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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상

국보 프로젝트

아들과 함께하는

by 하루

아들이 초등학생이던 작년까지만 해도 방학중이나 주말에 여행을 갈 때 하는 말이 있었다.


국보책 챙겨

예전에 정약용생가 박물관에서 우리나라 국보가 일러스트로 그려져 있고 간단한 설명과, 위치가 표시되어 있는 책을 샀었다.

여행을 가면 항상 그 근처에 국보가 있는지 찾아보고 유명하지 않은 곳이어도 한번 방문해 보는 게 우리의 여행루틴이었다. 그리고 방문하고 나면 스티커를 붙여서 하나씩 모아가는 프로젝트.


중학생이 되고, 친구랑 놀아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고 축구하러 다니거나 태권도 시합 나가면서 주말에 함께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혼자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즐기는 나로서는 개인시간이 늘어나 편하기도 하면서도 한편 좋은 건 아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싶은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 캠핑도 같이 가주고 (도끼질한다고 신났다. ㅋ 아직 반은 아이인 듯.) 여행에서도 기분 나쁘게 하거나 하는 것 없이 순순히 따라주는 착한 아들이라 고맙다.


예전에, 경주 근처 국보(장랑리사지 서오층석탑)를 찾아갔는데, 태풍 때문에 건너가는 철제 다리가 무너져있었다. 천 건너 언덕 위에 탑이 서있는 게 보이는데 이거를 봤다고 해야 하나 어쩌나 하는 도중에, 아래를 보니 조금 조심한다면 자갈을 타고 내려가 바위를 밟아 천을 건너 다시 엄청 긴 철제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다리만 건너면 되는 건데 태풍 때문에..


여동생과 아들과 함께 셋이서 엉거주춤, 나무뿌리 잡아가며 돌멩이에 몸을 싣고 미끄러져가며 내려갔다가 숨차게 긴 철제계단을 올랐다.


통일신라시대 석탑이라고 하는데, 조각되어 있는 모습이 얼마나 생생해 보이는지!


힘들게 닿은 만큼 오래 머무르며 탑 모서리의 구멍을 뚫은 기술, 조각기술에 감탄하며 감상했다.


셋이서 다시 왔던 길을 돌아오면서 혼자 생각했다. 쉽게 다리를 건너서 도착했다면 이만큼 감동을 받았을까? 어렵게 닿아서 왠지 우리가 국보를 발굴해낸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동생과 아들도 긴 경주여행 중에 이 국보를 보기 위해 고생 아닌 고생을 했던 게 제일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세상이 편해져서 클릭만 하고 조금만 걸어가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 속에도 분명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많을 텐데. 너무 쉽게 닿아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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