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새끼

한 번은 그리고 싶었던 이야기

by 하루

한 번은 그려보고 싶었다.

마음속에 있었던 이미지가 다 표현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리면서 감정이 빠져나갔으니까 되었다.

40대 초반 언젠가 문득, 뿌연 거울 앞에 서서 소매로 거울을 닦아 부분적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나, 미운오리새끼가 아닌가 봐?!!‘ 하는 생각과 함께 찡했던 순간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주변 엄친아 엄친딸에게 비교당하고, 윗세대들의 주목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항상 뭘 하든 집안에서 첫 번째라 세심하고 민감한 나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뭘 할 때마다, 네가 첫 스타트이니 네가 잘 끊어야 한다는 말을 듣곤 했다.


하지만 열심히 한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고 무엇이든 잘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한차례 두 차례 실망을 안기면서(나만의 생각이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시선과 관심이 떨어져 나가는 걸 느꼈다. 서운함보다 아직도 남아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두렵고 버거웠다.


이혼이 아마 정점이었던 것 같다. 왜 맨날 안 좋은 것만 내가 처음인 걸까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나에게 시선도 관심도 없다고 느껴지자 나는 그제야 자유롭다는 생각을 했다.


이혼하고 나니 내가 스스로 뭔가를 선택하고 이끌어나가야 하면서 두려웠지만 상황상 해야 하기도 했고 막상 하니까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성공을 거두었다. 많은 새로운 시도도 했다.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을 떠올렸다.

늦긴 했지만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계로 날아가는 나의 모습을 떠올렸었다.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깰 수 없다고 생각했던 알껍질을 밀고 나온 나를.


어느덧 40대 후반이 되었고, 이혼하고부터 십 년 정도 가까운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나는 더 이상 미운오리새끼가 아닌 것 같다.

나 스스로 긴 시간 동안 그렇게 생각해 온 것일 뿐.


자꾸만 잊지만, 난 나를 믿어야 한다.

잘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잘 걸어갈거라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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