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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프 Feb 24. 2022

재난문자보다 무서운 키즈노트 알람

코로나여 점심의 평화를 돌려다오



모니터 구석의 시계를 흘깃 보니 점심시간이다. 사무실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간간이 들려오는 키보드 소리와 프린트물 출력하는 소리가 전부다. 15명은 족히 사용할 수 있는 방 안에 4명만이 일하고 있다. 역병이 돈 뒤로 인원이 쪼개지고 쪼개지다 어제부터는 4명만 이 방에서 일하게 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이틀 연속 17만 명대’




오늘 아침 기사 헤드라인이다. 한 주 전까지만 해도 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사무실에선 점심을 혼자 먹으란 방침이 내려왔다. 칸막이도 잘되어 있고 식당 내 대화가 금지되어있어 회사 식당만큼 안전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은 없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찍은 뒤로 회사 내 확진자도 무섭게 증가했다. 우리 팀, 옆 팀, 다른 팀 우후죽순 나왔다. 어제부터는 공지에 오늘 사내 확진자가 몇 명인지 여부가 안보이기 시작했다. 기재된 숫자에 직원들이 동요할까 우려될 만큼 늘어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오늘은 뭘 먹지.’




이번 주부터 사내식당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췄다. 자리에 앉아 모니터에 전자책을 띄워놓고 식사 중이다. 삼각김밥, 김밥, 컵밥으로 연명한 지 사흘째. 이렇게 계속 먹다간 코로나 걸리기도 전에 몸이 축나겠단 생각이 들어 핸드폰으로 도시락 통을 검색해 봤다. 아침에 아이 등원 준비도 빠듯한데.. 도시락을 쌀 수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김밥과 컵밥으로 한주 더 버텨보고 생각하기로 맘을 바꿨다.




드르르륵.


밥술을 뜨는데 키즈노트 알람이 울린다. 아직 하원시간도 아닌데.. 모골이 송연해졌다. 떨리는 마음으로 공지사항을 확인했다.


‘교직원 가족이 양성 판정을 받아 현재 해당 교직원도 PCR 검사 대기 중입니다.‘



식욕이 사라졌다.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다음 주까지 제발 무사히 넘어가길 그리도 빌었건만.

만약 선생님이 확진이라면.. 그다음 벌어질 일들을 떠올렸더니 먹은 밥 몇 술이 얹히는 기분이 들어 생각을 거뒀다. 평화롭게 동료들과 수다 떨며 밥 먹고, 커피 한잔 사 들고 산책하던 시절이 까마득하다.


얹힌 듯 한 가슴을 두어 번 내리치곤 다시 밥술을 떴다.   


일단 내일 결과를 보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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