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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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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an 13. 2024

방향을 잃은 것 같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요즘 들어 글도 예전보다 적게 쓰고 그림은 거의 그리고 있지 않다.

인스타그램 같은 경우는 지금 몇 달째 들어가지도 않고 업데이트도 안 하고 있어서 오랜 댓친분들에게서 DM이 왔다. 무소식이 희소식인 거 맞냐 잘 지내고 있는 거냐고 말이다. 온라인으로 만나 알게 된 인연인데 그렇게 안부를 물어봐주시니 감사하다.


그 기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고 새벽에 운동삼아 러닝도 도전해 봤고, 현생에서 새로운 업무에 치여 열심히 하루하루 살기는 했다. 뜨개질해서 주변에 선물하거나 나를 위해서 가방이나 모자 등을 쉴 새 없이 만들었다. 그리고 요 몇 년간 특히 느껴지는 게, 지인들이나 동료들, 직장에서의 나는 인정받고 사랑받고 신임을 얻고 있는 것 같아서 요즘 한편으로는 40대를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혹이라면 어느 정도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데  다른 한 편의 나는 계속 흔들리고 있는 중이다.

나름 사람 만나고 대하는 일을 하면서, 사람 인상을 보거나 글을 읽으면 그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 몇 달 머리속에서 맴돌던 생각이나 경험에 미루어본 결과 나는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겠다.  사람을 여전히 믿고, 그래서 실망하고 상처받고 그 결과 내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게 여겨 저 움츠려 들고 자책감이 든다.

나는 왜 이럴까..
다른 사람들은 잘해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누군가가 나에게 조언을 구하면, 오히려 20, 30대에는 좀 더 확고하게 내 의견을 전달하면서 이야기해 주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그것도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내가 책임지기 싫어서 피하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라 과연 내가 생각하고 맞다고 생각하는 게 어느 정도까지 맞는지를 모르겠기 때문이다. 내가 주는 조언이 저 사람의 상황에 얼마나 맞는지, 저 사람이 받아들이고 실행할 수 있을 만한 조언인지도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최선이라 생각하고 내린 판단이 그와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해준 조언이 나의 의도대로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내 말을 듣고 뭔가를 했다가 중간에 저 사람에게 불의의 사고가 나거나 안 좋은 다른 일의 시작을 가지고 올까 봐 조언조차 두려운 마음이 크다.


옛말 틀린 거 없다더니 나이 들수록 새옹지마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돌아가는 수레바퀴처럼 위였다가 아래로 가고 아래였다가 다시 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지금 내가 내리는 판단과 선택에 대한 결과도 모르겠는데 감히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인생에 배 놔라 감 놔라 할 수 있는 건지 두려움이 커진다. 나이를 먹어 겁쟁이가 되는 건가. 아니겠지 설마.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물으면 이 또한 20,30대의 나였다면 쭉쭉 이야기했을 텐데 지금은 이도 모르겠다. 범위가 너무 넓고 입을 떼기 전에 망설이게 된다고 할까. 마치 학부 때 제일 많이 아는 것 같고 석사를 하고 나면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는 그런 기분이 드는 것과 비슷한 걸까? 실제로는 더 알고 더 배웠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아는 건 정말 일부일 뿐이고 더 깊이 알아야 안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은 그런 것과 일맥상통한 걸까.


아이 앞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척, 어른이자 부모로 우뚝 서 있지만 사실은 매일 흔들리고 있다.

이런 흔들림과 모든 고민과 의혹들은 또 살아가다 보면 괜찮아지는 걸까? 나는 여러 질문 앞에 좀 더 확실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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