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갈퀴>(2017)
감독 : 조용익
출연 : 곽민규(기철 역), 안상완(대익 역)
러닝타임 : 19분
- 제18회 장애인영화제, 비경쟁부문(2017)
- 제18회 제주국제장애인인권영화제, 장려상(2017)
- 제11회 상록수다문화국제단편영화제, 입상(2017)
- 제4회 속초국제장애인영화제, 장려상(2017)
- 제1회 신필름예술영화제, 경쟁부문(2017)
<시놉시스>
허름한 정육점에서 일하는 기철에겐 노모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형, 대익이 있다. 어느 날, 평생 형의 병간호를 해오던 기철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대익이 남는다. 이제 형을 돌보는 것은 기철의 몫이다. 하지만 생계를 유지하며 형까지 간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철은 대익을 속초에 있는 복지센터에 입원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는 대익이 울고, 다시 집으로 가자 사정할 거라 생각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대익은 기철에게 웃음으로 답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철은 눈물을 멈출 수 없다.
처음부터 제목은 <갈퀴>였어요. 제목의 의미를 생각해보면요. 긁어모으는 데 쓰는 빗자루 같은 것 일수도 있고, 바다로 돌아가는 이야기들이 나오잖아요. 동물의 발에 있는 물갈퀴를 생각했어요. 오리도 손에 갈퀴가 없으면 물속에서 헤엄을 칠 수가 없잖아요. 기철은 갈퀴가 없는 거예요. 나아갈 수가 없어요. 무력하고 막막한 상황들이 기철 그리고 어쩌면 대익에게서도 갈퀴를 앗아간 느낌이에요.
저는 기철의 마음으로써 본인이 선택한 결정이 갈퀴로는 쓸어 담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엔딩이 끝나고 나서의 기철은 시간을 돌이키고 싶었을 거라 생각이 들거든요.
기철이도 사실 늘 현실의 무게를 느끼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장애를 둔 가족과 그를 보필하면 사는 가족일원의 삶, 그 사람들의 실생활은 생각보다 항상 무겁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런 감정은 어떤 기폭제가 돼요. 잘 참고 있다가 잘 이겨내고 있다가 어떤 순간에 터져버리는 걷잡을 수가 없는 거예요. 형을 자신의 결정으로 시설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서야 그런 감정이 오는 거죠.
기철이 대익을 데리고 간 곳이 실제 장애인시설이었거든요. 기철이 마음의 짐을 좀 놓으려고 바다가 보이는 방으로 달라고 했었고, 바다가 보이죠. 기철은 엄마에게 여행 가자고 하잖아요. 관객들은 마지막에 시설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여행을 가거나 바다 보러 가는 줄 알았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곳이죠.
저는 사실 촬영하는 동안 마음이 너무 무거웠는데 그 생각들이 들면 들수록 제 감정에 취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그때마다 누군가를 함부로 위로하거나 이해하려고 캐릭터에 접근하지 않았나 라는 경계도 하게 되었어요.
돌이켜보면 저에게 굉장히 소중한 시간들이었어요. 지금도 <갈퀴>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겸허해져요. 현장에서의 태도나 작품을 대하는 마음 같은 부분이요. 현장이 만만치 않았던 기억이 나요. 우리나라 강원도의 겨울은 생각보다 꽤 춥거든요.
현장에 계셨던 모든 분들이 추위와 싸우며 고생하는 모습이 치열했고 열정적이었어요.
특히 함께했던 안상완 배우님 생각이 많이 나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좋은 배우예요. 특히 제가 연기적으로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때 항상 먼저 다가와서 이야기를 나눠주시면서 응원하고 긴장을 풀어줬어요. 그리고 슛이 들어갔을 때는 대익이 형이 되어 저를 집중할 수 있게 해 줬어요. 특히 기철과 대익이 떠나기 전 손톱을 자르고 머리를 감겨줬던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무게를 싣고, 감정을 잡고 그리고 분위기를 타고 그런 것만이 전부가 아닌 영화라고 생각해요. 이야기 전체의 어떤 기류 같은 것 이 있어요. 기철이 얼마나 괴로운지 대익이 선천적 기형으로 삶을 어떻게 버텨내는지 그런 것 말고도 이 영화가 원하는 의미가 있어요. 가족관계에 대한 이야기 일수도 있고 전체적으로는 희생이란 무엇인가를 자문해 보게 되죠.
가족을 떠나서도 관계라는 것은 언제나 어떤 책임과 의무를 가지게 되고, 또한 그런 것들을 지켜내기 위한 희생을 요구하잖아요.
우리는 얼마나 마음의 짐을 떨치기 위해서만 살고 있을까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런 의문 같은 것이 남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