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난 걸어가
대학교 4학년.
내 인생에서 제일 많이 아파봤던 시기가 대학생때라서, 나는 진로문제로 정말 고뇌를 많이 했다. 그 당시 꿈이었던 번역가도 진작에 접었다. 나는 절대 외국을 자유롭게 다닐수없을것만같아서 스스로 제한을 두어 제외시켜버렸다. 친구들이 취업준비를 하는걸 보면서도 나는 쉽사리 뭔가를 시도하기가 어려웠다.
과연 내가 어떤 회사에서든 일하는게 가능할까
일하다가 아프면 예전에 병실 옆자리 언니처럼 해고당하지않을까
난 도대체 뭘해야하나
이런생각을 하면서 god 의 길이라는 노래를 반복청취하며 걸어다녔다. 마치 그때의 선택이 엄청난, 돌이킬수없는 마지막 선택인것처럼.
탄천변 공원에서 노래들으며 걸어가다가 어떤 길 위에서 몇초간 멈춰섰다.
자갈돌로 조성해놓은 산책길이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중간에 뚝 끊겨있었다. 예산때문인지 계획구역인지 어쩐지 칼로 자른것처럼 뚝.
한걸음앞은 그냥 잔디밭..
그 앞에 서서 생각했다.
길이 끝났지만 끝난건 아니구나 .. 하고. 자갈길이 끝났을 뿐이고 그냥 나는 다른 길로 이제부터 걸어 들어가면 된다. 뭔가 의미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그정도까지만 생각하고 그림으로 남겨두고 지나간 순간이었다.
그런데 50에 가까워지는 삶을 살아오면서 그 순간이 가끔 생각이 난다. 생각해보면 나는 한길을 걸어오진 않았다. 그 길위에 있을거라 생각하고 열성을 다했지만 삶이, 그리고 그 위의 내가 갈림길에서 선택한 것들이 다른 길 위에서 걸어가게 하고 있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마음만 먹고 준비만 하고 있다가 아들 생일케이크 사러 걸어가는길에 내 발밑 길들을 보며 그때를 또 떠올렸다.
다양한 길
막힌곳
돌아가야하는 곳
이어진 길이지만 다른길처럼 보이는 곳
쉬어갈수있는 곳
나랑 속도가 다른 , 따로 나있는 자전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