 만나서 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대낮인데 달이 떠 있어요. 낮달이죠. 달에 대한 묘사도 시나리오상에 계속 있었어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달의 모양이 계속 바뀌어요. 깨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해요. 

지금 시간 때가 해가 떠 있어야 하는 시간인데 사랑과 이별이 붙어 있잖아요. 이 양면성을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뿐만 아니라, <이 별에 필요한>이라는 제목도 '이 별'과 '이별'로 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제가 계속 인상을 쓴 것처럼 보이지만 촬영 날 해가 너무 높이 떠서, 눈이 너무 부셨어요. 이틀 만에 찍은 것 같아요. 낮 시간에 다 찍었었지만, 오전에는 비가 왔어요. 그래서 비 계속 오면 그냥 우리 서울 가자 그러면서 기다렸는데 오후가 되니 날이 밝아서 촬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날 오전에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시간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렇게 해가 짼 것 보면, 꼭 ‘낮달’의 의미와 비슷했던 하루였던 것 같아요.

     

강원도 사투리예요. 로맨스 영화라고 하면, 서울 사람들의 이별을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서울 말씨와 세련된 느낌, 쿨함을 가장한 이별 같은 거요. 하지만 강원도 사투리가 주는 느낌이 꼭 순수성과 연관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런 느낌의 이별도 있잖아요. 제가 사투리 쓴 것에 대해서 어색하고 부끄럽기는 하지만, 캐릭터는 밉지 않게 보여요.


봉구는 영복과 재차 헤어지기 위해서 춤을 춰요. 

사랑을 고백할 때도 영복을 위해 춤을 추고 헤어지자고 할 때도 춤을 추는 거죠. 

사실 사랑할 때는 에너지를 엄청 많이 쓰잖아요. 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마음을 머물게 하기 위해서, 하지만, 이별할 때는 에너지를 그만큼 많이 안 써요. 이별이란 건 공을 들인다기보다는 빨리 저 멀리 치워버리고 싶었던 것처럼요. 저도 항상 이별 앞에서 비겁했던 것 같아요.

남연우 배우가 비보이를 했었어서 스텝을 조금 밟을 줄 알아요. 

그래도 모래 위에 춤추기 정말 힘들더라고요. 춤추는 것부터 말이 안 되지만, 나를 위해 춤을 배웠던 사람이 나와 헤어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춤추는 걸 보는 상황을 보면 전혀 이색지지 않아요.

  

플래시백으로 영복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봉구가 보여요. 톨게이트 로케이션 촬영 당시 5월이었는데 좀 추웠어요.


제가 춤추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실력 발휘를 못 해서 너무 속상해요. 모랫바닥에서 춤추는 게 중심 잡기가 너무 어렵다는 걸 느꼈어요. 힘들어서 ‘컷’ 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실제 음악 소리도 없으니, 그냥 무턱대고 춤을 춘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에 케이크 부실 때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상대방의 이별 통보가 납득이 되면 좋은데 정리되는 시간이 칼같이 맞을 수 없으니까 서로 같은 마음으로 헤어지기란 쉽지 않죠. 봉구가 영복의 마음을 얻기 위해 춤을 추는 것이 겪으면서, ‘널 너무 사랑해’라는 말이 전달됐듯이 그와 반대로 헤어지기 위해 봉구가 처절하게 춤을 춰서, 헤어지는 것도 이해가 되게 돼요.

  

수많은 말은 그들에게 필요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그 격렬했던 춤사위 어딘가에 모든 말보다 중요한 과정들이 지나가고 있어요.

작가의 이전글 [인터뷰] 세상을 바라보는 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