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양지일
창백하고 날카로운 친구가 있었습니다. 들어서는 발걸음이 가볍고 사는 방향이 굉장히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첫인상. 몇 번의 자리에서 각 자가 옳은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일배우에게 물었어요. 옳다는 게 뭘까요? 맑고 거친 느낌이 공존할 수도 있을까요?
지일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현재 연기를 하고 있는 양지일입니다.
정말 짧고 굵은 자기소개네요. (웃음)
배우 양지일은 어떤 사람인가요?
기본에 너무 충실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기본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본질이라고도 생각해요.
그렇게 들으니 바른생활 청년처럼 들리네요.
아 그런가요? 기본을 잘 보여줄 줄도 알고 그 기본이 연기로 어울더라도 승화시킬 수 있는, 본질에 대해 고심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배우님이 가지고 있는 깨끗한 이미지와 굉장히 잘 어울려요.
저 흰 옷도 좋아해서 제 옷 중 대부분이 흰옷이에요.
얼굴도 정말 흰 것 같아요.
저 얼굴 하얀 가요?(웃음) 전 그런데 제가 얼굴 하얀 게 좋아요. 더 흰색이었으면 좋겠어요. 더 백지처럼, 그럼 어디든 스며들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들은 정보에 의하면 요리를 했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결국 취미나 특기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 같이 요리했던 친구들은 이미 다 셰프가 되어있어요. 지금도 종종 친구들과 콜라보도 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어요. 가끔 요리하는 것도 즐겁고 해서 종종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오늘 인터뷰하는 곳도 특이한 곳이네요. 어떤 곳인지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제가 요가, 웨이트, 필라테스 등의 수련을 하고 있는 곳이에요. 연기하시는 분 중에도 요가하시는 분 많이 있어요. 아마도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해서 들여다보는 시간이 가질 수 있어서 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도 매우 귀한 곳이에요.
다른 매력도 많은 배우일 것 같아요. 배우 양지일에게 연기란 뭘까요?
사실 막연하게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연기를 배울 때 고통스러운 경험도 많았고, 울기도 많이 했는데, 결국은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라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저에게는 어떤 일을 할 때 미련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해요. 연기 말고는 다른 것에 눈길을 줄 것이 없어요. 힘든 길이란 걸 알아서 죽을 때까지만 하면 되지 않을까? 부족한걸. 인정하고 계속하는 것,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는 것, 더 나은, 스며드는 배우이고 싶어요. 그래서 하고 싶고 할 수밖에 없는 게 연기인 거 같아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갈증으로 계속 사는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 통달하고 싶지만 정확히 알게 되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갈증이라는 단어가 와 닿네요. 그것이 지일씨가 계속 연기를 하게 되는 원동력 같은 걸까요?
23살까지 계획을 짜고 살아왔던 그것들이 다 초기화되어버렸어요. 연기라는 것을 새로 만나서 새롭게 시작하는데 후회, 미련이 남지 않는다는 것에 스스로가 매우 좋아요. 내가 무엇을 했을 때 ‘이거 하면 어땠을까?’ ‘차선책은 뭐가 있었을까?’ 같은 질문처럼 미련을 항상 갖게 되잖아요. 근데 저는 연기할 때는 안 그래요. 모든 부분이 아니라 연기에 있어서는 차선책이 아니고 차선일 수 없어요. 그냥 이걸 해야겠다 인 거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뇌가 몸이 인지하는 것 같아요.
그럼 본인의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단편영화가 있다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작업을 마치고 시간이 지나면 작품마다 소중한 경험 배우는 게 정말 다 달라요. 어떤 작품에서는 관계에 대해서 배웠다면, 또 다른 작품에서는 프레임 앞에 서는 법을 배웠고, 연기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는 것의 연속이라 ‘배우’라고 하나는 건가 봐요. 하나만 뽑기가 괴로운 데요.(웃음)
한 번은 수영에 관심이 생겨서 수영장을 등록한 적이 있어요. 근데 그 후에 단편영화 미팅이 잡혔는데, 수영과 관련된 영화 잠몰(Dive, 2017/이승환 감독)이었어요. 운명인지 우연인지 수영장을 등록한 후 생긴 일이었어요. 그래서 오디션 때 수영장을 더 열심히 다니도록 하겠다며 어필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는 수영하는 장면이 많아서, 대역도 있었는데 다 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고집을 부렸던 일도 있었어요.(웃음) 제가 자고 내일 또 나와야 되는데 밤을 새서 20시간이 넘게 촬영했어요. 그리고 다이빙대에서 코가 부딪쳐서 코뼈가 금이 간 적도 있어요. (굳이 제가 하겠다고 해서^^;)
레슨(The Lessons,2014/서인환 감독)도 농아에 관한 이야기인데 처음 시나리오에는 대사가 잡혀있었어요. 촬영 하루 전 날 감독님이 수화로 하는 것이 어떠냐고 하셔서, 급하게 상대 배우에게 하루 종일 수화 수업을 받고 임했어요.
제가 참여한 어떤 작품이든 저에게는 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유독 고생하는 영화를 찍으신 것 같아요.
배우 입장에서 감사해야 할 점이죠. 고생할 수 있도록, 배우가 돋보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주셔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다 잘 해내고 싶어요. 어렸을 때는 그것에 대한 욕망이 없었는데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정말 다 잘하는 사람, 다 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마 배우 양지일이 가지는 큰 장점 같아요. 자신의 큰 강점은 무엇일까요?
어떤 것에 꽂혔을 때 그걸 물고 안 놓고 싶어요. 어떤 부분을 원한다고 했을 때 무슨 일을 해서라도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 제 성격에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연기를 바라보는 자세는 ‘하고 싶은 마음을 끝까지 끌고 가는 상태’라고 생각해요.
그럼 혹시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지금 생각하면 다 해보고 싶어요. 근데 꼭 집어 보자 하면, 지금은 조금 바보 같은 연기, 사랑 꾼, 그냥 헤헤 거리는 순수하고 날 것 그대로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저는 꾸며지지 않은 것을 매우 좋아해서 역할이든 연기든 꾸며지지 않게 스며들게 하려고 노력해요.
저의 연기를 봤을 때 색이 없나 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그 역할에 녹아나는 사람이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연기 안 하는 것 같다는 모습일 수도 있고요. 물론 기본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말이에요.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은요?
봉준호 감독님을 정말 좋아해요. 지루하지 않고, 같은 스타일이 없이 잘 녹여낸 작품을 딱 만들어 내시는 것 같아요. 사실 이것도 연기하기 전엔 못 느꼈었는데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영화를 다시 보니까 그 섬세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좌우명이 있으세요?
스스로에게 반하는 삶을 살아라.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살면 그 누구라도 양지일이라는 배우를 매력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반하는 것이 항상 힘들겠지만 일상에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세요?
오랜만에 촬영할 때만큼 설렜어요. 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저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어요. 참 설렐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같아요. 의미가 있지 않았나.
인터뷰를 마친 그날 지일배우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다 문득 저는 어딘가에 상당히 잠몰되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뿌옇게 앞이 보이질 않아요. 그런데 있잖아요. 저희가 있는 이곳이 뿌옇게 보이는 이유는 어딘가 아주 가까운 곳에 빛이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왠지 그 빛이 아주 맑은 흰색일 것 같아요. 하얀 밤에 흰색 종이를 보여 하얗게 불태우는 우리의 소확행으로 물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배우 양지일 필모그래피
<지금 당장 유학을 가야해!> 2014
<레슨> 2014
<강아지똥> 2015
<누가 코끼리를 죽였나> 2016
<나쁜거울> 2016
<징크스> 2016
<자살클럽>2017
<잠몰> 2017
<가해자> 2017
<프리버드> 2017
<맨, 홀> 2018
<Sweet vengeance o mine> 2018
<파리를 잡는 방법>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