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한 사람들

by 하루

스승의 날이다.

김영란 법 시행 이전에는 너무 과열된 선물로 스승의 날이 얼룩졌다면, 요즘에는 김영란 법이라는 변명 뒤에 감사한 마음조차 표현하지 않는 게 다반사가 되어버린 듯하다. 어제 아이를 데리고 선생님들께 감사카드를 쓰게 하고, 내가 미리 사온 카네이션 몇 송이 중에서 어떤 선생님께 어떤 색의 카네이션을 드릴 것인지 결정하게 했다.


내가 클 때만 해도, 스승의 날에는 카드와 선물을 당연히 준비하곤 했었다. 엄마는 매년 스트레스 셨겠지만 나는 들뜬 마음으로 학교에 들고 갔었다. 선생님이 좋아하실까? 하는 설렘도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내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흔히 말하는 선생님운이 별로 없었다.

한글을 잘 못쓴다고 숯을 물고 벌서 있기도 했었고, 유리파편이 가득했던 소나무밭 아래에서 친구들하고 엎드려뻗쳐 봤고, 출석부로 단체로 책상 위에 올라가서 그 모서리로 머리를 맞아봤고 하키 채로 단체기합 받을 때 엉덩이 맞아본 적도 있다. 이게 모두 다른 선생님들이었고 또 써 내려가자면 끝도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제와 돌이켜보면 나는 선생님들을 기본적으로 참 좋아했다. 선생님과 상담기간이면 나는 며칠 전부터 설레었다. 선생님이 무슨 얘기를 하실까?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상상하며 즐거워했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성장하는데 그런 게 필요하니까. 아이들은 어른들의 사랑이 담긴 말과 행동을 먹고 성장한다고 어디서 읽어본 것도 같다.


작년에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하면서, 감사카드를 아이도 쓰고 나도 적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혼하고 급하게 부랴부랴 정한 유치원이었다. 나도 힘들었고, 아이도 아마 갑자기 할머니 네로 이사하고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바뀌었으니, 그 속은 모르지만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유치원 선생님들께 우리가 한부모가정임을 알리고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었다. 내가 모르는 유치원이라는 공간에서 아이가 이혼 과정에서 받았을 스트레스나 공포, 걱정 등이 어떻게 표현될지 모를 일이니 선생님께 이해를 부탁하는 말이었다. 한 반에 이십몇 명이 선생님 두 분과 생활한다. 선생님들이 과연 각각의 아이를 얼마큼 봐주실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바쁜 와중에 우리 아이에게 주었을 다정한 말 한마디, 따뜻한 눈 빛, 위로와 격려 등을 생각해보니 눈물이 나왔다. 아이는 그걸 받고 얼마나 기뻤을까? 그리고 선생님은 일 년에 단 한 번이라도 그 많은 아이를 데리고 생활하면서 어떻게 그런 마음을 써주셨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눈물이 나온 것 같다. 일 년에 단 한 번이었어도 나는 만족한다.

교사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해야 할 일, 수업, 일상적인 눈빛, 손짓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마음을 써주었다는 그것은 참 감사하고 감동적인 일이다.


그러고 보면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굳이 안 해도 되는데 마음을, 따뜻함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

그냥 약을 팔면 될 텐데 내가 겨드랑이에 낀 책이 어떤 책인지 물어봐주시던 약사 아저씨, 아이 레고 방에 같이 앉아 기침하는데 따뜻한 허브티를 나누어 주시던 , 아이를 귀여워해 주시는 주인아주머니(이제는 단골이 되어서 우리 아이에 대한 것이나 한부모가정인 것 등등 다 아신다), 주말마다 놀러 오게 하고 엄마인 나는 좀 쉬라며 배려해주시기도 하고 항상 따뜻한 눈길로 아이를 바라봐주시는 유치원 동창생의 부모님, 건강해야 애를 잘 보지 않겠냐며 저녁시간에 아이랑 둘이 있어야 하니 못 나간다는 나의 말에, 아이도 데리고 와서 스트레칭 수업받으라고 배려해 주신 헬스장 관장님, 그리고 인스타그램이나 온라인 상에서도 우리 아이에게 보내는 온갖 덕담, 위로, 칭찬 등... 그런 것들이 모두 감사하다. 그런 것들은 당연히 나나 아이가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가 우리에게 에너지를 내어, 마음을 써줌이 느껴지기 때문에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


아이가 학교에서 나오면서, 꽃이랑 카드 드렸다고 하더니 물어본다..


엄마, 근데 나 혼자만 꽃이랑 카드 드렸다. 왜 그런 거야?


... 순간 좀 씁쓸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원래는 당연히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야 맞는 건데, 사람들이 중요한걸 점점 잊고 있어서 그렇다고. 엄마 때는 거의 모두가 꽃이랑 카드 적어서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했었다고 말이다. 그랬더니 아이가, “그럼 안 주면 어떻게 되는데?” 하길래.. “안 드려도 무슨 일이 있지는 않지. 자기 마음이니까. 하지만 감사하다는 걸 표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거야..”하고 말해주었다.


사람 사이에 이심전심이란 말은 싫다. 연인끼리도 친구끼리도 말로 표현해야 안다. 감사한 마음도 미안한 마음도 그리고 자기 생각이나 감정도 말로 표현해야 다른 사람에게 더 정확하고 많이 가서 닿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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